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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9. 2021

미국 동부 여행(3)

(2017-06-20) 워싱턴 내셔널 몰

오늘은 워싱턴 여행이다. 구글 지도를 확인해보니 워싱턴까지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나온다. 아침 7시경 호텔을 출발하였다. 아침 식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하기로 하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니 미국 운전자들도 만만치 않다. 조금 속도를 늦추면 뒤에서 빵빵거리기도 하고, 또 차 뒤에 바짝 붙이기도 한다. 운전자들 매너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도인 것 같다. 


나는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거의 과속을 하지 않는 편이다. 안전거리도 충분히 확보하고, 가능한 한 안전위주로 운전을 하는 편인데, 차 뒤에 바짝 붙거나 갈지자로 칼치기하는 녀석들 등 난폭운전자들을 자주 만난다. 여기 미국도 대충 그 정도인 것 같다. 일본의 경우는 고속도로를 달리더라도 과속하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또 차 뒤에 바짝 붙이는 등의 난폭 운전은 거의 않는다.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켜면 대부분 양보해준다. 미국도 선진국이니 그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켜면 오히려 속도를 내서 차선 변경을 방해하는 녀석들이 엄청 많다. 


워싱턴까지의 여행은 오직 스마트폰의 구글맵에만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만약 안된다면 나는 졸지에 미국에 와서 미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스마트폰 충전에 항상 신경이 쓰인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에 들어가니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다. 규모도 매우 작거니와 오픈한 식당이라고는 버거킹 한 곳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햄버거와 콜라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달린다. 


과거 어릴 때 미국 영화를 보면 미국의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와 무척 달라 보였다. 가장 큰 이유가 달리는 차들이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소수의 소형 승용차들만 달렸지만, 미국 고속도로에는 길쭉하고 큰 승용차들이 달리는 광경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리면서 보니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별 차이가 없다. 물론 미국 고속도로는 도로 폭이 넓고, 주위 녹지가 많지만, 깨끗하게 정돈되기는 우리나라 고속도로가 오히려 나은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자동차들의 모양도 세계적으로 거의 표준화되었기 때문에 미국 고속도로를 보고도 그다지 생소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워싱턴 시에 진입할 무렵, 문제가 생겼다. 차에 휘발유가 간당간당한다. 주유소를 찾았으나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다. 구글 지도에서 나타난 주유소를 찾았으나, 지도와는 달리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일단 시내에 들어가면 어딘가 주유소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내셔널 몰(National Mall) 쪽으로 운전해갔다. 그런데 도무지 주유소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할 수 없이 다시 시  외곽 쪽으로 나왔다. 벌써 휘발유 미터에 빨간불이 들어온 후 20-30킬로는 달린 것 같다. 


도저히 구글 지도에만 의지할 수 없어서 차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주유소를 하나 찾았다. 편의점에 딸린 작은 주유소로서 밖에 별다른 주유소란 표시도 해두지 않았다. 우리나라나 일본, 동남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멀리서도 주유소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해두고 있지 않아서 그토록 헤매었지만 주유소를 찾지 못하였던 것 같다. 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우니 부자가 된 느낌이다. 

내셔널 몰 부근에는 도로변 주차장이 많은데 빈자리가 거의 없다. 겨우 몇 군 데 찾았는데, 주차하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하고, 또 뭐니 뭐니 해서 아주 복잡하다. 차를 일단 세운 후 인터넷으로 접속하려 했으나, 마음이 급해서인지 잘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주차를 포기하고, 국회의사당 뒤편 빌딩가로 갔다. 시간당 주차료가 10불 정도 하는 몇몇 빌딩의 유료주차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의 15년 전에 이곳에 한번 온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는 공무 출장이었기 때문에 미국 재무부로 가는 도중에 주마간산 식으로 여기를 지나갔을 뿐이다. 국회의사당 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내셔널 몰 일대를 구경하였다. 내셔널 몰(National Mall)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의 중심부에 위치하는 국립공원이다. 백악관, 국회의사당, 대법원 등 미국의 권력을 구성하는 중심기관들의 건물과 복수의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미술관, 기념관을 따라 정원과 녹지가 펼쳐져 있다. 


내셔널 몰 일대에는 (1) 워싱턴 기념탑, (2) 국립 아메리카 역사박물관, (3) 국립 자연사박물관, (4) 내셔널 갤러리, (5) 국회의사당, (6) 미국 대법원, (7) 백악관, (8) 유리시즈 그랜드 기념관, (9) 아메리카 식물정원, (10) 국립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 (11) 국립 항공우주박물관, (12) 예술산업관, (13) 스미소니언 협회 본부, (14) 국립아메리카 미술관 등 수많은 정부기관과 박물관이 있다. 이것만 다 보더라도 미국의 절반은 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백악관을 구경했다. 생각보다는 크지 않고 소박한 건물이다. 관광객들과 건물과의 거리가 무척 가까워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백악관 담장은 낮은 울타리로 되어 있어 안에 있는 건물이 바로 보였으며, 담장에서 건물까지의 거리도 30-4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이에 비한다면 우리나라 청와대는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경비가 너무 삼엄하고, 또 그만큼 국민들과의 거리감도 느껴진다고 생각된다. 사실 선진국 가운데 국가원수의 관저가 우리나라만큼 국민들과 떨어지고 또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는 곳도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정원을 따라 박물관 방향으로 걸어 내려왔다. 내셔널 몰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넓은 잔디광장은 생각보단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나라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니 여기저기 잔디가 벗겨진 자리가 많았고, 배수가 원활치 않아 진창을 이룬 곳도 발견되었다. 잔디나 정원수가 깨끗이 정리되어 있는 우리나라 관공서 주위 정원과는 대조를 이룬다. 


워싱턴시에 간다고 했을 때 가장 기대를 한 것이 스미소니언 박물관 관람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니 며칠 전에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여야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쉽다. 이름이 많이 알려져 관람객이 많은 박물관들은 대부분 이러한 관람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그다지 인기가 없는 몇몇 박물관을 관람하는데 그쳤다.


날씨가 더우니 걷기가 힘들다. 나무 그늘에 있는 벤치를 찾아 푸드 트럭에서 파는 햄버거와 콜라로 점심을 때웠다. 다시 워싱턴에 올 기회가 언제 있으랴 생각하여 오늘 될 수 있으면 힘들더라도 많이 보고 싶다. 점심을 먹고 힘을 내어 다시 걸었다. 워싱턴 기념탑을 거쳐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걷고 또 걸었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니 저녁이 가까워진다. 익숙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가능한 밝을 때 출발하는 것이 좋다. 오후 5시쯤 워싱턴을 출발하였다. 고속도로에 오르기까지 여러 차례 길을 헤매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분명히 알 수 있게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자칫하면 길을 그냥 지나치고 만다. 고속도로에 올라오니 피로가 몰려온다.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긴장을 하고 운전을 하니 피로감이 한층 더 커진다. 


집사람과 교대로 운전을 하면서 애틀랜트 시티의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8시쯤 되었다. 피곤하였지만 재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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