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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19. 2023

멍충이네 몰카 사건

집에서는 포악하지만 밖에 나가면 비굴하기 짝이 없는 멍충이라는 인간이 있었다. 동네 큰 형님을 엄청 잘 모셔 옆집 뺀질이와 서로 큰 형님에게 잘 보이려고 경쟁하고 있다. 뺀질이는 그래도 자기 잇속은 차리는데, 멍충이는 그저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큰 형님을 섬겼다. 최근에는 큰 형님 뜻을 알고 뺀질이를 작은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그 일로 아내와 자식들이 시끄럽지만, 멍충이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멍충이는 큰 형님 말이라면 죽으라면 죽는시늉도 하였다. 하루는 큰 형님이 별 것도 아닌 일로 그야말로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멍충이를 두들겨 팼다. 보다 못한 동네 사람들이 아무리 큰 형님이지만 너무하다고 수군대었다. 그러자 그 멍충이는 동네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런 게 아녀유. 지가 맞을만했으니깐 맞은 거여유. 절 때리는 큰 형님 맴은 얼마나 아팠겠시유"


집에 돌아왔다.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오는 멍충이를 보고 그의 아내와 아들딸들이 놀라 말했다. 

"아끼는 동생이라면서 사람을 이렇게 패는 법이 어디 있시유? 도대체 당신이 멀 잘못 해서 이렇게 사람을 팼는지 함께 가서 따집시다". 

멍충이 답하길, 

"아니 야덜이 큰형님을 멀로 보고 그딴 소리를 하는 거여. 다 날 아끼는 마음에서 잘 되라고 그런 거 제. 이것들이 나와 큰형님 관계를 어떻게 보고 허는 말이여." 

그날밤 멍충이네 집은 밥상이 엎어지고, 아내와 아들딸들은 미친 듯 휘두르는 멍충이의 폭력에 밤새 떨어야 했다.


며칠뒤 이웃집 사람들이 멍충이 아내에게 놀라운 말을 전해줬다. 큰 형님이 몰래 멍충이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는 거다. 들리는 말로는 멍충이네 집 거실, 침실, 화장실 할 것 없이 몰카를 설치해 두었다는 거다. 멍충이 아내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럼 그동안 샤워하는 것, 똥 누는 것, 그리고 남편하고 가끔 회포를 푸는 일까지 다 찍힌거여? 그리고 그동안 큰 아들 사고 친 것, 시집 안 간 딸 애 밴 것 등 집안의 부끄러운 일, 큰형님 욕했던 것까지 몽땅 다 찍힌거여?


아내는 이번만은 참을 수 없었다. 멍충이한테 

"아무리 그래도 이번만은 못참겠시유.  당신이 못하면 나라도 가서 직접 큰 형님한테 따지겠시유" 

아내의 기세가 너무나 서슬 퍼레 아무리 집안에선 폭군이고 나가서는 지극정성 큰형님을 모시는 멍충이라도 이번 만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 이웃들까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그냥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직접 가서 따지겠다는 아내를 간신히 말리고는 자신이 가서 알아보겠다고 말한다.


여기는 큰 형님 집. 

큰형님도 이미 온 동네 사람들에게 멍충이네 집 몰카 설치가 들통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집으로 들어서는 멍충이를 보면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먼저 말을 꺼낸다


큰형님: "어이, 멍충이 왔는가? 그게 말이야, 실은..."

멍충이: "형님이 우리 집에 몰카 설치한 적 없지유?"

큰형님: "그런데 그게..."

멍충이: "형님하고 나 사이가 어떤디 형님이 지한테 그러겠시유. 그렇지요 형님?

큰형님: "... 응, 응... 머 그렇지 머..."

멍충이: "봐요. 형님이 아니라는데, 어떤 놈들이 거짓말을 지어내어 형님이 몰카 설치했다고 가짜뉴스를 만들어 가지고..."

큰형님: "듣고 보니 동생 말이 맞는 거 같아..."

멍충이: "요즘 재밌는 야동 얼마나 많은데 형님이 우리 침실 몰카 보겠시유"

큰형님: "그럼. 당연한 말이제. 자네 말이 맞아!"

멍충이: "이게 다 형님과 지 사이를 시기하는 놈들이 이간질하는 말 이 아니겠어요."

큰형님: "동생이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이야"

멍충이: "그라고, 설사 형님이 몰카 설치했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큰일이겠어요? 형님하고 나 사인디. 다 지 잘되라고 하는 게 아니겠시유? 지가 형님한테 숨길기 머가 있겠시유? 형님, 이 일로 조금도 맴 상하지 마소. 지 가유" 


멍충이 돌아가는 길에 동네사람 몇을 만난다.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낸다.

멍충이: "지금 큰형님 만나고 오는 길인데, 우리 집에 몰카 설치한 일 없다고 해유. 큰형님하고 지가 어떤 사이인데 큰형님이 그라겠시유? 앞으로는 그런 소릴 허질 마시유"


멍충이 기세등등하게 집으로 들어선다. 그리고는 골프백에서 4번 아이언 골프채를 꺼내 든 후 당장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멍충이: "썅, 니들이 나하고 큰형님 사이를 이간질 해? 이것들이 큰형님이 내게 어떤 사람인줄 몰라?"

아내: "당신이 그렇게 지극정성 큰 형님을 모셨는데, 몰카로 뒷조사하면 안되지유"

멍충이: "다 거짓말이여. 어디 몰카가 있다 그래?"

아내: "당신이 며칠 전에 찾아다 버렸잖유?"

멍충이: "난 그런적 없어. 큰형님한테 물어봤는데 큰형님도 아니라 그랬어."

아들: "그래도 우리 집안 체면도 있는데 자세히 알아봐야주"

멍충이: "이 대갈에 피도 안마른 놈이 멀 안다고 그래. 니놈이 지금 나하고 큰형님 사이를 이간질 하려는 거제? 응? 니눔은 평소에도 큰형님한테 불만이 있는 것 같더라"

멍충이: "너거들 잘 듣거레이. 앞으로 나하고 큰형님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들은 가만 안둘거다. 두번다시 이딴 거짓말하면 이젠 아이언으론 안 끝난다. 우드가 나올끼다."

멍충이: "그라고, 큰형님이 우리 집에 몰카 좀 설치한다 해도 그기 무슨 문제여? 그게 무슨 큰 일이라고 이 지럴을 하는 거여? 우리가 큰형님한테 숨길기 머가 있어? 큰형님이 하는 건 모두 우리 잘되라고 하는 거여!!"


그날밤 멍충이네 집은 밤새도록 가재도구 부숴지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멍충이의 4, 5, 6번 아이언이 부러졌으며, 그의 아내는 전신에 멍이 든채 병원에 실려갔다. 4번 아이언에 죽도록 맞아 초죽음이 된 아들은 북북 이를 갈았다. 


날이 밝자 멍충이는 큰형님 댁으로 쪼르르 달려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자랑스럽게 소리친다.

"형님! 기뻐하세유!"

"지가 문제 다 해결했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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