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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재혁 Jul 07. 2019

어느 브런치 죽돌이의 노트북

브런치 3개월 차 작가의 브런치 예찬

 어제저녁, 글맛 작가님 글에 단 내 댓글에 이런 대댓글이 달렸다.


 '글맛 : @곽재혁 거 브런치에 너무 죽치고 계신 거 아닙니까? ㅋㅋ'


 나는 곧 이렇게 답했다.


 '곽재혁 : @글맛 네, 브런치 죽돌이 맞습니다.^^'


 레지던트 시절에는 주말 오프 때마다 이태원이나 홍대 앞으로 출근하는 클럽 죽돌이 노릇도 해 봤고, 결혼 전엔 게임 경험치 쌓듯 백화점 마일리지 획득에 집착하는 신세계 죽돌이도 해봤던 나다.

 그랬던 내가 요즘엔 브런치에 빠져 산다.

 브런치를 시작하고부터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는 바람에, 얼마 전 고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갈아타야 했을 정도다.


 대체 브런치의 어떤 매력이 나를 죽돌이로 만든 것일까?




 사실 나는 얼마 전까지 '댓글 공포증' 환자였음을 고백한다.

 브런치 활동 초창기에만 해도 나는, 내가 올린 글에 달린 댓글을 잘 읽지 못했었다. 

 드물게 몇 번은 바로바로 읽고 답한 적도 있지만, 그건 멘탈 컨디션이 아주 양호할 때만 가능한 특별 케이스였다. 대개는 댓글이 달린 지 며칠이 지나서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은 후에야 쌓인 댓글들을 몰아서 읽곤 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브런치의 다른 작가님들처럼 댓글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바로 해드리지 못했던 나였다.


 나의 '댓글 공포증'은 2년 전 M 플랫폼에 웹소설을 무료로 연재했을 당시에 얻은 병이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크고 무겁게 받아들일 일도 아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1주일 동안 절필해야 했을 정도로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더랬다. (실제로 그 무렵, 해당 플랫폼에 연재하던 작가가 댓글 공격을 받고 자살 시도를 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카카오페이지 등 여러 플랫폼에 유료 연재를 시작한 후엔, 아예 댓글을 거의 읽지 않았다.


 대놓고 욕하는 악플이면 차라리 괜찮다. 그냥 무시하면 되니까.
 그런데 애독자 코스프레로 시작해서는 작가의 영혼을 교묘히 파고들어 결국 깊숙한 치명상을 입히고 마는 '악플 아닌 척하는 악플'이 몇 배 더 나쁘다.
 대체 무슨 연유에서인지 작가의 멘탈을 뒤흔들어놓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악플러가 이 세상엔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칼만 안 들었다 뿐이지, 그건 엄연한 범죄 행위가 맞다.




 그런 내 몹쓸 병을 고쳐준 것이 바로 브런치다. 


 저마다 마음속 소중한 보석을 갈고닦는 작가인 동시에 그 누구보다 진중한 독자이기도 한 브런치 주민 여러분 덕분에, 나는 다시 누군가와 소통할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작가가 아닌 순수한 독자 여러분의 성원 또한 큰 힘이 되었다.


 말하자면, 브런치는 나에게 소통능력을 되찾아준 재활원 같은 공간이다.

 

 그러니 내가 어찌 브런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브런치에 대한 나의 애정을, 내 노트북 표면에다 표현하기에 이른다.



 지난 2019 서울국제도서전 브런치 부스에서 받은 스티커를, 내 맥북 프로에다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이다.


 "사과 로고를 왜 가렸어?"


 아내는 예쁜 로고를 가렸다며 내게 핀잔을 줬다.


 하지만 뭘 어떡해?

 내 눈엔 사과 로고보다 저 브런치 로고가 더 예뻐 보이는 걸….



브런치,
그리고 브런치 주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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