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가서 아이랑 싸우는 이유

서로를 이해하는 가족이 되는 중..

by 지하

오랜만에 속초에 있는 워터파크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2박 3일 일정 중 첫날과 마지막 날은 이동하는 날이라 대부분이 식당과 카페 일정이었다. 하늘에선 언제든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끼어 있었고, 구름 덕분에 생각보다 덥진 않았다. 다만 습도가 높아 걸어 다니는 건 괜찮았지만 계단을 올라가면 땀이 나는 날씨였다. 카페의 위치는 예쁜 바닷가 모래사장 바로 앞으로 카페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는 바다전망카페였다. 커다란 건물이 두 개가 있을 정도로 컸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백합꽃이 한창 피어 있는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다. 아이가 실컷 뛰어놀 수 있을 법한 넓은 정원 바닥에는 인공잔디가 깔려 있었고 바닷가 쪽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의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작은 사진이었다. 코로나 이후 식물을 키우는 취미를 가진 와이프는 오랜만에 예쁜 야외정원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아했고 카페에서 여기저기 포토 스폿을 만들어 두었기에 사진을 남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와이프는 사진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아이는 사진보다 자신이 관심 있는 기린 조형물이나 뛰어다니기를 원했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니 둘 사이의 감정은 조금씩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사진 찍기 귀찮아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 하는 아이와 사진 찍고 싶은 와이프 사이는 거센 바람이 부는 파도에 떠 있는 조각배와 같이 흔들렸고 결국 잠깐 내린 조금의 빗방울에 폭풍우를 만난 난파선 마냥 부서져 흩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중간에서 아이를 달래며 와이프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였으나 비를 피하고 싶은 아이의 떼는 와이프의 감정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결국 사진 두 번 찍는 동안 와이프의 감정은 완전히 상해 눈이 뾰족해졌고 얼굴에도 냉기가 흘렀다. 날은 더웠으나 가족 사이에 흐르는 냉기는 한겨울의 바람보다 차가웠다. 냉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아이는 작아지기 시작했고 차에 탄 후 뾰족해진 마음에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였다. (와이프와 아이는 뒷좌석에 나는 운전석에 탔다.)


와이프: (차가운 말투로) 준형이 너! 너 하고 싶은 것만 하고 그러면 엄마 아빠랑 여행 못 다녀! 그럴 거면 넌 집에 있어!

아이: (지지 않으며) 비 맞는 거 싫단 말이야! 밖에 비 오잖아!

와이프: 조금 비 오는 거고 여행 다니면 조금 맞을 수도 있는 거지!! 이렇게 떼쓰고 너하고 싶은 거만 할 꺼면 이제 준형이 너랑 여행 안다녀!!


운전석에 탄 나는 뒷좌석에서 뾰족한 말투로 다투는 두 사람을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개입했다.


나: (중재하고자 하는 의도로) 준형아~ 엄마 사진 찍고 싶어 하는 데 그렇게 큰소리로 떼쓰면 안 돼! 같이 다니고 싶으면 엄마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준형이 하고 싶은 것도 해야지. 엄마는 준형이 하고 싶은 거 기다려주고 하게 해주는 데 준형이는 그렇지 않았잖아. 얼른 엄마한테 미안~해~ 자기도 준형이한테 그렇게 말하지 말고~

아이: (눈치를 보며 조그맣게) 엄마 미안~


아이가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와이프의 마음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사과하던 아이는 이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이: (울먹이면서) 내가..(훌쩍).. 미안.. 하다고(훌쩍).. 했는데.. 엄마는 왜 아직도..(훌쩍).. 사납게 말해!(훌쩍).. 엉엉…ㅠㅠ


결국 아이는 서러움에 대성통곡 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속상한 마음을 가졌던 와이프 마음을 풀고 아이에게 천천히 이야기하였다. 아이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가족들끼리 여행 갔으니 서로 하고 싶은 걸 조금씩은 기다려 주기로 약속을 받았다.


아이와의 다툼은 늘 어려움을 동반한다. 감정적인 서운함은 재빨리 뒤로 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선까지 해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지 잘 설명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은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빨리 이루기 위해 욕심을 내면서 버티는 경우가 많아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지만 한 두 번의 설명으로 아이가 수긍하지 않아 그 과정에서 어른과 아이의 감정이 충돌하게 되는 것 같다. 감정의 충돌은 분명 부수적인 일이지만 필연적인 일 같다. 다만 그 충돌을 해결하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기에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을 뿐이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다툼이나 싸움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배우게 되고 감정 충돌의 해결법을 배운다. 물론 배운 것을 다음번에 그대로 써먹지는 못 하지만 나도 와이프도 아이도 배우는 게 있는 듯하다. 다행스레 이번 싸움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남은 휴가는 즐겁게 보냈다.


지지고 볶고 함께 웃고 서로를 이해하며 이렇게 우리는 함께 하는 가족이 되어 가나 보다.




Photo by Mateusz Wacławek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