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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05. 2023

영화: 집행자

사형수와 교도관의 교감과 갈등

영화 <집행자>는 보기 드물게 교도관을 소재로 한 영화로서 2009년에 제작되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교도소의 교도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아마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재경(윤계상 분)은 3년 동안의 지긋지긋한 백수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서울교도소의 교도관으로 취직하게 된다. 교도소라는 직장에 처음 출근한 재경은 모든 것이 새롭다. 재소자들은 처음 출근하여 어리버리한 재경을 짓궂게 놀린다. 재소자들에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 재경을 종호(조재현 분)가 도와준다. 종호는 재소자들을 엄격하게 다룬다. 


나이가 지긋한 김 교위(박인환 분)는 종호와는 정반대의 캐릭터이다. 마치 마음씨 좋은 아저씨나 할아버지와 같은 느낌이 드는 김 교위는 나이 든 사형수와 사이좋게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낸다. 재소자들이 말썽을 부려도 그는 화내지 않고 너그럽게 재소자를 대해준다. 


어느 날 교도소에 충격적인 뉴스가 날아들었다. 연쇄살인범으로서 사형 선고를 받고 서울 교도소에 복역 중인 흉악범 장용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난 12년간 중지되었던 사형 집행이 다시 재개된다는 것이다. 사형 대상자는 흉악범 장용두와 김 교위의 장기 친구인 늙은 사형수. 교도관들은 패닉에 빠졌다. 김 교위를 제외한 다른 교도관들은 한 번도 사형집행을 해보거나 본 적도 없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제 사형집행을 하여야 한다. 

교도관들은 누구도 사형집행을 하지 않으려 한다. 오직 종호 만이 사형집행은 단순한 법의 집행일 뿐이라며 자원하며, 나머지 교도관들은 갖은 핑계를 대며 집행조에 뽑히지 않으려고 한다. 사형수 장용두는 자살을 기도했으나 교도관들이 빨리 발견하는 바람에 생명을 건진다. 드디어 사형집행일 두 명의 사형수는 좁은 사형실로 인도된다. 장용두는 발악을 하며 마지막까지 세상을 저주하지만, 김 교위의 장기 친구인 늙은 사형수는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인다. 처음으로 해보는 사형집행으로 교도관들은 여러 실수를 저지르지만 결국은 사형이 집행된다. 


사형 집행조에 끼였던 재경은 사형집행 후 마음의 충격을 이길 수 없다. 퇴근 후 재경은 종호와 함께 술자리를 갖는다. 사형집행 때 그렇게 냉정하게 사형 절차를 진행하던 종호에 대해 재경은 분노를 털어놓는다. 그러나 대화가 진행되면서 재경은 종호 역시 그 냉정한 표정과 행동의 뒤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번민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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