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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07. 2023

영화: 암흑가의 두 사람

갱생하려는 전과자를 다시 살인자로 만드는 냉혹한 경찰

얼마 전에 이 블로그에서 프랑스 영화로서 <암흑가의 세 사람>(1970년)이라는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그 영화의 원제목은 “Le Cercle Rouge”인데 이것은 “붉은 원”이라는 뜻으로 “운명으로 맺어진 인간은 하나의 붉은 원 속에 있다”는 표현이다.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암흑가의 세 사람>으로 번역하였는데, 이는 원제목과 전혀 뜻이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제목을 붙였을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에게 소개된 제목 상으로는 위의 영화와 비슷한 영화 <암흑가의 두 사람>(Deux Hommes dans la ville)은 1973년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원제목과 한글 제목의 뜻이 일치한다. 이 영화에는 세계적 스타인 알랭 들롱과 장 가뱅이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이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영화로는 마지막 작품이다.  


지노(알랭 들롱 분)는 30세로 10년 전에 은행강도 두목으로 체포되어 12년의 형을 선고받았지만 감호관인 젤먼 카즈누프(장 가뱅)의 노력으로 형집행 정지를 받고 출소한다. 출소하는 그를 아름다운 아내 소피가 반갑게 맞이한다.  

지노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내는 작은 꽃집을 경영하고 있는데, 그곳은 소박하였지만 밝고 즐거운 나날이었다. 젤먼은 지노가 완전히 개과천선하고 새 생활을 시작하였다고 믿고, 지노 역시 이젠 다시 범죄의 길로 들어서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 지노를 체포한 고와토르 경감은 지노의 그런 행동은 겉보기에 지나지 않으며, 반드시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믿고 그를 밀착 마크하고 있다. 


가석방된 죄수는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나 항구 도시에는 거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노는 아내와 함께 지방의 소도시인 모 시로 이주한다. 한편 젤먼도 모 시의 근처에 있는 몽펠리에 시로 이주한다. 이를 계기로 젤먼의 가족과 지노 부부는 함께 피크닉을 가기도 하고, 또 집에 모여 작은 파티를 갖기도 한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노에게 돌연 비극이 찾아왔다. 즐거운 피크닉을 끝내고 돌아오는 중 폭주하는 두 대의 차를 피하려 하다가 지노의 스포츠카가 전복되어 아내 소피가 죽고 만다. 지노는 아내의 죽음으로 자포자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 겨우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자 지노는 젤먼의 권유로 몽펠리에 시로 거처를 옮겨 인쇄공장에 취직한다. 그리고 새로운 연인 루시가 시노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고와토로 경감이 새로 부임해 온다. 고와토로는 부임하자마자 지노를 집요하게 감시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우연히 지노는 옛 범죄 동료들과 만나고 그들로부터 함께 은행을 털자는 제의를 받지만 그는 깨끗이 거절한다. 그렇지만 동료 중 하나가 억지로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지노에게 건넨다. 이 광경을 멀리서 고와토로 경감이 보고 있었다. 

어느 날 젤먼의 집에 루시가 찾아온다. 지노가 경찰에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용의점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고와토로는 이상할 정도로 지노를 증오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노의 옛 동료가 지노에게 쪽지를 건네는 것을 보고는 지노를 체포한 것이었다. 지노는 두 번 다시 옛날의 동료들과 함께 일할 마음이 없다. 그러나 고와토로는 그를 믿지 않고 지노에게 다시는 그들을 만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라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요구였지만 지노는 그 요구를 받아들인다. 


지노를 석방시켜 주고서도 고와토로의 감시는 계속된다. 그러던 중 지노의 옛 동료가 은행을 습격하였다. 물론 지노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고와토로는 지노가 두목이라 믿고 있다. 중상을 입은 한 범인을 병실애서 심문하지만, 지노의 범행은 입증되지 않는다. 그러자 고와토로는 지노의 집에 들이닥쳐 루시를 협박한다. 이것을 숨어 보고 있던 지노는 마침내 분노가 폭발하였다. 고와토로가 루시의 몸에 순을 대는 순간 지노는 고와토로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른다. 고와토로는 죽고 지노는 체포된다. 


재판이 열렸다. 지노의 과거의 범죄가 걸림돌이 되어 지노가 이번 사건의 주모자로 강한 의심을 받는 데다가 형사까지 죽였다. 검사의 능수능란한 혀가 한층 더 지노가 악독무비한 범죄자란 인상을 강하게 하였다. 지노의 변호를 맡은 여 변호사는 범죄를 유도하는 요소가 이 나라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지적한다. 처형 시에 아직도 17세기의 유물인 기요틴이 사용되고 있다는 낡은 제도, 열악한 형무소 환경 등을 신랄히 비판한다. 그러나 판사도 배심원도 그녀의 변론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이미 결론은 처음부터 나 있었던 것이다. 


판결이 났다. 구형대로 사형이다. 대통령에게 구명 탄원을 보내려 하지만 거부되고, 처형의 날이 다가왔다. 기요틴 앞에 끌려 나온 지노가 마지막으로 돌아보았을 때의 눈동자가 젤먼의 가슴에 낙인처럼 찍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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