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하려 했던 이가(伊賀) 닌자
이 블로그에서는 이전에 몇 번이나 일본의 역사소설가이며 역사평론가인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를 소개한 바 있다. 시바 료타로는 신문기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 바로 <올빼미의 성>(梟の城)이었다. 이 소설의 원제목은 <올빼미가 있는 도성>(梟のいる都城)인데, 이를 단행본으로 출판하면서 제목을 <올빼미의 성>으로 바꾸었다. 이 소설이 대히트를 치면서 시바 료타로는 기자생활을 접고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시바 료타로의 처녀작이라 할 것이다. 시바 료타로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079113162
영화 <올빼미의 성>(梟の城)은 시바 료타로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인데, 1999년에 제작되었다. 닌자(忍者) 조직에 소속되어 살아가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암살을 노리는 쯔즈라 쥬조(葛籠重蔵)와 닌자 조직을 빠져나와 무사로서 입신출세하려는 카자마 고헤이(風間五平) 두 친구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번 영화 이전에 이 소설은 영화로 한 번, 그리고 드라마로 한 번 제작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이가(伊賀)를 침공하여 주민을 살육한 지 10년이 지나, 이가 닌자인 쯔즈라 쥬조는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원수였던 오나 노부나가는 이미 죽어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렸지만, 옛 스승으로부터 노부나가의 뒤를 이어 최고권력자가 된 태합(太閤)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를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는다. 이 암살 계획의 배후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이다. 닌자로서의 생애를 화려하게 끝낼 것만을 생각하고 있던 쥬조는 의뢰를 받아들여 히데요시 암살에 나선다.
쥬조가 암살의 도움을 받기 위해 사카이(堺)의 거상 이마이 무네히사(今井宗久)를 찾아가던 중 코하기(小萩)라는 무네히사의 양녀가 나타나,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렇지만 그녀는 쥬조를 감시할 임무를 띤 여자 닌자, 즉 쿠노이치(くノ一)였다. 쥬조는 이가 닌자로서 살아남은 코사루, 쿠로아야 등을 만나 히데요시를 암살하는데 도움을 얻기로 한다. 한편 이가를 배신한 카자마 고헤이는 쥬조를 만나 자신은 결코 이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무사로서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히데요시로부터 관직을 받아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히데요시는 규슈의 나고야(名護屋)로 향하며, 조선 침략이 시작된다. 조선을 침공한 일본군은 처음에는 승승장구하였으나 조선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즈음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와의 식사 자리에서 히데요시의 측실인 요도기미(淀君)가 임신하였다는 사실을 듣게 되며, 때를 놓쳤다고 생각한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의 암살을 포기한다.
쥬조가 숨어 있는 깊은 산속 오두막에 코하기가 찾아와 암살 임무는 중단되었다고 전해준다. 그리고는 코하기는 쥬조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하지만 쥬조는 이을 듣지 않는다. 조선에서는 명의 참전으로 일진일퇴의 전황이 계속되고 있다. 히데요시는 아들이 태어나 이를 축하하기 위해 코야산에서 성대한 꽃놀이를 개최한다. 이곳에 이가 닌자들이 숨어들어 히데요시를 암살할 계획이었으나, 돌련 휘몰아친 폭풍우로 암살계획은 중지된다.
쥬조는 고헤이와 만나 서로의 입장을 털어놓는다. 이 자리에 카가(甲賀) 닌자의 무리들이 습격해 와 쥬조의 동료들은 모두 살해되며, 쥬조는 습격해 온 카가의 닌자들을 모두 죽이지만 자신도 큰 부상을 입고 산속의 집으로 돌아온다. 카가 닌자들은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가 거느린 닌자 무리로서 히데요시를 위해 일한다. 토시이에는 카가 닌자들을 모두 잃고 돌아온 고헤이를 내쳐버린다. 교토에 잠입한 쥬조는 고헤이에게 감시당하고 있으며, 쥬조도 그것을 알고 있다. 고헤이는 쥬조를 미행하는 도중에 관헌과 언쟁이 벌어지지만, 스스로 이시카와 고우에몽(石川五右衛門)이라는 가짜 이름을 대고 그 자리를 피한다.
쥬조는 어렵게 히데요시의 성에 잠입하여 히데요시의 침실에까지 들어간다. 그리고 잠든 히데요시의 얼굴을 보고는 “지독하게 늙어빠졌군”하며 웃는다. 잠을 깬 히데요시는 쥬조에게 조선침략도 자신의 뜻이 아니라 자신은 단지 흘러가는 말로 그저 침략을 어렴풋이 말한 것뿐이었는데, 그만 전쟁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히데요시는 쥬조에게 “나라는 놈이 정말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나 한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아무것도 변할 것이 없다.”라고 하며 자신을 죽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쥬조에게 말한다. 그렇지만 쥬조는 “나는 히데요시를 쫓는 것으로 몇 년간 즐거웠다. 그러나 히데요시가 얻은 것은 내게 얻어맞는 것뿐이다”라며 히데요시를 신나게 두들겨 패주고는 “참 뻔뻔스러운 낯짝을 하고 있군”란 말을 남기고는 그 자리를 떠난다.
쥬조은 성에서 탈출할 때 고헤이와 만나지만 치열한 결투 끝에 피하는 데 성공한다. 한편 고에이는 경비병들에게 붙잡히는데, 자신은 마에다 가문의 가신이라고 신분을 밝히지만 경비병들은 그 말을 믿지 않고 그를 체포한다. 그리고 마에다도 확인하려는 경비병들에게 고헤이가 자신의 부하가 아니라고 부정해 버리며, 결국 고헤이는 천하의 대악당 이시카와 고우에몽(石川五右衛門)이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되게 된다.
이시카와 고우에몽, 즉 고헤이가 처형되는 날, 구경꾼들이 모인 강변에는 쥬조와 코하기의 모습이 보인다. 쥬조는 스승으로부터 코하기는 핫토리 한조(服部半蔵)의 쿠노이치(くノ一)이며, 마지막에는 상황에 따라 쥬조를 죽이던지 그것이 불가능하면 스스로 자결하도록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쥬조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대답하며, 스승이 한조의 손에 살해되고, 이시카와 고우에몽이 솥 속에서 삶기는 있는 가운데 쥬조와 코하기는 길을 떠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 깊은 산속에 평화롭게 살아가는 쥬조와 코하기의 모습이 보인다. 이시카와 고우에몽이 사형당한 지 4년이 흘러 히데요시가 죽고, 쥬조와 코하기를 감시하던 한조의 임무도 거기서 끝난다.
이 영화는 닌자 영화이면서도 전국시대 이후 한 시대를 풍미하였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재미를 더해준다. 주인공인 쥬조가 받은 히데요시 암살 임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대립에서 온 것으로 두 인물이 빈번히 등장한다. 특히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튀김(튀김)을 먹으며 서로를 탐색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튀김은 이 시대 일본에서 처음 생긴 요리로서 특히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튀김을 아주 좋아하였다고 한다.
또 카가 100만 석으로 유명한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는 히데요시를 보좌하는 역으로 나온다. 닌자 4대 유파 가운데 하나인 카가(加賀) 닌자를 거느리며 주인공 쥬조의 활동을 견제한다. 또 이가(伊賀) 닌자의 우두머리로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보필한 핫토리 한조(服部半蔵)도 등장하는데 주인공 쥬조와 같은 닌자무리이면서도 쥬조를 감시, 견제하기도 하다가 돕기도 한다. 마에다 토시이에에 대해서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091060299
마지막으로 또 재미있는 인물 중 하나가 이시카와 고우에몽(石川五右衛門)이다. 이 영화에서는 실제 이시카와 고우에몽은 등장하지 않고 주인공 쥬조와 대립하는 고헤이가 그의 이름을 도용하였다가 이시카와 고우에몽으로 오인되어 끓는 물에 삶겨 사형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시카와 고우에몽은 우라쥬쿠 시치베에(裏宿七兵衛), 네지미 코죠(鼠小僧) 등과 함께 일본의 의적(義賊)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카와 고우에몽은 도둑질 도중에 체포되어 어린 아들과 함께 기름을 가득 채운 큰 가마솥에서 튀겨 죽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이시카와 고우에몽은 만화 <루팡 3세>에서는 루팡의 동료로서 등장하여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