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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07. 2023

영화: 느미

벙어리 여인의 가슴 아픈 사랑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사회의 천대를 받아가며 살아가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볼 때면 언제나 가슴이 아프다. 영화 <느미>는 느미라는 이름의 벙어리 여인의 그야말로 처참한 삶을 그린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1979년에 제작되었는데, 여주인공인 느미 역으로 출연한 장미희는 이 영화로 영화평론가상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하였다. 


서울 변두리에 있는 어느 벽돌 공장, 여기서는 막노동자들이 힘겹게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공장 옆에 붙어있는 판잣집에는 공장 기술자인 신영감과 벙어리 여인인 느미(장미희 분)가 함께 살고 있다. 신영감과 느미의 관계가 영화에서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데, 아마 내연 부부인 것 같다. 느미에게는 젖먹이 딸이 있으며, 낮에는 벽돌 공장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다. 


준태(하명중 분)는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의 일류대학에 다니고 있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그는 자신의 힘으로 학비를 벌어야 한다. 학비를 벌기 위해 벽돌 공장에 취직한 준태는 말 못 하며 고된 노동생활을 하면서 어렵게 아기를 키우는 느미를 보고 연민의 정을 갖는다. 비록 말은 못 하지만 아름다운 느미를 보고 주위에서는 남자들이 꼬인다. 그들은 틈만 있으면 느미를 어떻게 해보려고 갖은 수작을 부리지만 느미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어느 날 신영감이 벽돌을 나르는 트럭에 치여 죽는다. 트럭 운전사는 그동안 느미를 집적거리던 사내였다. 준태는 운전사가 일부러 신영감을 받았다고 트럭운전자를 다그치지만 증거는 없다. 느미에게 사랑을 느낀 준태는 느미와 함께 살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 준태는 일류 대기업에 취직하였다. 이제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생긴 준태는 느미와 함께 주택의 옥탑방으로 이사한다. 이사하던 날 느미는 수돗물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너무 좋아한다. 이렇게 준태와 느미의 행복한 생활도 잠깐, 준태의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일류대학을 졸업하여 일류기업에 취직한 자식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던 준태의 아버지로서는 앞날이 창창한 아들이 근본도 모를 애 딸린 벙어리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서울로 준태를 찾아온 준태 아버지는 당장 느미와 헤어지라고 호통을 친다. 그러나 준태는 그럴 수 없다고 단연 거부한다. 아버지가 고향으로 내려간 후 출근한 준태는 싸늘한 주위 직장동료들이 눈길을 느낀다. 준태 아버지가 직장으로 찾아와 준태가 느미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준태를 혼내주라고 말한 탓이다. 준태의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느미는 스스로 준태와 헤어지기로 하고 집을 나간다.  

그러나 준태는 미친 듯이 느미를 찾아다니고 마침내 이전의 벽돌공장에서 느미를 찾는다. 더 이상 직장에 있기가 어려워진 준태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벽돌공장 옆 판잣집에서 느미와 함께 살며 벽돌공장 노동일을 한다. 다시 돌아온 느미는 자신이 준태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준태에게 헤어져야 한다고 진심으로 설득한다.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에 막힌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슬픈 이별을 하게 된다.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나아졌지만, 이 영화가 제작된 시기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정말 심했다. 영화를 보면서 느미의 비참한 삶이 가슴 아팠다. 사람들이 장애인을 냉대하거나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까지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장애인과 함께 한다는 자체로서, 그에 대한 차별을 하는 것은 정말 이해불가이다. 


“동냥은 안 해도 좋다. 쪽박은 깨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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