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뒤쫓아 다니다 체력 방전.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떠난 워터파크 여행. 집에 가까운 워터파크가 아닌 속초에 있는 워터파크에 갔기에 속초 여행 둘째 날에 워터파크로 향했다. 오랜만에 워터파크라 우리 가족은 모두 기대감에 한껏 부푼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잠시 주춤. 그렇지만 우리 가족은 워터파크니 아무 문제없을 거로 생각하고 워터파크로 향했다.
막상 워터파크에 도착하고 나니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8살 아이 체력이었다. 누가 그러던가 ‘힘세고 오래가는 8살 에 OOO 저!!’ 우리 집 아이가 딱 그랬다. 10시 30분부터 시작된 물놀이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이 차갑다는 핑계 대고 온수 풀에서 5분. 밥 먹어야 한다는 핑계 대고 식당에서 20분. 엄마가 좋은 곳 있다고 구경하러 가자는 핑계 대고 5분. 아이가 힘들까 봐 여기저기 들리면서 쉬었으나 아이의 체력이 먼저 떨어진 것이 아니라 뒤쫓아 다니는 내 체력이 먼저 떨어졌다. 어찌 된 일인가. 일주일에 하루 축구 수업 가는 아이가 일주일에 2~3번 배드민턴 치러 가는 나보다 체력이 좋다니. 어쨌든 지치지 않는 아이 덕에 나는 밥 먹을 때와 잠깐 쉴 때를 제외하고 계속 물에 떠다니며 아이를 뒤쫓아 다녔다. 와이프는 1~2시간 후 춥고 힘들다며 따뜻한 온수가 있는 온수 풀에 있겠다며 가버렸다. 처음이었다. 자그마치 워터파크에 와서 온수 풀에서 쉬고 있는 와이프가 부러워진 것은.
오랜만에 워터파크에 왔지만, 비 내리는 날이라 이용자도 적어서 워터 슬라이드 대기자가 거의 없었다. 대기하러 가면 바로 탈 수 있을 정도라 아이랑 다 같이 보트형 워터 슬라이드를 타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고 보니 최소 신장 기준 120㎝를 통과해야 했다. 다행스레 아이의 키는 123㎝ 통과다. 키 제한을 통과하고 나니 바로 앞에 펼쳐진 3층 높이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어렸을 적 2층 높이의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본 경험으로 고소공포증을 가지게 된 나만 문제인가 생각했는데, 2층을 지나쳐 3층을 올라가려는 찰나 아이가 무섭다며 한 걸음도 더 떼지 못했다. 아뿔싸! 보트형 워터 슬라이드를 탈 기회는 이렇게 날려버리게 되었다. 아쉽게 워터 슬라이드를 뒤로 하고 놀기 시작했으나 아이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고 우리가 갔던 워터파크는 5시면 마감이어서 아이에게 4시쯤 나가자고 꼬셨다.
나: (아이를 꼬시듯이) 준형아 여기 워터파크가 5시에 끝난데~ 우리는 그것보다 조금 빨리 나가자~ 4시 어때?
와이프: (눈을 크게 뜨며) 4시? 3시가 아니고??
아이: (단호하게) 안돼~ 5시~~ 5시! 5시!
다행히 5시에 워터파크에서 나오자는 아이를 간신히 꾀어서 4시로 합의를 보았다. 3시 반쯤 되니 내 체력은 이미 너덜너덜해졌고 그런 나를 본 와이프가 나를 쉬게 하고 아이랑 마지막까지 놀아주었다. 물론 워터파크를 나오자마자 아이는 피곤해했고, 피곤한 아이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 숙소에 도착해서 거의 바로 잠들었다. 하지만 아이의 체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나와 와이프의 체력은 갈수록 약해지니… 아이랑 물놀이하는 것도 쉽지 않아 지는 듯하다.
바닷가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도 나도 해수욕장을 그다지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어렸을 적 여름 물놀이는 항상 계곡이었었다. 심지어 시골 할머니 집에선 걸어서 100m만 가도 바닷가 모래사장 해변이 나왔지만 좋아하지 않았고 여름 물놀이는 항상 계곡이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 워터파크를 알게 되었고 아이랑 계곡을 다녀와 보기도 했지만 조금 더 편한 마음에 워터파크만 가게 되었다. 이러다 아이의 물놀이 추억 속에는 워터파크만 기억에 남을 듯하지만 워터파크 말고 뒤쫓아 다니며 뒷바라지한 힘든 표정(?)의 아빠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웃음).
**상단 이미지 Photo by Yianni Mathioudaki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