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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16. 2023

영화: 자이언트(Giant)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서부 대서사시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산악부 활동을 하였다. 등산을 하면서 산노래를 많이 부르는데, 요즘은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는 우리 고유의 산노래는 거의 없었다. 군가의 가사를 바꿔 부르거나 아니면 외국곡에 가사를 붙인 산 노래였다. 그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노래가 바로 <자이언트>라는 노래였다. 

https://youtu.be/WOI2NCZ8_co

야야야 야야야 야야야

야야야야 야~

한없이 깊은 산속 우리 가는 곳

험준한 계곡 거침없이 달리는 백호

오늘도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라는 노래인데, 50년이 지났건만 지금도 그 가사를 잊지 않고 있다. 이 노래는 미국영화 <자이언트> 주제곡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것이다. 


영화 <자이언트>(Giant)는 1956년 미국에서 제작된 대하극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서부영화가 제작되었지만 이렇게 스케일 큰 서부영화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텍사스 주에서 목장을 경영하는 가족의 약 30년에 걸친 삶의 모습을 그린 스펙터클한 작품으로서, 록 허드슨, 엘리자베스 테일러, 제임스 딘 등 톱스타들이 출연하였다. 제29회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문화적, 역사적, 예술적으로 극히 높은 가치를 가진 작품”이라 인정되어 미국 국립필름등록부에 등록되었다.

드라마의 중심이 되는 베네딕트 가는 변해가는 텍사스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 영화는 바뀌어가는 텍사스의 발달사를 지근거리에서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립 문제, 인종문제 등 현재에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선구적인 문제의식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주인공의 한 사람인 제임스 딘은 이 영화의 촬영이 끝난 1주일 후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기 때문에 이 영화는 제임스 딘의 유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두어 미국에서만 3,500만 달러의 티켓 판매수입이 있었다 한다. 이 영화는 워너 브러더즈 사에 의해 제작되었는데, 워너 브러더 사가 1978년에 <슈퍼맨>을 공개하기까지 거의 20여 년 동안 워너 브러더사 최고의 흥행수입이었다고 한다. <갱스 오브 뉴욕> 등 많은 작품을 제작한 마틴 찰스 시코르세시 감독은 1978년 당시에 이미 이 영화를 40회 이상 감상하였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다. 


때는 1920년대 중반, 텍사스에 약 60만 에이커(약 2,400평방 킬로미터)의 광대한 토지를 소유한 조던 베네딕트 2세(록 허드슨 분)가 동부의 명문 집안의 딸 레즐리(엘리자베스 테일러 분)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런데 2,400평방 킬로미터라면 어느 정도의 넓이일까? 서울시 면적이 600평방 킬로미터 조금 넘는다. 그러니까 서울시 면적의 약 4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조던과 레즐리가 처음 만나는 날 둘 사이의 대화가 재미있다. 조던이 자신의 목장이 넓다고 하자 레즐리는 자신의 친구네 집이 상상도 못 할 만큼의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면서 그 넓이가 1만 에이커가 넘는다고 하면서 당신의 땅은 어느 정도 넓이인가 묻는다. 그러자 조던이 60만 에이커라 하자 레즐리는 입을 딱 벌이고 만다.  

결혼식을 올리고 조던과 함께 처음으로 텍사스 주의 집으로 온 레즐리는 그 넓은 땅에 깜짝 놀라고, 동부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의 기질과 생활습관에 당황한다. 남편 조던의 누나인 라즈는 동부에서 곱게 자라온 레즐리를 곱게 보지 않는다. 시누이의 심술에 부부 사이가 위기를 맞기도 하였으나, 레즐리는 타고난 끈기와 강한 성격으로 그것을 극복해 나간다. 


조던의 집에서는 조던의 먼 친척 동생뻘인 제트 링크(제임스 딘)가 카우보이로서 일하고 있다. 그는 좀 삐딱하고 거친 성격으로서, 조던은 그의 그런 태도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그러나 라즈는 제트를 아주 아낀다. 제트는 레즐리에 대해 몰래 연심을 품고 있다. 제트는 레즐리를 차에 태우고 목장 구경을 시켜준다. 


조던의 땅이 넓고 집이 대저택인 만큼 많은 사람이 여기에 딸려있다.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살지만,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만들어 그곳에서 함께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은 대개가 멕시컨들이다. 제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레즐리는 멕시컨 농부들이 사는 마을을 둘러본다. 그리고는 너무나 열악한 생활환경에 놀란다. 아이들이 병에 걸렸지만, 이들을 치료해 줄 의사도 없다. 레즐리는 남편에게 농부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이야기해 주면서 그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항의한다. 그러자 조던은 동부에서는 공장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좋은 대우를 해주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다. 하여튼 레즐리는 다음날 의사를 불러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게 해 준다. 

말을 타고 목장을 둘러보던 로자가 낙마사고로 사망한다. 그녀는 유언으로 자신의 땅 일부를 제트에게 넘겨준다. 조던은 그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땅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이 싫다. 그래서 제트에게 시세의 2배로 땅값을 쳐줄 테니 자신에게 넘기라고 한다. 그렇지만 제트는 자신의 땅에서 독립하고 싶다면서 그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는 조던의 목장에서 나가 새로 생긴 자신의 땅에서 혼자 일을 한다. 


그 무렵 텍사스에서는 유전 붐이 일어났다. 제트도 자신의 땅에 석유가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채굴을 시작한다. 주위에서는 그런 그를 비웃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석유 시추를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땅속에서 검은 원유가 마치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제트의 땅은 유전이 된 것이다. 제트는 검은 원유를 덮어쓴 채로 잔뜩 술에 취하여 베네딕트 가를 찾아와서는 레즐리에게 가까운 듯 대한다. 이 모습을 본 조던은 그를 두들겨 패지만, 제트는 빈틈을 노려 조던에게 반격한 후 그대로 트럭을 타고 도망가버린다. 조던과 그의 숙부인 바우리는 “좀 빨리 그 녀석을 쓰러트렸어야 했다”라며 후회한다. 


세월은 흘러 조던과 레즐리 부부는 1남 2녀의 자식을 두게 되었다. 그런데 자식들이란 게 부모의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 조던은 장남인 조디가 자신의 뒤를 이어 목장을 경영하기를 원했지만, 조디는 의사의 길을 택한다. 그리고 멕시코 여성과 결혼을 한다. 당시 텍사스 지역에는 여전히 인종 차별이 심하였다. 그러한 속에서 장남이 멕시코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이 조던으로서는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승낙한다. 

세월을 흘러 미국에서도 굴지의 대부호가 된 제트는 사재를 털어 병원 건설 등 자선사업을 전개하여 텍사스 주의 명사 사회에 진입하였다. 이에 대해 본업인 목축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역시 석유사업으로 진출하여 큰 부를 쌓은 조던은 졸부가 된 제트의 성공에 쓴맛을 다시고 있었다. 제트는 공항과 거대한 호텔을 건설하고 그 축하 파티에 베네딕트 일가를 초대한다. 제트의 부에 꿀리지 않으려고 조던은 더글러스 DC 비행기를 구입하여 파티장에 일가를 모두 데리고 참석한다. 그렇지만 축하 퍼레이드에서 딸인 라즈 2세가 자신의 뜻에 반하여 제트를 칭송하는 여왕역으로 오픈카에 타고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상한다. 라즈 2세는 나쁜 남자 제트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에게 가까워지려고 한다.


호텔 미용실에서 조던의 멕시코 며느리가 인종차별로 인한 모욕을 받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조던과 제트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진다. 파티 장에서 조디는 자신의 아내가 모욕을 받았다며 제트에게 덤벼들다가 제트의 주먹을 맞고 뻗는다. 이것을 본 조던은 제트에게 와인 셀러에서 결판을 내자고 하여 결투신청을 한다. 그러나 막상 싸움을 시작하려다가 엉망으로 취해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는 제트를 보고는 때려 높일 가치도 없는 놈이라며 옆에 서있는 와인 선반을 도미노처럼 쓰러트리고는 그 자리를 나온다. 

그리고 도던도 제트의 부와 대결하려 했던 자신의 치졸한 행동을 반성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가족 모두 함께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로 한다. 그들은 도중에 백인인 텍사스 남자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에 들린다. 주인 남자가 멕시코 인을 차별하여 조던의 며느리를 쫓아내려고 한다. 조던은 이 텍사스 땅에서 베네딕트 가를 모르느냐고 주인 남자를 꾸짖지만 주인 남자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은 조던과 주인남자 사이에 주먹싸움이 벌어진다. 그 결과 조던은 주인남자의 주먹에 뻗어버리고 만다. 


집으로 돌아온 후 조던은 소파에서 레즐리의 무릎베개로 누워있고, 레즐리는 그의 행동을 칭찬한다. 그리고 백인 손자와 멕시코인과 혼혈인 손자들을 만족스러운 듯이 바라본다. 


거의 70년 전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명화는 명화이다. 감상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꼭 한 번은 감상을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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