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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29. 2023

영화: 아바시리 번외지(網走番外地)

홋카이도 광할한 설원 위에서 펼쳐지는 아바시리 형무소 수감 죄수의 탈주극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 <속 아바시리 번외지>(續網走番外地)라는 영화를 소개한 바 있는데, 이 영화는 그 전편이다. 그런데 속편은 강탈당한 보석을 둘러싸고 벌이는 약난 코미디풍의 로드 무비였지만, 이번 영화는 처절한 느낌을 주어 그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속편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645030394


아바시리(網走)는 홋카이도의 동쪽 끝단에 있는 작은 도시로서, 이전에는 이곳에 형무소가 있어서 주로 중죄인이 이곳에 많이 수용되어 있었다. 영화 <아바시리 번외지>(網走番外地)는 아바리시 형무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서 1965년에 제작되었다. 아바시리는 북쪽지방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라 겨울이 되면 눈이 아주 많이 쌓인다. 그리고 앞바다에는 오오츠쿠 해에서 흘러들어온 유빙(流氷)이 온 바다를 하얗게 덮고 있다. 이 영화는 눈 덮힌 아바시리 형무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겨울의 아바시리 역, 기차에서 내려진 사내들은 트럭에 실려 아바시리 형무소로 호송된다. 그 속에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다치바나 신이치(橘真一, 다카쿠라 켄 분)도 포승줄에 묶여 이동하고 있다. 교도소 입소후 감방에 들어간 다치바나는 살인귀 오니도라(鬼寅)와 의형제라 말하면서 감방장을 하는 요다(依田), 그리고 입소 동기인 켄다(権田)와 싸움을 벌여 징벌방인 독박에 갇히게 된다. 

혼자가 된 다치바나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본다. 어린 자신과 여동생을 굶기지 않기 위해 엄마가 불행한 재혼을 한 일, 양부의 횡포를 참지 못하여 엄마와 여동생을 두고 집을 나온 일 등을 회상하며 혼자서 눈물을 흘린다. 도시로 나와 야쿠자가 된 그는 조직의 명령으로 사람을 찌른 후 3년의 징역형을 받고 이곳 아바시리 형무소로 오게된 것이었다.   


입소한지 반년 이상 지났다. 성실하게 노역 일에 땀흘리는 다치바나를 보고, 다른 죄수들은 점수 벌레라고 하면서 비웃는다. 동료들과 또 싸움을 벌여 다시 징벌방에 들어가게 된 다치바나에게 보호사인 쯔마기만이 따뜻하게 상담해준다. 고향에서 온 여동생으로부터의 편지를 보니 엄마가 중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쓰여있다. 이를 동정한 쯔마기는 가석방 절차를 밟아주겠다고 약속하였다. 


한편 요다와 켄다 등은 출옥 계획을 짜고 있는데, 밀고한다면 야쿠자 세계의 의리를 짓밟는 것이며, 말려 들면 가석방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다치바나는 고뇌한다. 탈주 직전에 이들의 계획을 좌절시킨 것은 같은 방에 수감되어 있는 아쿠다(阿久田)라는 노인이었다. 그의 정체야 말로 바로 그 유명한 살인귀 “오니도라”(鬼寅)였던 것이다. 오니도라는 다치바나가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을 알고 목숨을 걸고 그를 구출해준 것이었다. 

다음날 삼림벌채 노역을 위해 트럭에 태워진채 이동하던 요다 등은 도중에 뚜껑없는 트럭에서 뛰어내린다. 켄다와 수갑으로 함께 묶여 있던 다치바나도 요다와 함께 트럭에서 떨어져 탈옥수 신세가 되어버렸다. 간수들이 추격하여 요다와 다치바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체포되었다. 다치바나와 요다는 수갑으로 함께 묶인 몸이라 함께 눈 덮힌 홋카이도 숲 속으로 도주를 한다. 그 즈음 탈옥 보고를 받은 쯔마기는 손에 든 다치바나의 가석방 허가서를 찢어버린다. 


다치바나와 요다는 광막한 눈덮힌 설원 위로 도주를 계속한다. 간수들의 추격을 받으면서도 그들은 할 수 있는 한 몸을 피한다. 설원 한 쪽에 민가가 보인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두 사람은 민가에 들어가 먹을 것을 찾는다. 그 곳은 쯔마기의 집이었다. 요다는 외출에서 돌아온 쯔마기의 아내가 놀라 소리를 지르자 때려서 그녀를 쓰러트린다. 그리고는 둘은 다시 도주를 시작한다. 아내가 탈옥수의 공격에 의해 부상을 당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쯔마기는 분노한다. 


추격대가 바로 뒤까지 추격해왔다. 다치바나와 요다는 근처 철도 공사장에 있는 자재운반 철도차량을 발견하고 거기에 올라탄다. 철도 레일은 심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차량은 가속도를 더한다. 그러다 마침내 차량은 탈선하고 둘은 설원에 내팽개쳐진다. 이 때의 충격으로 요다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 다치바나는 부상을 입어 움직일 수 없는 요다를 두고 떠나려한다. 그러자 요다는 제발 자신을 그냥 두지 말라고 사정을 한다. 이대로 방치된다면 동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치바나는 악독하기 짝이 없는 요다를 데리고 갈 마음이 전혀 없다. 다치바나가 등을 돌리자 그 악독하던 요다 입에서 “엄마...”라는 소리가 나오며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보고는 다치바나의 마음이 움직인다. 걸을 수 없는 요다를 부축하여 대설원을 가로지른다. 


아내의 부상으로 분노에 찬 쯔마기가 이들을 찾았다. 그를 본 다치바나는 자신은 순순히 끌려갈테니 그 전에 요다를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요다를 두고 가려던 쯔마기도 결국은 다치바나의 간절한 부탁에 마음을 움직여 다치바나와 함께 요다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탈옥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쯔마기는 다치바나가 전혀 탈옥할 마음이 없었으며, 단지 요다와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쩔 수없이 탈옥수가 되었다면서 선처해 달라고 상부에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상부에서도 이 의견을 받아들여 다치바나가 탈옥수가 아니란 것을 인정하고, 그의 가석방을 허락하였다. 


이 영화는 스토리는 단순하였지만, 눈 덮힌 홋카이도의 대설원이 인상적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눈 밭을 두 탈옥수가 헤쳐나가는 광경은 이 영화의 압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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