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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04. 2023

영화: 800 불렛(800 Bullets)

영화 촬영장을 지키려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공동 작전

1960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마카로니 웨스턴은 그동안 미국에서 제작된 정통 웨스턴을 누르고 큰 인기를 얻었다. 정통 웨스턴이 권선징악이라는 천편일률적인 포맷을 가진데 비하여 마카로니 웨스턴은 강한 폭력성에다 선과 악의 구분이 분명치 않은 그런 포맷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은 것 같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면 우리는 보통 이태리에서 제작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 제작된 웨스턴도 적지 않다. 스페인 웨스턴도 마카로니 웨스턴의 범주에 넣는 것 같다. 


영화 <800 불렛>(800 Bullets)은 스페인에서 제작된 영화로서, 이 영화를 웨스턴이라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이 영화는 현대를 배경으로 웨스턴 영화 촬영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서 2002년 스페인에서 제작되었다. 


줄리안 토랠바는 스페인의 알메리아 지방에 사는 노인으로서 젊은 시절 웨스턴 영화의 스턴트맨으로 활약하였다. 그와 그의 동료들 몇몇은 과거 스페인에서 촬영된 서부극 영화에 출연하여 먹고살았으나, 지금은 영화촬영 일이 거의 없어진 상태이다. 그들은 낡아서 버려진 옛 서부극 세트장에서 소수의 관광객을 상대로 서부극 쇼를 보여주면서 살아가고 있다. 줄리안은 역시 스턴트맨이었던 자신의 아들의 죽음의 기억과 이로 인해 소원해진 며느리 로라와 손자 카를로스의 일로 괴로워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카를로스는 죽은 아버지의 인생에 흥미를 가지면서 줄리안을 만나러 낡은 영화 세트장으로 온다. 그곳에서 카를로스는 할아버지 줄리안과 그의 동료들의 생활에 매료되어 그들과 가까워진다. 카를로스는 거친 서부의 사나이를 연기하는 할아버지와 그 동료들에게 푹 빠져 틈만 있으면 그들을 찾는다. 


줄리안의 며느리이자 카를로스의 엄마인 로라는 큰 관광개발 회사의 간부이다. 이 관광회사는 새로이 개발할 관광지를 찾고 있다. 로라는 남편을 죽게 만든 시아버지 줄리안을 원망하고 있다. 거기다고 아들인 카를로스마저 줄리안과 그의 동료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한편으로는 아들과 그들의 관계를 끊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관광지를 개발하는 목적을 위해 줄리안이 있는 영화세트장을 관광지로 개발하려 한다. 


돈을 앞세워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으려는 관광회사에 대해 줄리안과 그 동료들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자 줄리안은 유일한 방법으로 무력으로 이들의 압박에 저항하려 한다. 줄리안은 총포상에 가서 800발의 총탄을 산다. 그리고 세트장에 돌아와서는 동료들에게 총알을 나누어주고 총으로 그들의 터전인 세트장을 지키려고 결의한다. 

관광개발회사가 중장비를 동원하여 세트장을 파괴하러 온다. 줄리안은 이에 대해 격렬한 총격적으로 대항한다. 물론 사람을 살상하기 위해 직접 사람들에게 총을 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이들의 치열한 저항이 시작되자 회사와 로라도 당황을 한다. 카를로스는 줄리안에게 가서 할아버지와 함께 싸운다. 


영화 세트장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줄리안과 그 동료들을 보고 로라의 마음도 점차 변화를 일으킨다. 차츰 시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남편의 죽음이 시아버지 탓이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할아버지에 대한 아들 카를로스의 마음도 이해한다. 결국 관광개발사업은 포기하고, 시아버지와 며느리, 그리고 손자는 새로이 강한 가족적 유대를 느낀다. 


이 영화는 제목은 웨스턴 같지만 내용은 웨스턴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스토리 전개에 현실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영화인데 그런 것을 구태여 따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데, 별다른 액션도 없는 상태에서 긴 시간을 보고 있자니 따분한 느낌도 든다. 별 재미는 없었지만, 한번 보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끝까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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