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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18. 2023

영화: 심연(The Abyss)

심해에 가라앉은 핵탄두 해체작업에 나선 잠수대원들을 도우는 미지의 생명체

어릴 때 깊은 바다 탐험에 대해 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수백 기압의 깊은 바닷속에서 특수 잠수정을 타고 심해를 탐험하는 과학자들의 활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심연>(The Abyss)의 제목만을 보고 심해탐험을 주제로 하는 영화라고 알고 큰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그러나 처음에는 괴수영화인 것처럼 보이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판타지 영화로 바뀌는 것 같아 조금 실망을 하였다. 이 영화는 1989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이나 되어 꽤 길다고 생각했는데, 공개판 외에 원전판이 있어 그것은 상영시간이 171분으로 거의 3시간에 가깝다고 한다. 


1994년 1월 칼리브 해 케이만 해구 근처에서 미국의 오하이오급 원자력 잠수함 <몬타나>가 원인불명의 사고로 침몰한다. 미국정부는 이것이 소련 잠수함의 소행이 아닐까 의심한다. 미국 정부는 주변 해역에 허리케인이 접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근처에서 석유채굴 작업을 행하고 있는 이동식 해저석유 플랫폼 <디프코어>에 구조 협력을 의뢰하고는 이곳에 해군특수부대 조사팀을 파견한다. 버드 브리그먼을 리더로 하는 채굴원들은 해저에서 수색작업을 수행하게 되는데, 군인들과 함께 온 린지라는 여성이 자꾸 그들 마음을 거슬리게 한다. 린지는 이 특수채굴기지의 설계자이자 리더인 버드의 별거 중인 아내였던 것이다. 

미군 잠수함 <몬타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에 의해 충격을 받고 침몰하였다. 그리고 <몬타나> 근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다가 행방을 찾을 길 없는 러시아 잠수함도 침몰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래서 여기까지 영화를 감상하면 아마 몬타나 호는 해저 괴수의 공격에 의해 침몰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 


구조활동이 시작되었지만 버드와 린지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연이어 발생하여 다른 채굴원들로 안절부절못하며 조마조마한 상태로 보낸다. 구조활동이 시작된 가운데 채굴원 가운데 한 사람인 재머가 해저에서 큰 움직이는 광원체를 발견한다. 그와 함께  잠수를 하고 있던 린지도 그 불가사의한 생물을 목격한다. 한편 해군 특수부대 조사팀의 리더인 커피 대위는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몬태나 호로부터 무엇인가를 회수하고 있다. 허리케인으로 인하여 기상은 점점 악화되고 있고, 폭풍이 몰아쳐 케이블이 절단되어 해상과의 연락도 불능상태에 빠졌다.  


해상에 떠있는 모선 익스플로러 호와 딥코어를 연결하는 케이블의 손상으로 인해 딥 코어는 깊은 해구로 떨어질 위기에 처하지만, 다행히 절벽 끝에 걸려 간신히 멈춘다. 그러나 그 충격으로 인하여 내부가 상당 부분 파괴되고, 딥코어 탑승 기술자 4명과 해군 특수부대원 1명이 익사한다. 피해는 이 정도로 그치지만, 딥 코어의 전력 시스템이 손상되는 바람에 실내 온도가 떨어지고, 산소도 12시간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 

잠수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 딥 코어 호의 상태를 살피던 린지의 눈앞에 다시 2개의 큰 발광체가 나타난다. 그 발광체는 잠수정 같기도 하고, 대형 해파리 같기도 하다. 그녀는 새로운 생물체를 발견했다고 자랑하면서 그것에 "NTI(Non-Terrestrial Intelligence: 비지상 지성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장시간의 심해활동으로 인해 일시적인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킨 것으로 여긴다. 


얼마 후 딥 코어에 물기둥 형태의 물체가 나타나 선실 안을 돌아다닌다. 딥 코어의 기술자들과 해군 특수부대원들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곧 이것이 NTI의 촉수가 아닐까 짐작한다. 즉, NTI가 딥 코어 호를 조사하기 위해 이 물기둥을 보냈다는 것이다. 특수부대의 지휘자인 커피 대위는 이 NTI가 소련의 잠수정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NTI를 폭파시키기 위해 회수한 핵탄두를 잠수정에 싣고 NTI가 있다고 추정되는 곳으로 향한다. 버드를 비롯한 코어 호의 승무원들은 그가 잠수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그를 만류하기 위해 잠수정을 타고 그를 추격한다. 버드는 커피가 탄 잠수정을 침몰시키지만, 커피의 잠수정으로부터 이미 핵탄두가 발사되었다. 

버드와 린지가 타고 있는 잠수정도 큰 손상을 입었다. 잠수복이 하나밖에 없어 둘 중 하나는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린지를 익사시키고 버드가 잠수복을 입고 그녀를 딥 코어 호로 데려가 소생히키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다행히 소생하지 못할 것 같았던 린지는 버드의 포기하지 않는 심폐소생술로 겨우 되살아난다. 


이제 해구로 떨어진 핵탄두를 해체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2만 4천 피트, 그러니까 약 7,000미터 이상되는 심래로 내려가야 한다. 버드가 자신이 가겠다고 자원한다. 답 토어 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드는 심해로 내려간다. 기적적으로 심해의 바다 밑에 도착한 버드는 핵탄두를 발견하여 해체작업에 들어가고, 높은 기압으로 의식이 몽롱한 가운데서도 해체에 성공한다. 


임무를 완성하였으니 이제 다시 딥 코어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산소가 5분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 이곳으로 내려오는 데에만 30분이 걸렸다. 올라가는 데에는 1시간도 더 필요하다. 가지고 있는 산소로는 딥 코어로 복귀할 수 없다. 사실 버드는 미리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의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는 린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버드 앞에 빛을 내는 발광체, 즉 NTI가 나타났다. NTI는 버드를 자신들의 거처인 수중도시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는 수많은 발광체들이 있었다. 발광체가 버드를 데리고 들어간 구조물 속에서는 물이 없었고, 잠수복 없이 숨을 쉴 수도 있었다. 그 발광체는 버드를 바다 위에 올려주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발광체는 모선과 연결하는 케이블이 끊겨 바닷속에 머물러있는 딥 코어 호도 그의 거대한 잎사귀 같은 편편한 받침대에 실어 바다 위로 올려 보낸다. 


바다 위에 떠있는 모선 익스플로러 호는 딥 코어 호와 연결 케이블이 절단된 데다 통신마저 끊겨 딥 코어 호의 안전을 걱정하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가 배 아래 바닷물이 밝아지며 무엇이 떠오른다. 얼마뒤 온 바다가 환해지면서 마치 거대한 나뭇잎처럼 생긴 물체가 바다 위로 떠오르면서, 그 위에 딥 코어 호와 버드가 안전하게 실려있다. 그 발광물체는 딥 코어 호와 버드를 인계한 후 다시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이 영화를 보고는 조금 뜬금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도대체 바닷속의 발광물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의 힌트도 없으며, 또 그것이 왜 버드를 도왔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바다에는 수많은 해난 사고가 있기 마련인데, 발광체가 유독 버드와 딥 코어 호만을 구출해 주었다면 그에 대한 뭔가 필연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버드가 핵탄두를 제거해 주었기 때문에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석연치 못한 점이 있다. 나로서는 좀 맥 빠진 결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제작하였는데, 그가 제작한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한 영화라 한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라 하는데, 나는 그러한 평가에 얼른 동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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