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가 때 잠시 다이소에 들렸었다. 늘 그렇듯 다이소에는 다양한 물건이 있었고 우리에게 필요한 커다란 종이컵을 사서 나오려는 데 아이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아이: (기다려달라는 듯이) 아직 나 구경 안 끝났어~~
나: (당황하며) 응? 구경 안 끝났어?
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나 조금만 더 구경할래~
여기저기 구경하던 아이의 발길은 장난감 코너에서 서성이다가 결국 마술놀이 세트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아이의 입에선 차마 사달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의 행동을 보면 사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는 듯하여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나: (아이를 바라보며) 준형아~ 이거 사고 싶어?
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이거 궁금해 사고 싶어~
나: (아이를 설득하며) 그럼 이번에는 놀러 왔으니까 집으로 돌아가서 그때도 사고 싶으면 동네 다이소에서 사줄게~
아이: (사고 싶지만 꾹 참으며) 그럼 집에 가면 꼭 사줘야 돼~ 알았지?
휴가지에서 마술놀이 세트를 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약속을 까먹지 않고 돌아온 다음날부터 마술놀이 세트를 사러 가자고 졸랐다.
아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이며) 아빠!
나: (갑작스러운 부름에 긴장하며) 으응? ㅎㅎ
아이: (기대하며) 마술놀이 세트 언제 사러 가?ㅎㅎ
나: (기억이 나면서) 아! 맞다!! 밖에 엄청 더운데 지금 갈 수 있겠어?
아이: (당연하다는 듯이) 응!! 지금 갈래!!
날은 한참 더운 2시. 마술놀이 세트를 사고 싶은 적극적인 아이를 위해 양산(우산)을 들고 동네에 있는 다이소로 출동했다. 가면서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살짝 했지만 다행스럽게 마술놀이 세트는 5종류나 있었다. 아이에게 고르라고 시간을 주자 행복한 표정으로 사고 싶은 마술놀이 세트를 고르고 있는 아이를 보니 내가 어렸을 적 동네 문구사에 들락거렸던 일이 생각났다.
내가 어렸을 적 국민학교(중간에 초등학교로 변경된) 정문 옆에는 문방구 3~4개와 서점 2개가 있었다. 그래서 작은 용돈을 가지고 문구류나 장난감을 사기 위해서는 학교 앞 줄지어 늘어서 있는 조그마한 문구사를 가야 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아주 작은 구멍가게 수준이었겠으나 그 당시 나에겐 커다란 곳이었다. 그곳에 가면 없는 것이 없었고 신기한 문구류와 멋있는 장난감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어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어쩌다 아빠 손을 잡고 문구사에 가면 마음에 꼭 드는 물건 하나만 사기 위해 한참을 고민했었더랬다. 그렇게 고민하던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 손을 잡고 아이 장난감을 사주러 다이소에 왔다. 이제 동네 문구사보다 이런 다이소 같은 곳이 아이에겐 더 익숙하지만 아이가 행복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의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내 손을 잡고 문구사에 갔을지 상상이 갔다.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 오늘도 아이 손을 잡고 집을 나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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