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백만 대군과 맞서 싸우는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
2500년 전 그리스에는 수많은 도시 국가가 번창하였다. 그리스의 많은 나라 가운데 맹주로 꼽히는 국가는 단연 아테네와 스파르타였다. 아테네가 문화와 문명을 상징하는 도시라면 스파르타는 무력과 군사력을 상징하는 도시였다.
스파르타는 역사적으로 볼 때도 참 독특한 국가이다. 옛날 그리스에서도 많은 나라에서 시민은 아주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였다. 그러나 스파르타는 달랐다. 스파르타 시민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단 1개밖에 없었다. 바로 군인이다. 그럼 시민이 모두 군인이면 소는 누가 키우나? 스파르타 사람들도 먹고, 입고, 잠자고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들이 먹을 식량과 옷과 집은 누가 만드나? 바로 노예들이 만든다. 그럼 스파르타 여자들도 모두 군인인가? 아니다. 스파르타의 여자와 노인, 아이들 등은 시민권이 없었다. 심지어는 왕비조차도 스파르타 시민의 자격이 없었다.
그리스는 페르시아의 공격을 받으면서 미증유의 위기에 처한다. 기원전 5세기 무렵부터 페르시아는 3차에 걸쳐 그리스를 침략한다. 당시 그리스가 아무리 세계 최고의 문명과 스파르타와 같은 군사 강국을 보유하였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이들은 작은 규모의 도시국가에 불과하였다. 그 당시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인구 규모는 알 수 없지만 대개는 몇천 명, 큰 나라라 해봤자 몇 만 명 정도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페르시아는 다르다. 나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는 데에만 2년이 걸린다는 정도의 초거대 제국이었다. 이런 대제국이 작은 도시국가들의 집합체인 그리스에 침공해 왔으니 그 결과는 뻔해 보였지만, 3차례의 전쟁에서 모두 그리스가 승리한다.
영화 <300>은 페르샤의 2차 침공에서 페르샤 수만 대군과 맞서 스파르타 왕과 근위병 300명이 처절한 전투를 벌인 테르모필레 전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서, 2006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그래픽과 정지 화면, 그리고 슬로비디오를 적절히 활용하여 아름답고 처절한 폭력 미학을 완성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원전 480년,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 앞에 페르시아 제국(아케메네스 왕조)으로부터 사신이 찾아와 페르시아에게 복종하라고 거만하게 말한다. 레오니다스는 이를 거부하고 사신을 우물에 던져 죽여버린다.
레오니다스는 스파르타 전군을 이끌고 페르시아 군을 맞아 싸우려 나가려고 결심한다. 그는 군사행동을 승인받기 위해 에포로이(민선관)를 찾아간다. 그러나 에포로이는 카르네시아 축제기간 중 전쟁을 할 수는 없다고 거부하며, 신탁도 이들의 결론을 지지한다. 그리고 평의회도 전쟁 거부를 지지한다. 그런데 이러한 결론이 나게 된 데는 에포로이와 평의회에 페르시아 제국에 회유된 자들이 있어서, 이들은 보화와 미녀들들 뇌물로 받고 조국을 배신한 것이었다.
왕도 신탁과 평의회에 복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레오니다스는 군사행동을 할 권한을 잃었다. 이대로는 스파르타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페르시아 제국의 지배당한다. 레오니다스는 왕비 고르고의 격려를 받아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결단을 관철시키려 한다. 다음날 에오니다스는 산책을 한다고 하면서 300명의 친위대를 이끌고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100만 페르시아 군과 싸우기 위해 출진한다. 가는 도중에 다크소스가 이끄는 원군과 합류한다. 전장으로 행군하면서 스파르타 군대는 페르시아 군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의 흔적을 보면서 복수심을 불태운다. 레오니다스와 300명의 병사는 “작열의 문”이라고 불리는 험준한 산과 바다로 둘러 싸인 좁은 길로 진군한다.
작열의 문에 도착한 스파르타 군은 페르시아 군을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 그런데 만약 작열의 문을 우회할 수 있는 샛길이 있다. 만약 페르시아 군이 그 길로 진군해 온다면 스파르타 군은 끝장이다. 이러한 걱정을 하고 있는 레오니다스 앞에 에피알테스라는 괴물 모습의 꼽추가 나타나 “산양의 길”이라는 우회로가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는 자신은 스파르타인 부모로부터 태어났으나, 태어날 때부터 신체의 장애를 가졌다고 하여 버려졌다고 한다. 그는 레오니스에게 함께 싸우게 해달라고 간청하지만, 레오니다스는 그의 신체적 장애 때문에 전투에 방해가 된다고 하면서 거절한다.
마치 큰 지진과 같은 땅울림이 시작되면서 페르시아 군이 공격을 개시해 온다. 스파르타 군은 작열의 문 입구에서 그리스 군대의 특유의 진법인 팔랑커스 진을 짜고 페르시아 군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낸다. 스파르타 군은 한 사람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는데, 페르시아 병사들의 시체는 벽처럼 쌓여간다. 서전에서 화려한 승리를 거둔 스파르타 군 앞으로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가 스스로 수많은 노예들을 끌고 나와 레오니다스에게 항복할 것을 권유한다. 그렇지만 레오니다스는 이를 거부하고 도리어 그를 향해 활을 쏘아 그를 격노케 한다.
레오니다스의 설득에 실패한 크세르크세스는 자신의 최정예부대인 “불사의 군단”으로 하여금 스파르타 군을 공격하게 한다. 첫 전투에서 싸웠던 적과는 달리 풍부한 경험에다 엄격한 규율을 가진 불사의 군단은 보통 강력한 것이 아니다. 리오니다스 자신도 한 때는 전사할 뻔한 위기에 몰린 끝에 마지막으로는 다크소스가 이끄는 원군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그들을 격퇴한다. 불사의 군단마저 패퇴한 크세르크세스는 여러 다양한 무기를 동원하여 맹공격을 가해오지만, 공격은 번번이 실패하고 희생은 커져간다.
그때 크세르크세스의 앞에 에피알테스가 나타나 “산양의 길”을 알려준다. 페르시아 군은 산양의 길을 통해 작열의 문을 우회하여 스파르타 군을 포위하려 한다. 페르시아 군이 우회로의 존재를 알았다고는 시살을 안 레오니다스는 다크소스로부터 후퇴하자는 제안을 받지만, 그는 “스파르타 인들은 항복도 우회도 없다”라고 선언한다. 다크소스가 가버린 후 레오니다스는 디리오스에게 스파르타에 돌아가 이 싸움의 이야기를 평의회에 전하도록 지시한다. 왕비에게는 전할 말이 없느냐고 묻은 디리오스에게 말 대신에 출전 전에 왕비로부터 받은 목걸이를 맡긴다.
그때쯤 스파르타에서는 왕비 고르고가 평의회를 설득하여 페르시아와 싸우자는 결의를 하도록 한다. 페르시아에 내통하는 평의원 세론은 왕비의 설득이 실패하도록 왕비에 대하여 인신공격을 한다. 세론의 모욕에 화가 난 왕비는 위병의 검을 빼앗아 세론을 죽인다. 쓰러지는 세론의 몸에서 그가 페르시아로부터 받은 금품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그가 내통자였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평의회는 개전을 결의한다.
한편 스파르타 군은 페르샤 군에게 포위되었고, 페르시아의 사자가 에피알테스와 함께 레오니다스에게 항복을 재촉하고 있다. 레오니다스는 투구와 방패를 버리고 항복하듯이 무릎을 꿇는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크세르크세스는 승리의 자만을 보이지만, 곧 레오니다스는 스테리오스의 이름을 부르고, 스테리오스는 레오니다스의 부름에 호응하여 뛰쳐나와 사자를 죽인다. 스파르타 군이 철저 항쟁의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안 크세르크세스는 스파르타 군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다. 레오니다스는 크세르크세스를 향해 창을 던진다.
그러나 레오니다스가 던진 창은 크세르크세스의 오른쪽 뺨을 스치면서 크세르크세스는 가벼운 상처를 입는다. 이를 시작으로 스파르타 군은 페르시아 군의 공격을 받으며 차례차례 쓰러지고, 레오니다스 자신도 화살을 맞고 무릎이 꺾어진다. 죽어가는 스테리오스와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레오니다스는 하늘을 올려보며 사랑하는 왕비에게 보내는 말을 던지고는 수많은 화살을 맞고 전사한다.
스파르타에서는 왕비 고르고가 레오니다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 홀로 돌아온 디리오스로부터 목걸이를 건네받으면서 왕비는 남편의 죽음을 짐작한다. 그 후 디리오스는 평의회에서 레오니다스와 300명의 병사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의 이야기는 스파르타뿐만 아니라 그리스 전체의 감동을 불러일으켜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결의하게 된다.
영화는 디리오스가 이끄는 1만의 스파르타 군과 3만의 그리스 군이 페르시아 군을 향해 돌격하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300 용사들의 전투모습을 처절하고 화려하고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눈에 거슬리는 장면도 적지 않게 나온다. 여기서는 페르시아 군을 마치 악마처럼 묘사하고 있다.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는 온몸에 문신을 한 데다 얼굴에는 주렁주렁 피어싱을 하고 있어 마치 현대 미국 뒷골목의 양아치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페르시아 군의 모습은 사람이 아닌 괴물에 가까운 듯 묘사하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오크나 지하세계의 군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심한 인종적 편견이 담긴 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장면은 주인공인 레오니다스 부하들을 향해 입버릇처럼 하는 “자유”라는 말이다. 그는 그리스와 스파르타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거대한 적과 싸운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면서 부하들을 독려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스파르타 자체가 자유국가가 아니다. 오직 군사력만을 보유한 국가로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하며, 다른 나라 백성을 포로로 잡아와 노예로 부리면서 지탱하는 국가이다. 게다가 스파르타의 모든 시민은 군인이 되는 길 이외에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다. 철저히 자유가 억압된 국가, 정말 인류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경직적인 체제를 가진 국가, 무력만을 숭상하는 국가가 바로 스파르타이다. 그런 스파르타의 왕이 항상 “자유”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이 상당히 거슬린다. 그가 말하는 자유란 어떤 자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