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나 미국에서 수 십 번 수 백 번을 우려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 바로 아서왕(King Arthur) 이야기일 것이다. 아서왕 이야기는 영화로, 드라마로, 연극으로, 그리고 소설로 아마 수 백 번은 나왔을 것이다. 아서왕 이야기는 실제 역사가 아니다. 6세기부터 12세기에 걸쳐 색슨족의 영국 침공과 그에 대항한 켈트 족의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엮어서 만든 전설이 바로 아서왕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서왕 이야기는 가공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문학작품의 주제가 되었으므로, 그 나름대로 역사가 생겨 어느 정도 통일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아서왕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될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억울하게 부모를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이야기, 그리고 보검 엑스컬리버에 관한 이야기, 캐밀롯 성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 그리고 아서왕과 왕비의 사랑 이야기, 가장 신임하는 기사 랜슬롯 경과 왕비의 불륜 등등 이렇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총망라하여 갖춘 전설 이야기도 그렇게 흔치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아서왕을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아마 10편 가까이는 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질리지 않는 것이 바로 아서왕 이야기이다.
<아서왕, 제왕의 검>(King Arthur: Legend of the Sword)은 2017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이다. 아서왕 이야기 자체가 전설이다 보니까 이 영화도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판타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마법과 인간이 공존하던 시기, 영국의 한 영주의 동생인 보티건은 마법사와 결탁해 형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다. 왕의 아들 아서는 겨우 목숨을 구하여 자신의 출신을 모른 채 사창가(私娼街)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며 성장한다.
바위에 꽂혀 있는 명검 엑스컬리버를 뽑는 사람이 진정한 영국 왕이라는 소문이 떠돌자 보티건은 모든 백성들에게 검을 뽑아보라고 명령한다. 아서가 검을 뽑자 보티건은 아서를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아서는 동료들을 규합하여 이에 대항하여 싸우고, 결국은 보티건에게 이겨 잉글랜드 왕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캐밀롯 성을 건설하고, 원탁을 마련하며, 함께 싸운 그의 동료들을 기사로 임명한다.
지금까지 감상한 아서왕 이야기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제까지의 아서왕 이야기는 대체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이에 비해 <킹 아서, 제왕의 검>은 웅장한 판타지와 함께 좀 더 사회적인 리얼리티를 풍기는 느낌이 들었다. 대개의 아서왕 이야기는 안개와 숲과 강, 그리고 외딴 성을 배경으로 한 자연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에 비해 이번의 <킹 아서, 제왕의 검>은 많은 이야기가 복잡한 저자 거리에서 전개된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전투장면도 볼만하다. 감상하다 보면 어딘지 영화 <반지의 제왕>과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섞어놓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시간을 때우기 위한 오락영화로서는 아주 그만이다. 적극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