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Jul 03. 2023

영화: 서편제

남도의 풍경 속에서 소리와 함께 떠도는 오누이의 기막힌 사연

서편제는 판소리의 한 유파로서 애절하고 정한(情恨)이 많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영화 <서편제>는 판소리 소리를 하면서 떠도는 소리꾼과 그가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스토리와 함께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꾼의 소리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영화는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소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영화에 나오는 소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입장이 못되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가슴에 오래 남는다. 이 영화를 어디서 촬영하였을까? 바로 남해에 있는 청산도(靑山島))라는 섬이다. 나는 2년 전 청산도에 가보았는데, 이때 서편제의 촬영 장소도 찾아보았다. 청산도는 참 아름다운 섬이다. 특히 봄이 되면 섬 전체 비탈에 노랗게 피어있는 유채꽃은 일품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1926384635


때는 1960년대이다. 유봉은 뛰어난 소리꾼이지만 소리에 대한 그의 집착과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심성으로 국악계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다. 동호보다 실력이 못한 그의 친구들은 모두들 소리꾼으로 성공하여 윤택하게 살고 있으나, 동호만이 어려운 생활로 소리를 팔며 방랑생활을 하고 있다. 

전라도 보성, 동호는 주막 주인의 판소리 한 대목을 들으며 회상에 잠겨 있다. 마을 부잣집의 잔치에 불려 온 소리꾼 유봉은 그곳에서 만난 동호의 엄마인 금산댁과 살림을 시작한다. 유봉이 데리고 다니던 양딸 송화는 동호와 오누이처럼 친해진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했던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기를 낳던 금산댁은 그만 죽고 만다. 


금산댁이 죽자 유봉은 두 아이를 데리고 생활을 시작한다. 동호와 송화를 함께 데리고 다니면서, 동호에게 북을, 송화에게는 소리를 가르친다. 소리를 들으려는 사람이 있으면 불려 가 동호의 북소리에 맞추어 유봉과 송화는 소리를 한다. 그러나 동호의 북 솜씨에 유봉은 늘 불만이다. 그는 동호의 북 솜씨가 시원찮다고 하면서 매일 심하게 동호를 닦달한다. 


세상은 변하여 이제 소리를 찾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봉과 아이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지고 그에 비례하여 유봉은 동호와 송화에게 더 좋은 북과 소리를 만들라고 심하게 다그친다. 가난과 유봉의 학대를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동호는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다. 동호가 집을 나가자 유봉은 송화마저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송화를 붙잡아두기 위해, 그리고 송화가 세상의 모든 것과 끊고 소리에만 온 정신을 쏟도록 약을 먹여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자신의 잘못을 안 유봉은 송화의 시력을 되찾게 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유봉은 그 죄책감으로 죽고 만다. 

집을 나간 동호는 유봉과 송화를 버리고 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몇 년 후 동호는 유봉과 송화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렇게 방랑을 하던 동호는 어느 주막집에서 송화를 만난다. 이미 눈이 먼 송화는 동호를 알아보지 못한다. 동호는 송화에게 소리를 부탁한다. 그리고 자신은 북채를 잡는다. 송화의 소리와 동호의 북은 밤새도록 계속된다. 송화는 이미 북소리로 상대가 동호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내색도 하지 않고 소리만 한다.  


이렇게 밤새도록 소리와 북으로 함께 밤을 밝힌 그들, 날이 밝자 동호는 아무 말도 않고 주막을 떠난다. 그런 동호를 송화도 잡지 않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늙은 주막집주인은 그 둘의 기막힌 운명을 보면서 가슴 아파한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유봉은 왜 그렇게까지 소리에 집착했을까? 동호는 왜 송화의 손을 한번 잡아주지 못했을까? 송화는 왜 동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어보질 못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007 리빙 데이라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