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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기 Jul 28. 2021

01 이혼? 할라고? 정말 할라고?

이혼을 결정하기 전에

몽롱하다. 꿈속인듯. 아! 깜빡했다. 토요일이 공휴일이었는데. 남은 약이 없었다.  역시나. 잠을 못 잤다.

만 5년 동안 먹어왔는데 항상 병원 가는 날을 세지 못한다. 아니 한 번도 세어 본 적이 없다.

언제 약이 떨어지는지.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지.

운이 좋으면 토요일에 가서 약을 타오고, 운이 나쁘면 며칠 뱃멀미를 앓아야 한다.


3일 뒤면 심문 기일이 돌아온다. 양육비 이행 관련 심문기일.

지아는 2015년 6월 5일 이혼했다.

2006년 1월 16일에 결혼했고 만 9년 5개월 만이다.

지금은 이혼한 지 만 5년이 지났고  

아직도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재판이 제발 마지막이길.


자식이 있는데 이혼을 하는 건 참 어렵다. 아니 힘들다.

이혼을 할 수 있다. 그래. 마음은 변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겠는가. 싫어질 수 있다. 그리고 헤어질 수 있다.

연애했다 헤어지듯. 결혼했다 이혼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자식이 더해지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재산 분할? 그래. 더럽고 치사하지만 그냥 이런저런 거 신경 쓰기 싫으니 대충 합의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식이 있다면?

돈이 필요하다. 아이를 평생 키우려면. 한 번 끝나면 재산 분할은 돌이킬 수 없다. 확실히 해야 한다.

이때부터 진흙탕 싸움은 시작된다. 여기서 사람의 추악한 밑바닥을 볼 수 있다.

확실히 알 수 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제일 지질한 인간 유형은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는 유형이다. 지아의 경우가 그랬다.

지아의 전남편 동건이 먼저 이혼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동건의 기억은 왜곡됬다.

지아가 이혼을 요구했으며 지아가 바람이 났고 모든 불운은 지아 탓이었다.


여기서 잠깐. 아이가 없다면 이런 연결 고리가 생길 일이 없다.

이혼을 하는 순간. 바이 바이 하면 되니까.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양육비 문제가 생긴다. 

엄청난 재력가라면 더럽고 치사하다며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지아는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다. 그럴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한 푼이 아쉬우니. 그 한 푼으로 내 아이의 삶의 질이 달라지니.

정서적인 교감과 사랑? 당장 아이가 먹고 싶은 걸 못 사주는데?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다.

그 허기를 감정으로 채워줄 수 있을까?

옛 유행가가 떠오른다.


우리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이혼 그리고 양육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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