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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l 31. 2023

음식으로써의 엔트로피

복잡성과 자유도

1. 1.4의 아름다움

  음식은 그 시간, 그 공간의 모든 것을 융합한 것이다. 지역의 풍토나 기후에 따라 식재료와 그에 따른 조리법이 다르다. 문화, 종교와 결합하여(또는 그 자체를 문화로써) 지역사람들의 입맛이 생기고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우연과 맞물려 굳어지면 이름이 생긴다. 김치찌개는 오래전 겨울철 채소를 보관하기 위해 절인 배추(기원전)와 어느 날 멕시코로부터 시작되어 수입된 고추가 결합해 만들어진 음식(1800년대)에 삼성의 양돈사업이 성공하여 보편화된 음식이다. 음식은 유기체다. 오랜 시간 동안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온 지금의 생명체들처럼 음식은 오랜 시간 환경에 적응하며 겹겹이 쌓여진 탑과 같다. 이는 시간에 흐름에 따라 다분히 진화해갈 것이며 우리는 ‘지금의’ 음식을 알고 있는 것이다. 양념치킨과 치즈불닭처럼. 여기서 우리는 내셔널리즘의 의미를 잃는다. 이탈리아의 전통음식이라 생각되어지는 토마토가 올라간 나폴리피자는 사실 16세기, 스페인이 멕시코에서 토마토를 들여오기 전에는 없던 음식이다. 심지어 피자의 원형인 얇은 빵(피타 Pitta)은 기원전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 만약 전통이라는 것이 어떤 지역의 독자적인, 외부로부터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라면 어느 국가의 어느 문화에도 전통은 없다. 늘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2. 철학은 편견이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요리를 좋아했다. 단지 음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거워 일찍이 진로를 결정했다. 그러다 성장해 가며 여러 목표가 생겼다. ‘미슐랭에 이름을 올린다’라던지 ‘나의 식당을 차려 여러 시도를 해보겠다’ 같은, 후자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어쨌든 이런 목적들이 하나 둘 씩 생겨갔다. 그러다 언젠가 음식의 내셔널리즘을 추구하는 철학이 생겼었고,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깔봤다. 하나 세상을 둘러보며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모든 것은 변화한다 ‘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불안한 세상에서 고정된 값을 찾으려는 본능이 이렇게 작용한 듯싶다.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요리를 그저 그 자체의 즐거움으로 만끽하고 목적이나 수단으로써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철학이 생기고 목적성이 생기면 자연스레 편견이 생긴다(적어도 나에게는). 이것은 이래야 하고 저것은 저래야 한다.라는. 그래서 지금의 가치관은 ‘받아들이기’로 정해져 있다. 모든 맛과 식문화와 지역의 문화를 가능한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실험한 뒤 나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이 나의 요리다. 피자소스로 커리를 끓이고 이를 다시 피자소스로 사용하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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