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Feb 06. 2023

영화: 홈

가족을 그리워하는 아이, 그러나 가족이 없는 아이

우리 사회에서도 이혼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다양한 모습의 가족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족에 관한 전통적인 인습은 많이 남아있어 현실과 인습 사이의 괴리로 인해 가정으로부터 멀어지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영화 <홈>은 재혼한 어머니가 죽으면서 받아 줄 가정이 없어 소외되어 가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2018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중학생인 주인공 준호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가족관계를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대략 다음과 같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준호의 엄마 선미가 이혼을 한 후 준호를 데리고 살다가, 다시 원재와 재혼을 하였고 원재와의 사이에 다시 성호가 태어난 후 선미와 원재는 다시 이혼하고, 이혼한 원재는 다시 결혼을 하여 딸 지영을 나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준호에게 있어 성호는 아버지가 다른 동생이며, 지영은 과거의 의붓아버지가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로서 직접적인 혈연관계는 없는 것 같다. 

준호는 엄마 선미와 이부동생 성호와 함께 달동네에서 산다. 준호와 성호는 너무나 사이가 좋다. 그런데 어느 날 선미가 트럭에 치여 병원으로 실려가는데, 목숨이 위독하다. 병원 수술실 앞에서 준호는 한때 이붓 아버지였던 원재를 만나는데, 원재는 준호에게 몇 푼의 돈을 쥐어주고는 자신의 아들인 성호만을 데려가 버린다.  


홀로 남은 준호는 엄마와 살던 집에서 혼자 살게 된다. 그런데 며칠뒤 성호가 찾아왔다. 좋아하는 형을 만나러 몰래 찾아온 것이었다. 준호가 성호와 함께 차고 있는데 원재가 성호를 찾으러 왔다. 원재는 성호 혼자만을 데려가려 하지만, 성호는 형도 함께 집으로 데려가자고 사정한다. 원재는 성호의 애원도 있는 데다가 준호를 홀로 남겨두기에는 가슴이 아파 결국 준호도 함께 데려간다. 준호에게는 이제 새 식구가 생겼다. 의붓아버지인 원재와 함께 성호, 그리고 예쁜 여동생 지영까지 생겼다. 성호와 지영 모두 준호를 너무 잘 따른다. 준호는 집안일을 거들기도 하고 동생들도 아주 잘 돌본다.


선미의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준호는 이제 혼자가 되었다. 주민센터 직원은 호적상 혼자가 된 준호에게 양육인이 없으면 청소년 보호센터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준호는 이제 도저히 혼자 살 수 없다. 양육자 증명을 위해 준호는 친아빠인 대철을 찾아간다. 그러나 대철은 돈 몇 푼을 쥐어준 후 더 이상 자신을 찾지 말라하고는 사라진다. 준호는 다시 원재에게 양육자 증명을 해달라고 서류를 꺼낸다. 그렇지만 원재도 쉽게 양육자 승낙을 못한다. 

이제 준호는 청소년 보호센터에 입소할 수밖에 없다. 잠시동안의 가족 사랑을 느꼈던 준호로서는 도저히 집을 떠날 수 없다. 성호와 지영도 준호와 헤어질 수 없다며 함께 살게 해달라고 원재에게 조른다. 원재도 마침내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자신이 준호의 양육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준호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지영의 외가 측, 즉 원재의 아내 측 가족들이 펄펄 뛰는 것이었다. 절대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결국은 원재는 준호의 보호자가 되는 것을 포기한다. 


준호는 함께 지내는 동안 너무나 정이 많이 들어 이제 이들과 헤어질 수가 없다. 함께 살게 해달라고 울며 애원하지만 과연 준호는 어떻게 될까?


이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새로 생긴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지 않을까 항상 조마조마해하면서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준호, 준호를 친자식처럼 받아들이고 싶지만 처가 쪽 반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원재. 모두가 변해가는 현실의 가족 형태를 뒤쫓아 가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낳은 비극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집행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