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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29. 2023

영화: 중독

영혼이 서로 바뀌는 형과 동생, 그러나 진실은?

사람의 영혼이 서로 바뀐다는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가 종종 등장한다. 좀도둑과 여고생의 몸이 바뀐다는 미국영화 <핫칙>(Hot Chick)(2003), 엄마와 딸의 영혼이 바뀌는 일본영화 <비밀>(1999), 소년과 소녀의 몸이 바뀌는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2017), 남자 고등학생과 여고생의 몸이 바뀌는 한국영화 <체인지>(1997), 왕따 학생과 깡패의 몸이 바뀐다는 한국영화 <내 안의 그놈>(2019) 등등 거론하자면 수도 없이 많다. 영화 <중독>도 형제간에 영혼이 바뀐다는 내용의 영화인데, 2002년에 제작되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렇게 사람들 간에 영혼이 바뀌는(혹은 몸이 바뀌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지만 현실적으로 과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영화 <중독>도 영혼이 바뀌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아울러 보여준다. 


호진(이얼 분)과 대진(이병헌 분) 형제는 서로가 유일한 가족으로서 두 형제 사이는 너무나 좋다, 둘은 서로의 깊은 이야기까지 모두 털어놓으며 살고 있다. 형인 호진인 곧 은수(이미연)와 결혼하며 셋은 함께 살게 된다. 시동생인 대진과 형수인 은수 사이도 너무 좋다. 

호진은 화가이며, 대진은 카레이싱 선수이다. 위험한 카레이싱을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대진을 보고는 호진은 한 번씩 불안을 느끼며 그만두라고 하지만, 대진은 아무리 형의 부탁이라지만 카레이싱만은 그만둘 수가 없다. 


카레이싱 결승전에 출전한 대진은 중간에 큰 사고를 당하고 바로 병원에 입원한다. 한편 그와 비슷한 시간 택시를 타고 가던 호진도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실려간다. 중상을 입어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대진은 겨우 깨어난다. 그런데 대진은 깨어나자마자 놀랍게도 자신은 대진이 아니라 호진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병원으로 찾아온 은수에게 자신은 대진이 아니라 분명 호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달라고 한다. 


그러나 은수는 대진의 그러한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으로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대진에게 그러지 말라면서 그를 밀쳐낸다. 그렇지만 대진은 굽히지 않는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분명히 대진이 아니라 호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호진과 은수 둘만 아는 그들 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한다. 


은수는 그런 대진을 밀어내면서 대진을 다른 병실로 데려간다. 그곳에는 식물인간 상태로 의식불명인 채 호진이 누워있다. 아무리 대진이 자신이 호진이라고 주장하지만, 호진은 비록 의식불명 상태이긴 하지만 이렇게 살아 누워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대진은 자신이 호진이라는 말을 굽히지 않는다. 


이렇게 대진이 자신이 호진이라고 주장하면서, 은수 자신과 호진만이 알고 있는 둘 사이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대진이 하나씩 늘어놓자 은수도 차츰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점점 대진이 호진이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한다. 은수는 대진을 호진이라 믿게 되고, 은수는 대진을 남편으로서 받아들인다. 

호진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은수와 대진은 의사의 권유에 따라 호진의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한다. 그래서 호진은 하늘나라로 떠난다. 호진을 보낸 후 집에서는 대진과 호진의 새로운 부부생활이 시작된다. 그렇지만 은수의 마음 한 구석은 어디인가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시동생이었던 사람을 남편과 영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믿고 다시 남편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형수와 시동생이 부부로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주위의 시선이 좋을 리 없다. 그러던 중 은수는 대진의 일기를 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역시 대진은 호진이 아니었던 것이다.


은수를 처음보고 먼저 사랑을 느낀 사람은 호진이 아니라 대진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곧 호진이 은수를 사랑하게 되고, 은수도 대진을 사랑하게 되면서 대진은 형의 행복을 위하여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은수를 형에게 보낸 것이었다. 물론 은수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동생인 대진을 너무나 사랑하였던 형 호진은 은수와의 사이에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두 대진에게 해주었다. 그리고 글솜씨가 서툰 호진은 은수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를 대진에게 대필시켰던 것이었다. 


그래서 대진은 형 호진과 은수 사이에 있던 모든 일을 속속들이 알았다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형의 영혼이 자신에게 옮겨온 것처럼 하면서 그토록 사랑했던 은수를 차지하려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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