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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재혁 Jan 12. 2024

계약금을 돌려드렸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곽재혁입니다.


작년 10월 말에 중간 원고 보내드린 이후로 두 달이 훌쩍 지나가고 해가 바뀌었습니다.

12월에 대표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후에도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그런데 아직도 마음을 잡고 글을 다시 시작해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저도 왜 그런지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사실 5년 전까지만 해도, 출판사와 계약된 상태로 제 이야기를, 그것도 픽션을 써나가는 일은 저의 염원이었는데 말입니다.

그토록 바라던 일을 마침내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왜 제 마음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는 걸까요?


대표님을 마냥 기다리게 하는 것도 죄송하고, 마음의 부담을 안은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제게도 힘든 일이네요.


일단 계약을 물리고 계약금을 돌려드렸으면 합니다. 

계약된 상태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대표님들께 너무 죄송하고 저 또한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이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싶은 열망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꼭 쓰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쓸 수 있을 거라는 약속을 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단 계약을 물렸으면 하는 것입니다.

언제가 되든 제가 한 권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글을 쓰게 되면 다시 대표님께 연락을 드릴게요.


부디 지금의 제 상황과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안녕하세요.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고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죠.

선생님께서 지금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계신가 봅니다.

처음 만나 뵈었을 때 주신 책을 읽어 보고

선생님께서 이 기획에 맞는 글을 훌륭하게 쓰실 거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 확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터널을 통과하시고 나면 어린이 독자의 사랑을 받는 책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는 계약금을 돌려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만

지금은 선생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편집자는 어쩔 수 없이 작가분께 부담을 드릴 수밖에 없는데

이번 일의 부담감 때문에 너무 힘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술술 풀리는 때가 오면

꼭 저희한테 먼저 연락 주셔야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곽재혁입니다.


조금 전에 입급해드렸습니다.

제 심정과 상황을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


일단 부담감을 벗고 현생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불꽃이 피어오를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올 거라 믿습니다.


부디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하루 빨리 제 사랑스러운 주인공들과 다시 마주할 날이 오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저는 그저 제게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겠습니다.

부디 이별이 길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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