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평생을 방랑의 길에서 헤맨 남자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면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을 떠올리겠지만, 영화 <인생은 나그네길>은 그것과는 관계가 없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순애보를 그린 영화로서, 1972년에 제작되었다.
신영훈(신영균 분)과 최상균(김진규)은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이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하인애(김지미 분)라는 여성을 사랑한다. 그러나 하인애는 최상균을 선택하고, 신영훈은 다른 여자(고은아 분)와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한 후에도 신영훈과 최상균은 늘 붙어 다니며 가깝게 지낸다. 둘 다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유복한 가정을 꾸미고 있다.
영훈과 상균은 둘 다 사냥을 즐긴다. 어느 날 둘은 여느 때처럼 함께 사냥을 나간다. 그런데 사냥터에서 영훈은 착오로 오발 사고를 일으켜 상균을 죽이고 만다. 하인애는 남편이 가장 절친한 친구의 총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오열한다. 영훈이 인애를 찾아가 사죄하고, 인애를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하지만 인애는 거절한다. 그렇지만 영훈은 속죄를 위해 계속 인애를 찾아가고 여기에 부담을 느낀 때문인지 인애는 사라지고 만다.
인해가 사라지자 영훈은 직장과 가족을 버리고 인애를 찾아 나선다. 그는 인애를 찾아 전국을 헤맨다. 이렇게 몇 년을 헤매는 동안 부유하고 여유 있어 보이던 그의 용모는 사라지고, 마치 상거지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구박을 받으면서도 인애를 찾으려는 그의 집념은 조금도 수그러 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영훈은 우연히 제주도의 귤 농장에서 일하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 하도 배가 고파 나무에 달린 귤을 따먹다가 주인에게 들켜 봉변을 당하던 중 일꾼으로 일을 하던 인애가 그를 발견한 것이다. 그날밤 영훈은 인애와 함께 밤을 보내지만, 다음날 인애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다시 인애를 찾아 나선 영훈은 취객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는 인애를 만나고, 그녀를 구해주려 하다가 그만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7년간의 복역을 마친 영훈은 다시 인애를 찾아 제주도를 찾는다. 인애는 영훈과의 하룻밤의 사랑으로 아들 유신을 낳았다. 영훈이 드디어 인애와 유신을 찾았지만, 인애는 병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다. 영훈과 재회한 인해는 곧 병으로 죽고 만다. 영훈은 홀로 남은 아들 유신을 데리고 십여 년 만에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영훈이 버렸던 그의 아내는 그때까지 굳건히 집을 지키며, 하나뿐인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었다. 십여 년 간 소식도 없다가 돌아온 남편이건만, 영훈의 아내는 남편의 귀가에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남편이 데리고 온 자식인 유신도 마치 자신의 아들인 것처럼 귀여워한다. 그렇지만 영훈은 오랜 방랑 세월로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렸다. 집에 돌아온 후 며칠 만에 병상에 누운 영훈은 얼마 후 한 많은 한평생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세상을 떠난 남편의 죽음에 영훈의 아내는 한없이 슬퍼하지만, 영훈이 남긴 자식 유신을 자신의 손으로 잘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이 영화에서는 영훈과 인애를 괴롭히는 떠돌이들이 등장하지만, 비중 있는 인물로서는 악인이 없다. 모두 착한 사람들이고 서로를 아끼지만, 약간의 어긋남으로 주인공들은 일생을 방황한다. 현대처럼 휴대폰이 일반화하고 행정 정보화가 잘 되어있었다면 이러한 안타까움은 없었을 것이다.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렇게까지 하여야 했나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실수로 친구를 죽이고, 그로 인해 떠난 친구의 아내를 찾는 것도 좋지만,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의 가정을 버려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뭐 극적 재미를 위해 그렇게 설정하여 만든 영화인데 너무 따지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