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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15. 2023

영화: 관동의 붉은 벚꽃 일가(関東緋桜一家)

인협(仁俠)을 내세우는 정통 야쿠자 영화

1970년대 초까지 활약한 일본의 여배우로서 후지 준코(藤純子)라는 인물이 있다. 그녀는 주로 인협(仁俠) 영화, 즉 야쿠자 영화에 출연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그녀가 주인공 역할을 맡은 <비단 모란 도박>(緋牡丹博徒) 시리즈는 무려 8편까지 제작되어 대인기를 끌었다. 영화 <관동의 비단 벚꽃 일가>(関東緋桜一家)는 후지 준코의 은퇴작품으로서, 1972년에 제작되었다. 


나는 처음엔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일본의 국뽕 영화인가 생각했는데, 그런데 막상 감상하기 시작하니 야쿠자 영화였다. 영화제목 속의 ‘비’(緋)는 비단이란 뜻 외에도 ‘붉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므로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관동의 붉은 벚꽃 일족>이라 번역되기도 하였다. 이 영화에서는 1960-70년대에 있어 일본 야쿠자 영화의 톱스타라 할 수 있는 다카쿠라 켄(高倉健)과 후지 준코(藤純子)가 각각 남녀 주인공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1910년 무렵 동경의 야나기바시(柳橋) 근처의 홍등가를 무대로 하고 있다. 게이샤인 쯔루지(후지 준코 분)는 야쿠자 조직 ‘니’의 부두목인 카와기시 마사시(河岸政)의 딸이다. 그녀는 악기에 능숙할 뿐만 아니라 검술 실력도 상당하다. 그녀의 약혼자는 ‘니’의 두목 키치고로의 아들인 신조(高倉健, 다카쿠라 켄 분)이다. 신조는 쯔루지에게 덤벼드는 야쿠자를 싸움 끝에 죽게 한 후 도망을 쳐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다. 

근처에 있는 신보리 신노스케(新堀辰之助)가 이끄는 야쿠자 조직 신보리 일가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오니테츠(鬼鉄)가 ‘니’ 조직의 나와바리인 야나기바시에 도박장을 개설하여 ‘니’ 조직의 부하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따가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전에 쯔루지의 아버지 카와기시 마사시와 신노스케 사이에 야나기바시에서는 도박장을 열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었기에 이는 약속을 깨버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신노스케가 병환으로 아파 누운 틈을 타 신보리 일가의 전주인 쇼키치와 오니테츠가 짜고 두목의 허락 없이 도박장을 개설한 것이었다. 오니테츠는 자객을 고용하여 쯔루지의 아버지 카와기시를 살해한다. 


쯔루지는 아버지의 뒤를 이를 결심을 하고 아버지의 지위를 상속받는다. 오니테츠는 다시 밤중에 길을 가는 쯔루지를 공격한다. 쯔루지는 방어에 나서지만 위기에 몰리게 되는데, 그때 근처를 지나가던 나그네가 그녀를 구해준다. 그 나그네는 바로 그녀의 약혼자인 신조였다. 오니테츠의 횡포는 점점 도를 더해 ‘니’ 조직의 관할 아래에 있는 음식점에 불을 지르거나, 조직원을 습격하기도 한다. 


쯔루지는 오니테츠에게 도박 승부를 신청한다. 오니테츠는 새로이 자신의 조직에 몸을 의탁한 

고용한 료신(旅清)을 내세워 쯔루지와 승부를 하게 한다. 료신은 쯔루지에 비해 도박실력이 한 단계 위에 있다. 그렇지만 료신은 쯔루지에게 승부를 양보해 버린다. 한편 신보리 조직의 두목인 신노스케는 부하와 친구의 배신 속에 한을 남기며, 모든 것을 료신에게 위탁하고 죽는다. 

‘니’ 조직의 부하인 긴지는 유곽에 팔리게 되어 자살을 하려는 시노(志乃) 모자를 구해준다. 알고 보니 시노는 오니테츠의 첩이었다. 오니테츠는 모자를 돌려달라고 협박하지만 긴지는 모자를 결코 돌려주지 않는다. 조직의 두목인 키치고로가 중재하여 오니테츠도 일시적으로 물러났지만, 비겁하게도 키치고로를 습격한다. 위기의 순간 키치고로의 부하가 그를 도피시키지만 부하는 총을 맞아 죽는다. 


오니테츠는 신보리 일가에게 도움을 청하여 ‘니’ 조직과 싸움에 나서려고 하지만 신보리 일가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료신이 들고일어나 신보리 오니테츠와 결탁한 신보리 일가의 간부를 참살한다. 그러나 료신도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다. 쯔루지와 신조, 그리고 총을 맞은 배에 광목을 감은 료신이 오니테츠와 맞서 싸워 그를 쓰러트린다. 싸움을 끝낸 쯔루지와 신조 앞에서 료신은 숨을 거둔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니’ 조직의 면면들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신조와 쯔루지는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두 사람은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길을 떠난다. 


옛날 일본 야쿠자영화들은 폭력단을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액션은 형편없다. 그 당시에는 영화팬들이 그 정도 액션에 대해 박수를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답답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장동휘, 허장강, 박노식, 독고성 등이 출연하는 우리나라의 옛날 액션 영화가 오히려 나아 보인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의 액션 영화는 그 수준이 아주 높아졌다. 일본 액션 영화와 비교한다면 우리나라 것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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