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를 딛고 일어선 여자 경마 기수, 그리고 새로 찾은 사랑
● 개요
영화 <그랑프리>는 경마를 소재로 한 사랑 이야기로서 2010년에 제작되었다. 양동근과 김태희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 줄거리
여자 기수인 주희(김태희 분)는 경기도중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여 자신이 사랑했던 말이 다리가 부러져 안락사를 당하자 기수로서의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그녀는 기수 은퇴를 선언하고 제주도로 향한다. 그런데 다리가 부러진 말을 왜 잔인하게 안락사시킬까? 말은 다리가 한번 부러지면 회복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리가 부러진 말은 제대로 걷지 못해 결국은 다리가 썩어 들어가고 만다. 그런 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다.
주희는 안락사를 당한 자신의 말을 키웠던 황만출 노인(박근형 분)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황 노인과 함께 그의 손녀 소심이 살고 있다. 황 노인은 여러 마리의 말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말 “탐라”를 보고 주희는 매료된다. 다시는 말을 타지 않겠다고 결심한 주희였지만, 탐라를 보고는 다시 말을 타고 싶은 마음이 솟아난다.
주희는 소심과 함께 탐라를 데리고 넓은 초원에 나왔다. 그곳에서 그는 우석(양동근 분)을 만난다. 우석은 무패황제란 말을 타고 있다. 우석은 탐라를 데리고 있는 주희를 도발하여 경주를 하자고 한다. 주희는 일급 기수였던 자신에게 도전해 오는 우석에게 속으로 콧웃음을 치면서 그의 도전을 받아준다. 그런데 막상 시합을 시작하자 간발의 차로 우석에게 패하고 만다. 사실 우석은 일본 경마에서 활약하던 기수였다. 경기에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 때문에 죽고 말아 상심하여 어머니가 살고 있는 제주도로 돌아온 것이었다. 우석의 어머니인 고유정(고두심 분)은 우석에게 기수를 그만두라고 한다.
우석과 주희는 햄버거 가게에서 저녁을 먹는다. 식사 후 우석은 먼저 떠나려는 주희의 어깨를 잡는데 그 먼 주희의 어깨뼈가 탈구해 버린다. 주희는 시합 중에 당한 부상으로 상습적인 어깨뼈 탈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우석은 고통을 호소하는 주희를 진정시키고 어깨뼈 탈구를 고쳐준다. 이 일을 계기로 우석과 주희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 우석과 주희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알게 된다.
어느 날 황 노인의 목장으로 유정의 목장의 차가 온다. 탐라를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영화에서는 확실지 않으나 아마 탐라의 소유주는 유정이었고, 황 노인은 탐라를 맡아 키운 것 같다. 소심이 울면서 탐라를 데려가지 말라고 하지만, 결국 탐라는 유정의 목장으로 끌려간다. 탐라를 데려온 유정은 목장 지배인인 광호에게 탐라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명령한다. 그 말을 들은 광호는 어쩔 줄을 몰라 머뭇거린다. 그때 우석이 나타나 이를 막는다. 유정은 의족을 하고 있다. 억울하게 잃은 자신의 다리에 대한 보상으로 황 노인이 아끼는 탐라의 다리를 부러뜨리려는 것이다.
소심이 황 노인에게 탐라를 찾아오라고 조르자 황 노인은 탐라를 되찾아오기 위해 유정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유정은 황 노인의 부탁을 거절하고 오히려 황 노인에게 탐라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명령한다. 황 노인은 만약 자신이 그렇게 한다면 탐라를 돌려주겠느냐고 묻자, 유정은 고개를 끄덕인다. 황 노인은 아픈 마음을 억누르고 탐라의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하는데, 주희가 나서 를 막는다. 그리고는 탐라에게는 뛸 수 없는 것이 죽음과 같다면서 탐라를 그냥 두라고 애원한다. 그러자 황 노인은 칼로 자신의 다리를 찌른다.
황 노인과 유정 사이에는 사연이 있었다. 두 사람은 어릴 때 같은 마을에서 함께 자라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 1948년 제주에는 학살의 광풍이 몰아쳤다. 어느 날 황 노인의 아버지가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와 유정의 아버지에게 폭행을 가하였다. 어린 시절의 황 노인과 유정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얼마뒤 황 노인의 가족이 유정의 아버지가 쏜 총에 맞아 죽는다. 간신히 혼자만 살아남은 황 노인(만출)은 유정의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하면서 유정의 아버지의 목장에서 말을 꺼낸 후 마구간에 불을 질렀다. 그때 유정은 마구간에 있었다.
유정은 불에 타 무너져 내리는 기둥에 깔려 다리를 크게 다쳤다. 유정은 만출을 목 터져라 불렀지만 만철은 뒤돌아보지 않고 불타는 마구간을 뒤로하고 나가버렸다. 만출이 유정이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아니면 듣고도 그냥 나가버렸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여하튼 그 일로 유정은 두 다리를 잃었고 의족을 하게 되었다. 그 일은 그녀에게 있어 평생의 원한으로 남아있고, 자신을 버린 만출을 증오해 왔던 것이다. 유정이 탐라의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하는 것도 만출이 탐라를 그만큼 아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석도 그런 어머니의 과거를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만출과 세상에 대한 유정의 증오는 만철에 대한 편집적인 사랑으로 바뀌었다. 우석을 자신이 원하는 아들로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우석도 그런 어머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세상에 대한 어머니의 원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는 유정에게 자신의 부탁을 하나만 들어준다면 소원대로 기수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유정은 이를 받아들인다. 우석은 유정에게 탐라를 그대로 황 노인에게 돌려주라고 부탁한다.
주희는 탐라로 인해 다시 말을 타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우석은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가겠다고 한다. 주희는 다시 황 노인의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석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 이대로 우석을 일본으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주희는 탐라를 타고 공항으로 달려간다. 우석을 태운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려 나가는데 주희는 말을 타고 그 뒤를 쫓는다. 그러나 아무리 탐라가 명마라 해도 비행기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우석은 일본으로 가버린다.
주희는 새로운 마음으로 기수 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주희는 탐라를 타고 연전연승이다. 좋은 성적을 올린 주희는 마침내 한 해를 마감하는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그랑프리 당일, 우석도 주희를 응원하기 위해 일본에서 달려왔다. 출발선으로 향하는 주희에게 네 잎 클로버를 건넨다.
그랑프리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빅 크라운의 기수는 주희의 길을 막고, 주희는 점점 뒤처진다. 유정이 자신이 출전시킨 무패제왕을 우승시키기 위해 빅 크라운 기수에게 주희를 방해하도록 명령하였기 때문이다. 방해로 인해 뒤로 처지던 주희의 탐라는 후반전에 들어가면서 힘을 내어 앞으로 치고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결승점, 탐라는 무패제왕과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한다. 육안으로는 누가 이겼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사진 판독에 들어가고 그 결과 탐라의 우승이 확정된다.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주희와 우석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여기에 새로운 사랑이 열매를 맺고 있었다. 유정과 만출은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만출은 평생을 입밖에 꺼내지 못했던 말을 유정에게 건넨다.
“사랑해”
세월이 흘렀다. 경마장 게이트 안에는 주희와 우석의 모습이 있었다. 주희는 탐라를, 우석은 무패제왕을 타고 서로 노려보고 있다. 우석이 다시 기수로 돌아온 것이었다. 지기 싫어하는 두 사람은 서로 승리를 양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게이트를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