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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20. 2023

영화: 글러브

청각 장애인 고교 야구부의 끝없는 도전

오랜만에 감상하는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였다. 그것도 일반적인 야구가 아니라 청각장애인 고교생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팀이 프로야구의 슈퍼스타를 코치로 맞아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일반 선수들과 당당히 맞서 가는 감동 깊은 영화였다. 영화 <글러브>는 2011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 각색을 더한 작품이다. 


김상남(정재영 분)은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스타이다. 최다 연승 및 최다 탈삼진 기록에 3년 연속 MVP 상을 수상한 그야말로 프로야구의 간판선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남은 야구 실력에 비해 사생활은 엉망이다. 허구한 날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며, 급기야는 음주 폭행사건까지 일으켜 결국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만다. 상습적으로 폭행 사건을 일으키는 김상남에 대해 징계위원회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프로 야구 선수로서 영구제명 처분을 내리려 한다. 그러나 상남의 절친이자 매니저인 찰스의 간청으로 간신히 제명은 면하고 상당기간 자숙에 들어간다.   


상남은 이제 팬들로부터도 미운털이 잔뜩 박혔다.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눈은 차갑다. 상남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찰스는 성남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서 성남에게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의 야구 코치 직을 권고한다. 특수학교의 코치는 말도 안 된다는 성남을 겨우 달래어 그를 성심학교로 보낸다. 

여기서 잠깐 충주성심학교에 대해 알아보자. 가톨릭에서 설립, 운영하고 있는 충주성심학교는 1955년 맹아학교로 설립되어, 이후 맹아 및 농아(청각장애인) 학교로 확대되었다. 지금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교육을 분리하여 청주성심학교에서는 청각장애인 학생들만을 교육시키고 있는데, 유치부부터 시작하여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2002년 청각장애인 고등부 학생들로 구성된 야구부를 만들어 각종 시합에 출전하고 있다. 청각장애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통해 일반 학생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이들에게 사회는 많은 박수를 보냈으며, 인간승리의 모범이 되고 있다. 


상남은 청각장애인 야구 코치 일이 내심 못마땅하게 짝이 없다. 선수들이 모두 10명에 불과하며, 청각장애라는 신체적 핸디캡과 고교생이 되어 늦게 야구를 시작한 약점으로 그들은 일반 고등학교 선수들에 비해 현격한 실력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속에서도 야구부의 매니저 일을 하는 여교사 나주원(유선 분)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으면서 동시에 항상 툴툴거리는 성남을 달래 가며 야구부를 끌어간다. 


처음에는 야구부 일에 전혀 관심이 없어 농땡이만 치던 성남이었지만, 학생들의 열의를 알게 되면서 차츰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일에 힘을 쏟는다. 군산상고와 연습경기를 갖는다. 군산상고 야구부 선수들은 상대방이 청각장애인들인 것을 알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슬슬 경기를 한다. 자신들의 실력을 다하여 너무 큰 점수 차이로 이긴다면 성심학교 선수들이 실망을 할까 봐서이다. 이러한 군산상고 선수들을 보고 상남은 불같이 화를 낸다. 일부러 실력을 다하지 않고 상대방을 봐주면서 시합을 하는 것은 상대팀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전력을 다해 시합을 하라고 질책을 한다. 성남의 질책에 군산상고 선수들도 전력을 다한다. 결국은 32:0으로 성심학교 학생들은 대패한다. 

학교로 돌아온 성심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깨닫고 진지하게 연습에 임한다. 야구선수로서의 생활에 회의를 느껴 야구를 포기하려는 아이들도 있지만, 친구들의 격려로 다시 야구로 돌아온다. 성남도 이제 학생들과 한마음이 되었다. 아이들을 위하여 혼심의 힘을 다하여 가혹할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아이들도 성남의 지도에 적극 따르며, 이에 따라 아이들의 실력도 점점 향상된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도 봉황대기 전국야구대회에 참가하였다. 상대는 지난번 연습시합 때 자신들에게 참패를 안겼던 군산상고. 시합이 시작되자 뜻밖에도 성심학교 야구팀은 군산상고와 거의 대등하게 시합을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동점이 된 상태에서 마지막 이닝인 9회에 들어가는 양교.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필자도 젊었을 때 야구를 많이 하였다. 직장 야구팀에서 사회인 야구 리그를 비롯한 각종 경기에 참가하여, 많을 때는 연간 20게임 정도를 하였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야구에 있어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특히 외야수들은 눈보다는 소리를 듣고 공을 쫓아간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딱”하고 타자가 공을 치는 소리가 들리면, 먼저 눈보다는 소리로 그 방향을 알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마지막 승부에서 성심학교 팀은 군산상고 팀과 시합을 대등하게 이끌어간다. 물론 이것도 영화이니까 이렇게 이야기를 만든 거다.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군산상고 야구선수들은 초등학교부터 선수 생활을 해온 학생들인데, 그런 학생들 가운데서도 아주 우수한 학생들만 뽑아서 구성된 팀이다. 이에 비해 성심학교 선수들은 고교에 들어와 일반 학생들 가운데 희망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다. 장애라는 핸디캡이 없더라도 대등한 시합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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