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받는 사랑의 크기
아이가 해리포터에 빠져 있는지 5개월쯤 지났다. 그 사이에 아이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모두 읽고 최근에 발행된 신비한 동물 사전과 퀴디치의 역사를 읽고 있다. 해리포터에 대하여 이제는 나보다 많이 알게 된 아이는 이런저런 마법을 나한테 시전 했고, 나는 그 마법에 맞춰 쓰러져 가는 연습을 해야 했다.
아이 : (큰 목소리로 나를 가리키며) 크루시오!!
나 : 응!? 크루시오가 뭐야?
아이 : (답답하다는 듯이) 아이 참!! 고통을 주는 마법이야!! 크루시오!!
나 : (머리를 쥐어짜며) 으아아악!! (털썩 쓰러진다.)
아이 : 이제 일어나!! 이제 일어나!!
나 : 응? 다시 일어나? (일어났더니)
아이 : (나를 가리키며) 스튜페파이!! 스튜페파이!!
나 : 응!? 스튜페파이는 또 머야?
아이 : 아이참!! 기절!! 기절 마법!! (다시 나를 가리키며) 스튜페파이!!
나 : 윽! (기절한다.)
아이 : (다시 나를 가리키며) 리디큘러스!! 리디큘러스!! 아빠 이제 기절 마법 해제됐어 일어나!!
나 : (다시 일어나면서 아이를 가르치며) 스투페파이!!
아이 : (당황하며) 아니 아니!! 프로테고!!
그렇게 끝나지 않는 마법 세례를 받으며 쓰러지는 연습을 했다.
그러던 중 양평에 있는 처갓집에 가게 되었는데 아이 할아버지가 아이가 가지고 놀기 괜찮은 모양을 가진 나무뿌리를 주어다 놓으셨고, 할머니는 나무껍질을 벗겨 놓으셨다. 내가 보기에 모양이 제법 괜찮아 잘 다듬으면 아이에게 멋진 마법 지팡이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사포와 톱을 구해 열심히 다듬었다.
쓱싹쓱싹~ 삐죽 솟아 있는 뿌리 부분은 톱으로 잘라 내고, 거친 표면은 사포로 다듬으니 제법 마법 지팡이를 닮았다.
아침에 아이 손에 들려줬더니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나한테 알아먹지도 못하는 마법을 난사한다.
아이 : (나를 가리키며) 스튜페파이!!, 루모스 솔램!!, 아구아 멘티!!
나 : (가슴을 쥐어짜면서 쓰러지는 연기를 한다.) 털썩!! 으으윽!!
처갓집에서 열심히 다듬었으나 그대로 놔두면 잔가시가 올라올 듯싶어서 아이에게 집 근처 철물점이나 다이소에 가서 사포와 바니쉬를 구해다가 칠을 해보자고 하였다. 아이는 신이 나서 하겠다고 방방 뛰었다.
날이 좋은 주말이라 평소 한 시간이면 집에 올 수 있는 길을 두 시간이나 걸려 집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아이와 함께 다이소를 갔다. 아마 다른 이유 때문에 다이소를 가자고 했으면 힘들다고 안 간다고 할 텐데 냉큼 따라나선다.
다이소에 도착하여 DIY 재료를 파는 곳에 가서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심혈을 기울여 1000원짜리 320방 사포 1개, 1000원짜리 600방 사포 1개, 5000원짜리 유광 바니쉬 500ml 1개, 1000원짜리 얇은 붓 1개 혹시 모르니 1000원짜리 스펀지 붓 1개를 골라 사 가지고 집으로 왔다.
신문지를 깔아 두고 면장갑을 끼고 나뭇가지에 대고 사포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320방으로 시작하여 사포가 하얗게 변하여 나뭇가지 표면이 매끈해질 때까지 갈았다.
아이는 마법 지팡이를 만드는 것도 신나고 이런 사포나 바니쉬를 사서 한다는 것이 마치 전문가가 된 것 같다며 좋아했다. 열심히 사포질을 마무리한 뒤 내일은 바니쉬를 칠해보자고 하며 마무리하였다.
가만 생각해보니 마법 지팡이 하나 만드는데 온 가족의 수고가 다 들어갔다. 할아버지, 할머니, 나. 한 명이라도 수고를 더하지 않았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아이만의 마법 지팡이.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마법 지팡이 일지 모르겠으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듯싶다. 아이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나무에게 물 주듯이 아이가 건강히 클 수 있도록 오늘도 듬뿍 사랑을 주기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