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스티커 60개와 RC Car

남자아이의 로망 RC Car

by 지하

우리 집 아이도 남자 아이라 자동차, 로봇, 공룡에 관심이 많은데 그중에서 특히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미니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특히 집에 쌓여 있는 수많은 장난감 자동차들은 너무 많아 놓을 때가 없어 새로운 장난감을 살 기회가 생기면 집에 있는 오래된 장난감을 버리거나 놓을 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잘 사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아이가 장난감을 살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아이 담임선생님은 학급 운영시 열심히 수업 듣고 학교 생활을 성실하게 한 아이들에게 칭찬 스티커를 부여한다고 했고 칭찬 스티커가 40개, 60개가 되는 시점에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해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아이에게 학기 초에 칭찬 스티커가 40개, 60개가 되면 무엇을 받고 싶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림 그리는 붓과 수첩을 가지고 싶다고 하였다. 시간이 흘러 칭찬 스티커가 20개, 30개 채워지면서 아이의 마음은 변해갔고 마침내 칭찬 스티커가 60개가 되었을 때 아이는 멋지고 큰 RC Car를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부부는 흔쾌히 가지고 싶다는 선물을 바꾸어 주었고 주말에 아이랑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장난감 가게에 가서 사기로 했다.


주말 아침 10시. 대형 쇼핑몰이 문 열자마자 장난감 가게에 도착하여 아이 손을 잡고 RC Car 코너에 갔더니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가 눈앞에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 날렵하게 생긴 스포츠카, 듬직하게 생긴 트레일러, 귀엽게 생긴 미니카, 멋지게 생긴 SUV, 튼튼하게 생긴 오프로드 버기카 등등이 진열되어 아이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모양이 같아도 색이 다르면 또 느낌이 다르니 처음 마주할 때 밝고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표정을 보였던 아이는 점점 고민에 휩싸여 갔다. 아마 아이 마음속에는 이 자동차들 다 데리고 집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하나만 골라야 하기에 고민의 시간은 길어져 갔다. 그렇게 골똘히 고민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고 어렸을 적 내 모습이 겹쳐 보여 재밌기도 했다. 전시된 자동차들이 얼마나 멋지고 갖고 싶게 생겼는지 아마 나한테 고르라고 해도 충분히 고민에 빠질 행복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아이를 기다려 주다 지친 와이프는 쇼핑몰 다른 곳을 구경하고 온다고 했고 옆에서 나도 다른 장난감을 구경하면서 기다렸다. 약 한 시간 동안 고르고 고른 아이는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아이가 선택할 마지막 후보들은 커다랗고 듬직하게 생긴 트레일러 RC Car와 멋지게 생긴 SUV RC Car 였다. 두 자동차를 두고 고민하는 아이의 시선과 손은 꼼꼼했고 머리와 마음은 바빴다. 누구를 집에 데려갈 것인가. 또다시 고민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얼마나 고민이 되었는지 트레일러 RC Car를 골라 계산대에 가던 와중에 마음이 바뀌어 다시 SUV RC Car로 바꿔서 계산을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고른 RC Car가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오는 차에서도 RC Car를 품에 꼭 안고 돌아옸다.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동안 포장을 빨리 풀어보고 싶어 동동거리는 발걸음과 마음 가득한 기대감에 집에 도착했더니 부리나케 RC Car 포장을 풀기 시작했다. 포장을 풀어 RC Car를 요목조목 관찰하고 조종해보며 새롭게 발견한 것이 하나라도 보이면 옆에 와서 미주알고주알 자랑하였다. 그렇게 신나게 가지고 놀던 RC Car가 얼마나 소중한지 장난감 박스를 버리지도 않았고 잠잘 때는 박스 안에 RC Car를 소중하게 보관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런 아이를 보니 내가 어렸을 적 추억이 생각났다. 나도 어렸을 적 가장 가지고 싶어 했던 장난감 중 하나가 무선 조종 자동차(RC Car)였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문구점에 들리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멋지게 전시되어 있는 RC Car를 넋을 놓고 보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딱 한 번 부모님이 큰 마음을 먹고 RC Car를 사준 적이 있었다. 얼마나 기뻤던지 하루 종일 가지고 놀고 잠잘 때도 머리맡에 모셔두고 다음날 또 가지고 놀았다. 그렇게 몇 달을 고장 나기 전까지 가지고 놀았고 고장이 난 후에도 소중히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 나는 성인이 되었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으며 RC Car를 취미로 하진 않지만 아이가 RC Car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어렸을 적 모습과 그걸 귀엽게 바라보았을 내 부모님이 생각났다.




Photo by Jon Amir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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