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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25. 2023

영화: <뽕 2>와 <뽕 3>

전작에 못 미치는 수준 미달의 싸구려 에로 영화

이 전에 이 브런치에서 이두용 감독이 제작한 영화 <뽕>을 소개한 바 있다. 나도향의 단편소설 <뽕>을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이미숙이 주인공인 ‘안협댁’ 역을 맡아 열연하였는데, 상당히 괜찮은 영화였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567703343


1985년에 제작된 영화 <뽕>은 토속적 에로티시즘을 보여주는 영화로서,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뽕 2>와 <뽕 3>가 제작되었는데, 같은 감독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준 차이가 나나 싶을 정도로 두 편 다 형편없는 싸구려 영화였다. 물론 둘 다 흥행에도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뽕 2>는 1988년에 제작되었는데, 전작인 <뽕>과는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어느 산골 마을에서 번데기 장수인 치근은 아내(강문영 분)와 둘이 살고 있다. 치근은 삼보의 아저씨 뻘 되는데, 아주 초라한 중 늙은이로 가진 것도 없고 볼 품도 없어 마을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를 보면 놀리며 함부로 대한다. 그런데 치근의 아내는 아주 젊고 예쁘다. 동네 남정네들은 누구나 그녀를 보고 침을 흘리고 있다. 

치근의 부부를 보면 연상되는 것이 <수호지>에서의 “무대와 반금련”이다. 치근은 그 용모나 인품이 무대와 흡사하다. 모든 사람들의 무시와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마음만은 착하고 넓다. 그런데 치근댁은 젊고 예쁘다는 점에서는 반금련과 비슷하지만, 반금련과 같은 요부가 아니고 진심으로 남편을 사랑하고 섬기며, 절개가 곶은 여성이다. 마을 모든 남정네들이 그녀를 보고 껄떡대지만, 그녀는 조금도 한 눈을 팔지 않는다. 치근이 번데기를 팔러 먼 마을로 나가고 없을 때면 동네 남자들은 모두 치근의 집 앞으로 모여 치근네를 유혹한다. 그렇지만 곧은 절개의 치근네는 그런 유혹에 조금도 동요되지 않는다.   


치근은 여러 동네를 다니며 번데기를 팔고 있는데, 사실 진짜 목적은 독립군의 군자금을 모으기 위해서이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동네 남자들은 치근네를 유혹하는데 실패하자, 치근을 일본 경찰에 밀고한다. 치근은 잡혀 가 모진 고문을 받은 끝에 사망한다. 치근의 장사를 지내는 날에도 동네 남자들은 치근네에게 치근거린다. 치근 댁은 그런 남자들에게 이 몸이 대체 뭐길래 사람까지 죽이는 몹쓸 짓을 하고도 또 치근대느냐면서, 그렇게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보라면서 옷을 벗어 보이고는 자살한다. 


<뽕 3>은 1992년에 제작되었다. 이번에는 여주인공의 남편이 ‘삼보’라는 점에서는 <뽕>과 약간의 관련성을 보이나(<뽕 2>에서는 삼보가 치근의 조카로 나온다), 그 외에는 전작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  


1930년대 옥산골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마을을 떠나 어딘지 모르게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삼보가 안악네란 여인을 데리고 돌아온다. 안악네는 아주 아름다운 신식 여인으로서, 화려한 양장옷을 입고 삼보가 운전하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들어온다. 삼보는 마을 주막에서 벌어지는 노름판에 끼이나 가진 돈을 모두 잃고 주막 주인인 덕팔에게 큰 노름빚까지 지고 만다. 삼보는 안악네까지 노름빚 담보로 잡힌 채 어디론가 사라진다.  


마을에 홀로 남은 안악네는 동네 남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는다. 그녀의 빼어난 미모에 남자들은 그 집 앞을 떠날 줄을 모른다. 그 중에서 제일 껄덕거리는 것이 안악네를 노름빚 담보로 잡은 덕팔이다. 삼보의 빚을 갚기 위해 안악네는 덕팔의 주막에서 찬모 노릇을 한다. 그런 안악네를 보고 덕팔은 주위에서 항상 호시탐탐 노리며 달려들 태세이지만, 안악네의 단호한 거절과 덕팔 처의 강력한 커버로 덕팔은 한 번도 욕심을 채우지 못한다. 


주막 찬모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삼보의 빚을 갚을 수 없다. 그런데다 덕팔의 처가 안악네에게 다가와 몸을 팔아 돈을 벌라고 꼬드긴다. 안악네도 덕팔 처의 설득에 넘어가 마을 남자들에게 돈을 받고 몸을 판다. 그러면서도 덕팔에게 만은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덕팔은 더욱 안달이 난다.     

이런 때 삼보가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이번에도 혼자가 아니라 복녀라는 나이 어린 여자를 데려온다. 삼보가 안악네와 복녀라는 두 여자를 데리고 함께 사는 기이한 생활이 시작된다. 그런데 실은 삼보는 단순한 노름꾼 난봉쟁이가 아니라 독립투사로서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안악네 주위에서 맴돌던 칠성이란 자가 어렴풋이 눈치를 채기 시작한다. 칠성은 일본경찰의 끄나풀이었다. 그는 안악네를 차지할 욕심으로 삼보를 일본경찰에 밀고한다. 


덕팔은 다시 안악네에게 추근거리며 다가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안악네가 순순히 승낙한다. 뽕 밭에서 안악네와 덕팔이 관계를 가지려는 그보다 조금 앞 선 시간, 삼보에게 칠성을 앞세워 일본 순사가 들이닥친다. 삼보는 격투를 벌여 칠성과 일본 순사 둘을 모두 죽인다. 그런데 그곳이 바로 안악네와 덕팔이 있던 근처였다. 죽은 시체를 본 안악네와 덕팔은 혼비백산하며 그곳을 떠난다. 그즈음 덕팔 처는 전재산을 정리하여 동네의 박가와 함께 야반도주를 한다. 다음날 아침 일본 경찰이 들이닥쳐 덕팔을 살인범으로 체포해 간다. 이를 바라보면서 삼보는 자전거에 두 여인을 태우고 유유히 마을을 떠난다. 


영화 두 편 모두 별다른 평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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