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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03. 2023

영화: 기아해협(飢餓海峽)

살인범을 체포하기 위한 10년에 걸친 추적

일본의 인기 여자 가수인 이시카와 사유리(石川さゆり)가 부른 엔카(演歌) 가운데 <기아해협>(飢餓海峽)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래서 나는 기아해협이라는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기아해협>(飢餓海峽)은 소설의 제목이며, 워낙 유명했던 소설이었던 만큼 여기에 토대를 둔 영화와 드라마도 여러 편 제작되었고, 노래로도 불리게 된 것이었다. 


<飢餓海峡>은 미즈카미 쯔토무(水上勉)가 쓴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은 잡지에 연재된 것으로 1963년에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그리고 1965년에 영화로, 1968년, 1978년, 1988년에 TV 드라마로서 방영되었으며, 연극으로도 여러 번에 걸쳐 공연된 바 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기아해협>(飢餓海峽)은 1968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기아해협> 소설책과 노래

전쟁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947년, 홋카이도 어느 거리에 있는 전당포에 강도가 들어 큰돈을 강탈한 데다가 일가족을 모두 죽이고 증거 은닉을 위해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불은 대화재로 번져 거리의 거의 태반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날 밤 홋카이도 지방에 내습한 강한 태풍으로 세이칸 연락선(青函連絡船, 혼슈의 최북단 도시 아오모리(青森)에서 홋카이도의 최남단 도시 하코다테(函館)를 왕래하는 연락선)인 층운호(層雲丸)가 침몰하여 수많은 사망자를 낸다. 다음날 연락선 침몰 사고현장에서 유체 수습을 하던 하코다테 경찰은 연락선의 승선 명부에 없는 2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경찰은 이 시체는 지난밤 전당포 강도살인을 하고 불을 질렀던 범인 가운데 2명이라고 추측한다. 

하코다테 서의 유미사카(弓坂) 형사는 전당포를 습격한 3명의 범인이 서로 다툰 끝에 한 명이 다른 2명을 죽인 것으로 추측한다. 비슷한 시각 아오모리 현의 오미나토(大湊) 시에 사는 창녀 스기토 야에(杉戸八重)는 하룻밤을 함께 한 이누가이(犬飼)라는 손님으로부터 생각지도 않은 큰돈을 받는다. 그 돈으로 야에는 이제 이 비참한 생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 후 이누가이를 추적하는 유미사카 형사가 야에를 찾아와 이누가이에 대해 물으나, 그녀는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다. 그리고 그녀는 이누가이로부터 받은 돈으로 빚을 모두 갚고, 동경으로 올라간다. 야에로서는 이누가이가 필생의 은인으로서 그를 만나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이 소망이다. 야에는 이누가이와 함께 지낸 밤 이누가이가 깎은 그의 발톱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10년이 지났다. 야에는 동경에 올라와 접객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신문을 보던 야에는 깜짝 놀란다. 마이쯔루 시에서 식품회사를 경영하는 사업가 타루미 케이치로(樽見京一郎)란 인물이 3천만 엔이 넘는 돈을 기부하였다는 기사가 났는데, 그 사진을 보니 타루미 케이치로는 바로 이누가이였던 것이었다. 야에는 곧바로 타루미를 찾아가서 자신이 옛날 그로부터 돈을 받아 매춘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야에라고 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왔다고 한다. 그러나 타루미는 자신은 이누가이가 아니고, 그런 사람을 모른다고 딱 잡아뗀다. 자신의 과거가 들통날까 봐 두려워서였다.  

그러나 야에는 타루미에게 틀림없이 이누가이가 맞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던 그의 발톱과 또 그의 옛 상처까지 지적한다. 이렇게 야에와 타루미가 옥신각신하는 와중에서 타루미는 야에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그때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한 자신의 비서도 죽이고 만다. 


다음날 마이쯔루 시 해안에는 두 구의 남녀 시체가 떠오른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마이쯔루 시 경찰서의 형사 아지무라(味村) 형사는 이 시체가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타루미를 용의자로 하여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나간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옛 홋카이도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은퇴한 하코다테 경찰서의 유미사카 형사를 찾아가 수사협조를 요청한다. 이렇게 하여 아지무라 형사와 유미사카 전 형사는 서로 협조하여 마침내 옛 홋카이도 살인사건과 이번의 남녀 살인사건이 모두 타루미의 범행인 것을 밝혀내고 그를 체포한다. 

오래된 흑백영화였지만 사건이 긴박하게 전개되어 2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시종 손에 땀을 쥐면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아주 재미있게 감상하였다. 


아래는 이시카와 사유리가 부른 <기아해협> 노래이다. 야에는 이누가이를 만난 날 밤 이누가이가 깎은 발톱 조각을 정표로서 소중히 간직한다. 이 노래에서는 야에가 발톱조각을 간직하면서 이누가이에 대한 처절한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https://youtu.be/Tt8fDfPvvIw


飢餓海峡


ちり紙につつんだ 足の爪     後生大事に 持ってます

あんたに逢いたくなったなら    頬っぺにチクチク 刺してみる

愛して 愛して 身を束ね    たとえ地獄のはてまでも 連れてって

あゝこの舟は 木の葉舟……    漕いでも 漕いでも たどる岸ない

飢餓海峡


一夜逢瀬で わかります    口は重いが いい人と

遣らずの雨なら よいけれど    泣いてるみたいな 恐山[おそれざん]

殺して 殺して 爪たてて    首にあんたの手を巻いて 連れてって

あゝこの海は 赤い海……    漕いでも 漕いでも 戻る道ない

飢餓海峡


愛して 愛して 身を束ね    たとえ地獄のはたまでも 連れてって

あゝこの舟は 木の葉舟……    漕いでも 漕いでも たどる岸ない

飢餓海峡


기아해협


접은 종이로 곱게 싼 엄지발톱    평생 소중히 간직했어요

당신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뺨에다 살짝살짝 찔러봅니다

사랑해서 사랑해서 몸을 묶어서     설명 지옥의 끝까지라도 데려가줘요

아 아 이 배는 나뭇잎 조각배...    저어도 저어도 닿을 언덕 없는

기아해협


하룻밤 만남으로 알고 있어요    입은 무겁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발을 잡는 비라면 좋겠지만요    울고 있는 듯 보이는 오소레 산

죽여줘요 죽여줘요 손톱을 세워서    이 목에 당신의 손을 감아서 데려가줘요

아 아 이 바다는 붉은 바다...    저어도 저어도 돌아갈 길 없는 

기아해협


사랑해 줘요 사랑해 줘요 몸을 묶어서    설령 지옥의 끝까지로도 데려가줘요

아 아 이 배는 나뭇잎 배   저어도 저어도 닿을 언덕 없는 

기아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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