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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06. 2023

영화: 파이널 판타지 14-빛의 아버지

컴퓨터 게임을 통한 아버지와 아들의 교감

25년 전쯤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토요일 저녁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과 함께 PC방에 가서 함께 <스타 크래프트>를 즐겼다. 아들과 둘이 한 편이 되어 배틀 넷에서 다른 사람들과 2:2 게임을 벌인 것이었다. 그 재미에 빠져 아들과 둘이 새벽 4시쯤이 되어서야 PC방을 나왔다. 집사람은 그렇지 않아도 게임에 빠져있는 아들을 데리고 나가 밤새도록 놀고 있다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날 밤 일이 아들과의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영화 <파이널 판타지 14: 빛의 아버지>는 서로 대화가 없는 아버지와 아들이 <파이널 판타지 14> 게임을 통해 서로 교감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2019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와모토 아키오는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부모와 누이동생 이렇게 4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아키오의 아버지인 아키라는 유능한 회사원으로서 곧 이사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어, 어머니를 비롯한 온 가족은 희망에 들떠있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돌연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집 안에 틀어박힌다. 식구들은 영문을 알 수 없다.

회사원으로서 평생을 일해온 아키라는 집에 들어왔지만, 지금까지 집안일에는 등한시하고 회사일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이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젊은 날 어린 아들과 했던 게임을 생각해 내어 아키오에게 최근에 인기 있는 재미난 게임을 하나 가져오라고 한다. 아키오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즐기고 있는 <파이널 판타지 14> 게임 팩을 선물한다. 파이널 판타지 게임을 시작한 아키라는 곧 게임의 재미에 푹 빠진다.


파이널 판타지 게임은 롤 플레잉 게임으로서, 게임 참여자가 게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이다. 즉 현실 사회에서 떨어져 게임 속에서 새로운 사회에 참여하는 게임이다. 아키라로서는 오랜만에 하는 게임이라 서툴기 짝이 없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가 모르는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아들 아키오에게 물어보면서 게임에 몰입한다. 아버지 아키라가 게임을 한다고 TV를 독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은 이제 TV도 시청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임 속에서 아키오는 ‘마이디’로 등장한다. 아키라는 전사인 ‘인디’를 아바타로 하고 있다. 게임 속에서 만난 아키라와 아키오 부자는 서로 마음을 털어놓는 사이가 된다. 아키오는 인디가 자신의 아버지인 아키라란 것을 알지만 아버지는 마이디가 자신의 아들이란 사실을 모른다. 이렇게 게임 속에서 만난 아키라와 아키오 부자는 인디와 마이디라는 서로의 아바타를 통해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아키오는 그동안 소원하였던 아버지의 속마음과 깊은 정을 느끼게 되고, 아키라는 아키오와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가족에게 소홀하였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이제 아키라는 완전히 <파이널 판타지 14> 게임에 푹 빠졌다. 그의 가장 큰 염원은 게임 속에서 괴물들을 퇴치하고 “빛의 전사”가 되는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면서 의기소침하게 나날을 보내던 아키라의 모습도 활기찬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게임 속에서 인디는 마이디와 함께 괴물을 퇴치에 나섰다. 함께 작전을 협의하고 하던 중에 아키라는 갑자기 통증으로 쓰러지고 바로 병원으로 이송된다. 진단결과 아키라는 심각한 병에 걸려있으며, 그 때문에 회사를 스스로 퇴직한 것이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수술을 얼마 앞둔 병실에서 갑자기 아키라가 사라졌다. 가족들은 그를 찾으러 나섰지만, 아키오는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 갔다. 그래서 찾기를 포기하였다. 아키라는 게임 속에서 동료들과 약속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게임을 하기 위해 집으로 온 것이었다. 그리고 인디는 마이디를 비롯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괴물을 쓰러트리고 빛의 전사가 된다. 그리고 그는 그제서야 비로소 마이디가 자신의 아들인 아키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임을 통해 그동안 아들과 가졌던 교감을 통해 그는 흐뭇한 기분이 된다.


병원으로 되돌아온 아키라는 수술을 받았으며, 그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제 아키오의 가족은 그동안 대화의 부재로 서로에게 가졌던 벽을 허물고 단란한 가족으로 다시 출발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대화 부재로 벽이 생겼던 것은 아키라, 아키오 부자만이 아니었다. 항상 다소곳하고 명랑해 보였던 아키오의 동생 미키도 불만이 있었다. 미키는 부모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하겠다며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아키라는 그의 직업을 묻자 알바로 돈을 벌고 있으며 앞으로 연극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한다. 아키라는 직업도 변변이 없는 그런 사람에게 딸을 줄 수 없다고 면박을 주며 둘 사이를 반대하지만, 미키는 남자 친구를 옹호하며 아버지의 고리타분한 생각을 나무란다. 그리고는 집을 나가버린다. 아키라는 미키의 남자친구가 하는 연극을 보면서 그를 이해하고 둘 사이를 허락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아키오는 회사일에도 열심이다. 중요한 계약을 따러 간 그는 <파이널 판타지> 게임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고객회사 간부들의 신임을 얻어 계약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다.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의 동료 사원인 이데 사토미와도 게임을 통해 가까워지게 된다.


모처럼 감상한 훈훈한 가족영화이다. 2시간이 넘는 긴 상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지루함이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추천할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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