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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1. 2023

영화: 여행의 무게(旅の重さ)

16살 소녀의 끝나지 않은 여정

16살 소녀가 집을 나왔다. 그냥 집을 나온 것이 아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혼자만의 여행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난 것이다. 영화 <여행의 무게>(旅の重さ)는 어느 날 홀연히 집을 나와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서, 1972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엄마, 놀라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침착해야 돼. 그래, 난 여행을 떠난 거야. 그냥 집을 나온 게 아냐, 여행을 떠난 거야....”

라는 편지를 남겨 두고 소녀는 여행을 떠난다. 소녀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엄마는 가난한 화가인데 남자들의 출입이 잦다. 소녀는 이런 가정 형편과 학교 생활에 우울함을 느껴 집을 뛰쳐나온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의 무대는 일본의 시고쿠(四國)이며, 소녀의 집도 시고쿠이다. 해변을 따라 시고쿠 편력 여행에 나선 소녀가 엄마 앞으로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다감한 청춘의 단면을 시고쿠의 자연 속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소녀가 나선 길은 가출이기도 하고, 여행이기도 하고, 편력이기도 하며, 떠돌이 길이기도 한 천의무봉(天衣無縫)의 마음 내키는 대로의 여행이다. 그러한 소녀의 기분을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전한다. 

여행을 떠난 소녀는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시고쿠 순례 여행을 시작한다. 아시즈리 반도(足摺岬, 아시즈리 미사키) 근처에서는 유랑극단인 마츠다 쿠니타로(松田国太郎) 일행과 만난다. 소녀는 이 유랑극단의 생활에 빠져든다. 안된다는 데도 억지로 사정을 하여 유랑극단과 함께 여행하며, 극단의 잔일을 도와주면서 함께 지낸다. 소녀는 나이 든 유랑극단의 단장에 끌리지만, 단장은 자신의 딸보다도 어린 소녀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렇지만 소녀는 유랑극단의 생활이 너무나 즐겁다. 그리고 그들의 풍부한 인생경험으로부터 많은 것을 깨닫는다. 


소녀는 극단 멤버인 마사코(政子)라는 젊고 정렬적인 여자와 가까워진다. 마사코 역시 소녀를 좋아한다. 어느 날 소녀는 마사코와 단 둘이서 어느 인적 없는 바닷가에서 팬티만 입고 재미있게 물장난을 하는데, 그날 저녁 마사코가 소녀에게 동성애적 접근을 해온다. 잠깐 동안의 레즈비언 경험이었지만, 그 일로 소녀는 마사코와 극단 멤버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다시 여행길에 나선다. 

다시 여행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녀는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은 데다 여행의 피로에 심한 감기까지 겹쳐 길가에 쓰러지고 만다. 이때 지나가던 생선 행상인 키무라(木村)가 그녀를 구해준다. 키무라는 나이가 40이 넘은 홀아비인데, 그녀를 자신의 집에 데려 가 정성껏 보살펴준다. 소녀는 다시 일어났지만 길을 떠날 생각을 않는다. 아마 소녀는 키무라로부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아버지의 따뜻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소녀는 안된다는 키무라의 말에도 막무가내로 함께 살자고 조른다. 이렇게 하여 소녀의 기묘한 신혼생활이 시작된다. 소녀는 키무라를 따라 생선 행상에 나선다. 


“엄마, 나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이 생활이야 말로 나의 이상이라 생각하고 있어. 이 생활에는 뭐라 해도 사랑이 있고, 고독이 있고, 시가 있어... 

엄마 편지에 1,000엔을 함께 보내. 엄마가 먹고 싶은 것 맛있는 것 사 먹어. “


라는 내용의 엄마 앞으로 보내는 편지로 이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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