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Sep 14. 2023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NASA에서 인종차별의 벽을 뚫고 새길을 개척한 세 흑인 여성의 인간승리

■ 개요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로켓과 행성의 궤도와 관련한 복잡한 계산을 하여야 한다. 그 계산이 한치만 어긋나더라도 우주선은 영원한 우주의 미아가 되기 십상일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복잡한 계산은 모두 컴퓨터가 담당한다. 우주 개척의 최첨단을 가는 NASA에는 어마어마한 성능의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이러한 어마어마한 양의 계산을 어떻게 하였을까? 어쩔 수 없이 모두 사람들의 손으로 하였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인 1970년대 전반만 해도 계산기가 일반화되지 않았다. 계량경제학 시간에 간단한 회귀분석 모형의 계수를 계산하라는 숙제가 있었는데, 며칠 동안 종이를 펴놓고 그 계산을 하였던 옛일이 생각난다.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경쟁은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시대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 위한 그 방대하고도 복잡한 계산을 모두 사람 손으로 하였다. 내가 1977년에 연구소에 취직하니 사람들은 “먼로”라는 상표의 미제 계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감승제(加減乘除)만 되는 간단한 계산기였는데, 타자기 정도의 크기였다. 그런데 우주개발이 시작되던 1950년대 말에는 그런 계산기라도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미국에서 아직 인종차별이 심각했던 1950년대 후반 항공우주국(NASA)에 계산원으로 취직하여, 인종차별의 벽을 뚫고 엔지니어로 성장한 흑인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전기영화이다. 그렇지만 전기영화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극적인 재미를 중요시하는 만큼 역사적 사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2016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 줄거리


흑인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캐서린은 어릴 때부터 천재란 소리를 들을 만큼 뛰어난 아이였다. 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는 응용수학을 전공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였다. 그러나 인종차별의 벽이 두터웠던 당시에는 흑인들이 갈 수 있는 직장은 한정되었다. 


1961년 미국 남동부의 버지니아주 햄프턴. 이곳에는 여전히 백인과 유색인종 사이에 분리 정책이 실시되고 있었다. 흑인들은 백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에도 가지 못하고, 화장실도 함께 사용하지 못하였다. 대학원을 졸업한 캐서린은 결혼을 한 후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계산원으로 취직하였다. 당시 NASA에는 수십 명의 흑인 여성으로 구성된 계산팀이 있었는데, 팀장만 백인여성이었을 뿐 팀원들은 모두 흑인 여성들이었다. 캐서린은 이곳에서 일하면서 동료 도로시와 메리 등과 친해진다.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미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당시의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은 체제경쟁적인 면이 있었다. 우주경쟁에서 앞서 나간다는 것이 자신들의 국가체제가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금석처럼 생각되었던 것이다. NASA도 인공위성 발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계산 수요도 폭증하였다. 

NASA의 핵심 부서 가운데 하나인 우주 태스크 그룹(STG)에 빈자리가 하나 생겼다. 엔지니어를 보좌하면서 그가 만든 수식을 계산하는 자리로서, 단순 계산이 아니라 수학적 분석력을 필요로 하는 자리였다. 그는 상사의 배려로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STG로서는 처음으로 맞아들이는 유색인종이었다. 캐서린이 자리를 잡자 주위의 백인 직원들은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부서 내에서 외톨이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천재적인 수학능력을 이용하여 백인 엔지니어들이 만든 잘못된 수식을 찾아내고, 아무도 해결 못하는 수학적 문제를 해결해 보이지만 그녀에 대한 차별은 줄어들지 않는다. 


근무시간 중 그녀는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그 화장실은 백인 전용 화장실이라 캐서린이 여기에 들어가려 하자 화장실 담당직원이 제지한다. 캐서린은 이 건물에서 일하게 된 최초의 유색인종이라 이 건물에는 유색인종 화장실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캐서린은 800미터나 떨어진 다른 먼 곳에 있는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한다. 아무리 빨리 화장실에 다녀오더라도 왕복 40분은 걸린다. 사무실 안에 비치된 커피 포트도 백인 전용이라 캐서린은 이용할 수 없다.  


계산팀을 관리하던 백인 여성 팀장이 퇴직하였다. 누가 보더라도 경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이 부서의 팀장은 당연히 도로시가 맡아야 하였다. 지금까지 도로시는 사실상의 팀장 역할을 해온 것이었다. 도로시는 상사에게 자신을 팀장으로 임명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위에서는 흑인 여성을 관리자로 임명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거절한다. 

이 무렵 IBM에서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개발하여 시판하기 시작한다. NASA에도 컴퓨터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들어오긴 하였지만 누구도 그 작동법을 모른다. 그리고 흑인 계산원들은 컴퓨터의 막강한 계산 능력을 알고, 앞으로 자신들의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들을 한다. 이때 도로시가 나서 동료들에게 앞으로는 컴퓨터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자고 하면서 새로이 FOTRAN 등 컴퓨터 언어 학습을 시작한다. 


우주 비행사 후보생 "머큐리 세븐 (Mercury Seven)"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들을 환영하는 자리도 흑백으로 구분되었다. 행사담당자들은 흑인 직원들이 후보생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자리를 격리하였는데, 후보생 가운데 한 명인 존 글렌은 흑인 직원들의 자리 쪽으로 다가와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보낸다. 


인공위성을 발사할 날은 다가오는데 엔지니어들이 아무리 계산을 해도 궤도가 정확히 들어맞질 않는다. 그러던 중 캐서린은 그 수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큰 흑판에다 제대로 된 수식과 계산과정을 늘어놓는다. 얼마 후 그녀의 상사인 해리슨이 그 칠판을 보고 정확한 답을 찾아내었다고 하면서 그녀의 능력을 인정한다. 해리슨은 인종적 편견이 없는 사람으로서 캐서린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그런데 해리슨은 캐서린에 대해 한 가지 못마땅한 점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이다. 참다못한 해리슨은 캐서린을 불러 왜 그리 자주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냐면서 근무태도가 나쁘다고 질책한다. 그 말을 들은 캐서린은 드디어 쌓이고 쌓였던 분노가 폭발한다. 자신은 이 건물에 화장실이 없어 800미터나 떨어진 건물에 있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매일 몇 번씩이나 장시간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세상에 이런 차별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한다. 


그 말을 들은 해리슨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이 건물에 유색인종 화장실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큰 해머를 들고 직원들과 함께 화장실로 간다. 그리고는 해머로 “백인 전용, 유색인 사용금지”라 적힌 팻말을 부숴버린다.     


소련은 1964년 4월 보스토크 1호에 조종사 유리 가가린을 태워 사상 처음으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다. 미국의 머큐리 프로그램은 큰 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그해 5월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은 달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연설을 한다. NASA의 우주 태스크 그룹은 더욱 바빠졌다. 

드디어 클렌이 조종사하는 미국의 유인 인공위성이 발사되었다. 그런데 인공위성이 귀환할 무렵 우주 태스크 그룹에 문제가 생겼다. 인공위성이 귀환할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낙하 위치를 몰라 오랜 시간 캡슐을 방치한다면 조종사들이 사망할 위험이 있다. 귀환 위치를 찾기 위해 우왕좌왕하던 중 캐서린이 정확한 계산으로 낙하위치를 특정한다. 그 덕택에 우주비행사들은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었다. 그들은 캐서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남편이 사망하여 혼자 세 딸을 키우고 있던 캐서린은 방위군 장교인 짐과 재혼하고 짐은 그녀에게 진주 목걸이를 선물한다. 이전에 캐서린은 NASA의 여직원 드레스 코드 가운데 하나가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는 것이었는데, 돈이 없어 목걸이를 못해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언어를 독학으로 공부한 도로시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뽑힌다. 그러나 도로시는 계산팀의 다른 직원들도 함께 가지 않는 한 자신도 그 자리에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그래서 결국 그동안 도로시의 설득에 의해 컴퓨터 언어를 학습한 여직원들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래밍 팀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팀장으로는 도로시가 임명된다. 


케서린과 도로시, 그리고 메리는 혹독한 인종차별의 벽을 뚫고 NASA에서 훌륭한 엔지니어로 성장하였고, 또 그들은 미국의 우주개발에 많은 공헌을 하였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레벨 업뿐만 아니라 NASA에까지 깊게 뿌리내려 있는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어 후진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길을 뚫어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세계바둑의 중심지 일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