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법이 정한 건축 환경과 도시 생활의 영향
프랑스의 건축 및 주거법 (CCH : Code de la construction et de l’habitation)은 단순한 법전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시간과 공간을 기록하고, 시민의 삶과 권리를 설계하는 살아 있는 문장이다. 건축과 주거에 관한 규정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기술 기준부터 주거 복지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1978년 기존의 다양한 도시계획 및 주택 관련 법령을 정비하며 독립적으로 제정된 이후 [1], 사회 변화와 정책 방향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정되어 왔다. 도시와 사회가 함께 써 내려가는 시간의 흔적을 법이라는 문장에 담아내는 것이다.
CCH는 입법부 조항(‘L’로 시작), 규제부 조항(‘R’로 시작),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되며, 전체는 총 8개의 권(Livre)으로 나뉜다 [2]. 각 권은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1. Livre I : Construction, entretien et rénovation des bâtiments (건물의 건축, 유지 및 리노베이션) - 건물의 전체 수명주기를 규정하며, 건축 안정성, 에너지 효율, 방음, 화재 안전, 접근성 등 다양한 기술·환경 기준을 담는다.
2. Livre II : Statut des constructeurs (건설업자의 지위) - 건설업자의 권리, 의무, 책임 및 보험 가입을 규정하며, 도시의 시간과 질서를 구현하는 주체들의 역할을 기록한다.
3. Livre III : Aides diverses à la construction d'habitations et à l'amélioration de l'habitat (주택 건설 및 주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지원 – 맞춤형 주거 보조금) - 주택 건설과 주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재정 지원을 규정하며, 물리적 공간이 사회적 연대를 담도록 조율한다.
4. Livre IV : Habitations à loyer modéré (저가 임대주택, 사회주택) - 저가 임대주택의 건설, 관리, 임대 조건을 규정하며, 사회적 포용성과 형평성을 도시 공간 속에 심는다.
5. Livre V : Lutte contre l'habitat indigne (부적절한 주거환경에 대한 대응) - 부적절한 주거환경을 조사하고 개선 절차를 규정하며, 도시가 과거의 상처와 불균형을 기억하고 교정하도록 한다.
6. Livre VI : Mesures tendant à remédier à des difficultés exceptionnelles de logement (주거의 특별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 - 주거 난민과 긴급 상황에 대한 특별 주거 지원 조치를 명시하며, 도시가 시간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기록한다.
7. Livre VII : Immeubles relevant du statut de la copropriété (공동소유 건물에 관한 규정) - 공동소유 건물의 관리와 공동소유자의 권리 및 의무를 규정하며, 공동체적 삶의 규범을 법으로 편집한다.
8. Livre VIII : Aides personnelles au logement (개인 주거 보조금) - 개인 주거 보조금의 지급 기준과 신청 절차를 규정하며, 시민 개개인의 삶을 도시 시간 속에서 보호한다.
최근 CCH의 중요한 전환점은 2021년 구조 개편이다 [3]. 2020년 ESSOC II 법률과 2021년 시행령에 따라 추진되었으며, 법 적용의 명확성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에는 기술 규정과 행정 절차가 뒤섞여 있어 법이 도시와 시민의 삶을 설계하는 방식이 다소 불분명했지만, 이번 개편으로 두 영역이 명확히 분리되었다.
이처럼 CCH가 담고 있는 철학은 실제 법과 제도를 통해 현실 속에서도 구현된다. 2018년 제정된 ELAN 법(Loi ELAN) [4]과 2019년 시행령은, 신축 공동주택의 20%를 즉시 장애인 접근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나머지 80%는 필요시 전환 가능하도록 만드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다 [5]. 또한 2021년 구조 개편과 ‘동등한 효과의 대안(Solution d’effet équivalent)’ 개념은, 법을 문자 그대로 따르지 않더라도 동일 수준의 안전과 성능을 입증하면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통해 CCH는 단순한 기술 규정이 아니라, 도시의 물리적 공간 속에 사회적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녹여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CCH는 실제 생활 속에서도 도시의 시간과 공간을 기록한다. 장애인이나 이동 제한자의 주거 접근성을 보장하는 규정은 Livre I, Titre VI에 명시되어 공공건물과 주택 설계 기준을 구체화하며, 사회주택 관련 조항(Livre IV)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개발, 임대 규제, 세제 혜택 등을 포함해 물리적 공간 속에 사회적 형평성을 구현한다. 에너지 성능, 접근성, 기후 변화 대응 등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규정은 도시가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도 시민 삶의 질을 기록하고 유지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결국 건축 및 주거법은 단순한 기술 규정이 아니라, 도시가 시간을 쓰고 공간을 기록하는 문장이다. 법과 제도는 도시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며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도록 안내한다. CCH의 각 권과 조항은 도시가 어떤 땅을 지키고, 어떤 공간을 재구성하며, 어떤 사회적 원칙을 반영할지 기록하는 살아 있는 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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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e décret n° 78-621 et le décret n° 78-622 du 31 mai 1978 portant codification des textes concernant la construction et l'habitation, 1978년 5월 31일 자 제78-621호, 제78-621호 법령, 건축 및 주거에 관한 법령들의 제1부(입법 부분), 제2부(규제 부분) 통합에 관한 법령
[2] 법규 전문, https://www.legifrance.gouv.fr/codes/texte_lc/LEGITEXT000006074096
[3] Réécriture des règles de la construction : nouvelle version du Livre Ier du code de la construction et de l’habitation. Ministère de la Transition écologique, 프랑스 생태전환부, “건축 규정 재작성: 건축 및 주거법 Livre I의 새로운 버전, https://www.ecologie.gouv.fr/politiques-publiques/reecriture-regles-construction-nouvelle-version-du-livre-ier-du-code?
[4] ELAN 법(Loi n°2018‑1021 du 23 novembre 2018, Évolution du Logement, de l’Aménagement et du Numérique)은 프랑스 주거·건축 정책을 현대화하고, 접근성, 사회주택, 도시 재생, 디지털화 등을 규정한 법률이다.
[5] Code de la construction et de l’habitation, Article L.111‑7‑1, 1° — ELAN 법 개정 조항에 따라 신축 공동주택의 20%는 의무적으로 장애인 접근 가능(logements accessibles)으로, 나머지는 전환 가능(logements évolutifs)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행령 (Décret n°2019‑305 du 11 avril 2019)에 따라 해당 법률 조항은 2019년 10월 1일부터 건축허가서가 제출되는 공동주택에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