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로 설계된 프랑스 도시

1.4 법과 제도가 도시 공간을 조직하는 원리

by Jeonghoon KIM

프랑스에서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창출하는 행위를 넘어, 공공질서와 공동체의 이익을 조율하는 제도적 실천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 중심에는 도시계획법(Code de l’urbanisme)과 건축 및 주거법(Code de la construction et de l’habitation)이 있으며, 이 두 축은 건축을 개인의 창작이자 동시에 공공성과 조화를 이루는 행위로 정의한다. [1] 즉, 건축가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존중되지만, 그 표현은 항상 도시적 맥락과 법적 제약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건축허가(Permis de construire)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심사를 통해 도시계획적, 환경적, 미학적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받는 복합적 행위이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건물의 형태와 규모, 재료와 위치뿐 아니라, 건축 행위가 전체 도시 맥락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에 대한 계획도 제출해야 한다. [2] 예를 들어, 공공광장이나 역사적 거리와 인접한 건물은 주변 경관과의 조화, 기존 건물과의 높이·재질·색상 적합성까지 세밀하게 검토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각 지방의 도시계획 문서인 PLU (Plan Local d’Urbanisme 지역도시계획)이다. [3] PLU는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도시계획 문서로 건축 가능 구역, 용도 지역, 건폐율, 고도 제한, 교통망 연계, 경관 유지 등 다양한 규제 요소를 포함하며, 단순히 ‘어디에 건축이 가능한가’를 넘어 ‘어떻게 건축되어야 하는가’까지도 일정 수준에서 안내한다. 이러한 PLU는 주민 참여와 공공 협의를 기반으로 수립되며, 도시 공간을 개인의 사적 소유가 아닌 사회적 규범이 적용되는 공적 구조로 전제한다. 외벽 재료, 색상, 건물 형태와 같은 세부 사항은 대부분 PLU에서 정해진다. 그리고 현재 Sites Patrimoniaux Remarquables(SPR) 등 문화유산 보호 구역과 연계된 경관·건축 규제에서 추가로 정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PLU는 주민 참여와 공공 협의를 기반으로 수립되며, 도시 공간을 개인의 사적 소유가 아닌 사회적 규범이 적용되는 공적 구조로 전제한다. 프랑스의 건축과 도시계획 관련 법률의 상세한 내용은 차후 살펴볼 수 있다.


그림 1. 파리시 PLU의 높이제한 도면 (출처 : © ville de Paris)


예를 들어, 프랑스의 많은 역사적 도시 중심지(Centre historique)에서는 기존 건물의 높이를 넘는 신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외벽 재료나 색상까지도 도시 이미지의 일관성과 맥락을 고려해 세밀하게 규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Monument historique)의 경우 철거 및 신축 자체가 금지되기도 하며, 이는 도시 전체의 기억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물론 이러한 정교한 규제가 항상 긍정적인 평가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건축가와 개발자는 규제가 창의적 설계나 친환경 기술 적용을 제한한다고 지적하며, 동일한 PLU 조항의 해석 차이로 행정기관 간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허가가 예정보다 늦어지거나 반려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은 제도가 도시적 맥락과 공공적 가치를 우선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6년에 제정된 법(Loi)인 창작의 자유, 건축 및 문화유산에 관한 법률 (LCAP)[4] 은 이러한 기존의 법전적(Code) 틀을 보완하며, 건축의 창작 자유와 공공성의 균형을 현대적으로 강조한다. LCAP는 특히 150㎡ 이상 주거 건축물에서 건축가 참여를 의무화하고, 건축 허가 절차의 효율화, 문화유산 보호와 현대 건축의 조화를 촉진한다. 건축 허가 절차 효율화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지만, 실제 적용은 지방정부와 기존 법령과 연계되어 진행된다. 이러한 제도적 구상은 건축 창작의 자유, 공공성, 그리고 문화유산 보호를 하나의 법적 틀 안에 통합한 프랑스만의 독특한 모델로 평가되며, 다른 나라의 분리된 제도 구조와는 구별된다. 이를 통해 프랑스 건축의 공공적·사회적 의미가 한층 강화되었다.


2025년 공사 중인 투르 트리앙글의 모습 (La Tour Triangle) (사진 출처: © Vincevinss, via Wikimedia Commons, CC BY 4.0)


투르 트리앙글 (La Tour Triangle) 프로젝트는 프랑스 건축 제도와 도시계획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파리 15구 포르트 드 베르사유 (la Porte de Versailles) 인근에 위치하며, 높이 180m, 42층, 총 연면적 92,000㎡ 규모의 피라미드형 마천루로 계획되었다. 스위스 건축가 에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의 설계로 2008년에 공식발표한 이 프로젝트의 계획안은 사무실, 호텔, 문화시설, 전망대 등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 파리 시의회에서 공공성 부족과 환경적 우려를 이유로 부결되었다가, 2015년 정치적 논쟁 끝에 재승인을 받았다. 이후 2017년 건축허가(permis de construire)가 발급되었으며, 2019년에는 제기된 행정소송에도 불구하고 파리 행정법원이 해당 허가의 합법성을 인정하였다. 논란의 핵심은 초고층 건물의 높이와 파리 도시 경관·문화적 맥락과의 조화, 환경적 영향, 그리고 대규모 사무공간 공급과 공공적 가치 제공 간의 균형 문제였다. 이 과정은 PLU 개정과 건축허가 절차가 단순한 행정적 수순이 아니라, 도시적 맥락·공공성·법적 제약을 함께 조율하는 제도적 장치임을 보여준다.

투르 트리앙글 사례는 설계자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도시 경관, 공공성, 환경 규제 간의 긴장을 보여주며, 프랑스 건축 제도의 특징인 개인 창작과 공공성의 균형을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설명할 수 있게 한다.


프랑스의 제도적 기반은 건축을 도시라는 사회적 텍스트 안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도시는 그 자체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건축은 그 이야기의 문장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장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규범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해석의 틀로 작동하며,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고 도시의 일관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점에서 프랑스 건축제도는 개인적 창작과 공공성의 균형을 법과 제도로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독특하고 체계적인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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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de de l’urbanisme, Art. L.101-2.


[2] Code de l’urbanisme, Art. R.421-1 ~ R.431-16.


[3] 2024년 후반기부터 파리시는 기후 변화대응과 생태전환을 위한 도시계획 강화 목적으로 생태기후 대응형 지역 도시계획(PLUb : Plan Local d'Urbanisme bioclimatique)으로, 툴루즈시는 도시와 인접지역 (광역 공동체)의 통합적 도시계획과 주거정책을 연계하기 위해 2025년 후반기부터 지역 주거정책 통합형 광역 도시계획(PLUi-H : Le Plan Local d'Urbanisme intercommunal tenant lieu de Programme Local de l'Habitat)이라는 명칭으로 각각 변경하였다. 다른 도시나 공동체들도 자신들의 여건과 일정에 따점진적으로 변경하고 있다.


[4] LCAP(LOI n° 2016-925 du 7 juillet 2016 relative à la liberté de lacréation, à l'architecture et au patrimoine) : 프랑스 건축법 제도의 현대적 보완 법률로, 건축가의 창작 자유 보장, 문화유산 호, 현대건축과 도시 맥락의 조화, 건축 허가절차 효율화 등을 규정하며 기존 법전(Code) 체계와 연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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