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지나서도 못 걷는 우리 아이, 언제까지 기다려봐도 될까?
우리 딸은 걸음마가 좀 늦은 편이었다. 가구나 난간을 붙잡고는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면서도, 혼자서는 좀처럼 걸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을 잡아주면 몇 발짝 떼다가도, 손을 놓으면 금세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곤 했다. 때가 되면 다 걸을 텐데, 그땐 왜 그리도 조바심이 났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안달할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이의 발달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때론 급작스러운 변화에 놀라기도 하다가, 혹여 또래보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는 것처럼 보이면 애가 탈 때도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기다려봐도 괜찮은지, 정확히 언제까지 특정 발달 소견이 나타나지 않으면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지 정확히 알지 못해 답답한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 글을 통해 아이의 운동 발달과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보고, 발달 지연 소견을 보일 때 보호자가 취해야 할 조치를 알려드릴까 한다.
Q. 운동 발달의 순서와 시기가 궁금해요!
- 원시 반사 : 갓 태어난 신생아는 주로 팔다리를 구부리고 있으며 원시 반사(모로 반사, 잡기 반사, 보행 반사)가 살아 있다. 바로 누워 있을 때는 머리를 한쪽으로 돌리고 그쪽 팔다리를 펴는 비대칭 긴장 목반사(asymmetric tonic neck) 자세일 때가 많다. 생후 1개월 무렵에는 바닥에 엎어놓으면 턱을 들고 머리를 좌우로 돌릴 수 있게 된다.
- 자발적 운동 : 생후 3~4개월에는 원시 반사들이 약해지면서 자발적 운동이 출현한다. 생후 3개월이 되면 엎드린 자세에서 팔을 뻗어 머리와 가슴을 들게 되고, 4개월에는 손이나 손목으로 지탱하며 머리와 상체를 수직으로 들 수 있게 된다. 비대칭 긴장 목반사가 소실되어 양손을 모아 몸 가운데서 물체를 다루게 되며, 팔과 다리도 대칭인 자세를 취한다. 물체를 보고 팔을 움찔거리거나 손을 뻗쳐 잡으려고 한다.
- 목 가누기 : 3개월에는 앉힌 자세에서 머리를 약간 가누며, 4개월에는 바로 누운 자세에서 붙잡아 일으켜 앉히면 머리를 가눌 줄 알게 된다.
- 뒤집기 : 4~5개월이 되면 뒤집기를 할 수 있다. 엎드린 자세에서 바로 누운 자세로 뒤집기가 먼저 가능해진 후에, 바로 누운 자세에서 엎드린 자세로 뒤집을 수 있게 된다. 뒤집기를 하지 않고 바로 앉거나 기는 아이도 있으며, 특히 바로 누운 자세로 키운 아이는 엎드려 키운 아이보다 뒤집기가 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 앉기 : 7개월경에 혼자 앉을 수 있고 9개월에는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10개월에는 혼자 일어나 앉을 수 있다.
- 기기 : 7개월 경에는 배밀이를 할 수 있고, 8개월에는 네 발로 기어다닐 수 있게 된다.
- 서기 : 10개월에는 붙잡고 일어설 수 있으며, 12개월이 되면 혼자 일어설 수 있다.
- 걷기 : 10개월이면 양손을 잡고 한두 발짝 뗄 수 있고, 가구를 잡고 걸을 수 있다. 12개월 경이 되면 혼자 걸을 수 있는 아이가 많아진다. 15개월에는 혼자서 잘 걸을 수 있게 된다.
- 뛰기 : 18개월에는 서투르지만 뛸 수 있고, 24개월이 되면 능숙하게 잘 뛴다.
- 층계 오르기 : 15개월에는 층계를 기어올라가고, 18개월에는 한 손을 잡아 주면 층계를 올라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24개월이 되면 혼자서 한 번에 한 계단씩 층계를 오르내릴 수 있게 되며, 30개월에는 한 발씩 번갈아 딛으며 계단을 오른다.
- 자전거 타기 : 36개월에는 세발자전거를 탈 수 있다.
- 한 발로 서기와 뛰기 : 36개월에는 한 발로 잠깐 서 있을 수 있고, 48개월에는 한 발로 뛸 수 있으며, 60개월에는 한 발씩 번갈아 들고 뛰거나 줄넘기를 할 수 있다.
Q. 운동 발달이 정상적으로 출현하는 시기보다 늦어질 경우, 발달 지연을 의심해야 하나요?
운동 발달 속도는 개인에 따라 매우 큰 차이를 보이며, 소아의 운동 발달 수준은 정상 범위가 매우 넓다. 그리고 운동 발달이 순서를 거스르거나 건너 뛰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뒤집기보다 안기를 먼저 하는 아기도 있고, 기지 않고 바로 서는 아기도 있다. 따라서 어느 특정 한 종목만으로 발달 지연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Q. 돌을 훌쩍 넘긴 후에도 걸음마를 못 하는 우리 아이, 언제까지 기다려봐도 될까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운동 발달 속도는 개인차가 큰데, 그 중에서도 특히 혼자 서고 걷는 것은 편차가 더 크다. 활동적이고 겁이 없는 아이는 10개월 무렵부터 걷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조심성 있고 겁 많은 아이는 돌이 한참 지났을 때까지도 보호자의 도움 없이 혼자 서고 걷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발달의 차이라기보다는 성격과 성향의 차이인 경우가 더 많아서, 일찍 걷는다고 해서 다른 발달 영역에서도 앞설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의과대학에서 소아과 교과서로 채택하고 있는 홍창의 소아과학에는 ‘생후 15개월까지 혼자 걷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고 되어 있다. 걸음마가 늦었던 우리 딸 때문에 걱정한 바 있던 나 역시 이 내용을 근거로 15개월까지 참고 기다렸다. 마치 이 교과서의 내용을 증명하듯, 우리 딸은 딱 15개월에 걸었다.
그럼, 교과서 내용과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겠다. 손을 잡아주면 몇 발짝 뗄 줄 아는 아이라면 15개월까지는 기다려보시라. 하지만 만약 생후 15개월이 지나서도 걸음마를 하지 않는 아이라면, 소아과 선생님과의 상담 하에 운동 및 다른 발달 영역에 대한 정밀 평가를 고려해야 한다.
[처음 부모 육아 멘붕 탈출법] 책 소개 링크 >>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479041?Acode=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