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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17. 2023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킨 코모두스 황제에 대한 복수

■ 개요


아무리 성현이지만 자식 농사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뛰어난 철학자이자 현제(賢帝)로서 추앙받고 있지만, 그의 뒤를 이은 아들 코모두스는 네로나 갈리큘라보다도 더한 폭군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장녀  역할을 한 루실라 공주는 동생인 코모두스와 사이가 아주 나빴다고 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아들 코모두스가 스스로 황제가 되기 위해 아버지를 독살하고, 아버지의 심복으로서 아들 대신 황제 위를 물려주려고 했던 장군 막시무스를 죽이려 했는데, 살아난 막시무스가 코모두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2000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철저히 사실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나 코모두스, 그리고 루실라 공주는 실존 인물이지만, 주인공인 막시무스는 가공의 인물이다. 1964년에 제작된 영화 <로마제국의 멸망>(The Fall Of The Roman Empire)도 이 영화와 비슷한 내용을 하고 있다. 여기서도 역시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친구이자 아버지가 신뢰하는 장군 리비우스를 죽이려 하다가 결국은 리비우스에게 복수당한다. 또한 소피아 로렌이 연기한 루실라 공주도 <글래디에이터>에서와 마찬가지로 리비우스를 사랑한다. 이렇게 본다면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로마제국의 멸망>을 훨씬 더 박진감 있게 리메이크한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코모두스로서는 지나치게 악마화되어 만약 본인이 이 영화를 보았다면 좀 억울한 생각도 들 것이다. 그리고 비련의 공주 루실라는 이 영화에서 너무 미화되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영화에 대해 설명한 후 마지막 부분에 가서 다시 설명하도록 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제정 로마시대 중기를 무대로 하고 있다. 로마의 장군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레디우스는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려 하는 황태자 코모두스의 음모에 말려들어 가족을 잃고 그 자신도 노예로 전락한다.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고 검투사(Gladiator)가 되어 결국 복수에 성공한다. 이 영화는 뛰어난 영상미와 스토리로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고, 비평가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카데미상 및 골든글러브상의 작품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 줄거리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치하의 로마제국, 평민 출신의 장군 막시무스는 게르마니아 원정에서 악전고투 끝에 승리를 거둔다. 부상당해 쓰러져 있는 병사들을 살피고 있던 노령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지금까지 팽창을 계속해온 제국이 그 붕괴가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갖는다. 늙은 황제가 고민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황제 위의 계승이다. 황태자 코모두스는 용기와 정의감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음모와 모략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황제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반면 용감하고 욕심이 없는 장군 막시무스를 볼 때마다 아들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황제는 그를 후계자로 삼아 로마를 제정에서 공화제로 되돌리고 싶어 한다. 황제는 막시무스를 불러 자신의 후계자가 되라고 하지만 막시무스는 거절한다.

로마에서 코모두스가 군단을 찾아왔다. 아들을 막사에 부른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뒤를 이어 대임을 맡을 수 있을지 묻는다. 코모두스는 기꺼이 맡겠다고 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아들과 긴 대화를 나눈다. 아우렐리우스는 아들이 로마의 황제로서는 너무나 자질이 떨어지고, 반면 권력욕이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아들에게 이제 로마에서 제정은 한계에 다다라 공화정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을 넌지시 내비친다. 막시무스는 그런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다음날 아침 막시무스는 심복인 퀸투스로부터 황제의 죽음을 전달받고 황제의 천막으로 향한다. 코모두스로부터는 황제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말을 듣지만,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에 대해 의심을 품고 사실을 명확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대부부의 사람들이 코모두스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확신을 가지면서도 코모두스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으며, 퀸투스 마저도 막시무스를 배신하고 그를 체포하며, 막시무스의 가족들을 모두 처형하라는 코모두스의 명령을 실행한다.


코모두스의 명을 받은 병사들이 막시무스를 처형하기 위해 끌고 나가는데, 막시무스는 처형당할 직전에 병사들을 모두 때려눕히고 탈출한다. 그리고 로마에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집은 이미 불타있었고, 아내와 아들의 비참한 주검이 나무에 걸려 있었다. 아내와 아들의 주검을 본 막시무스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통곡하면서, 부상과 피로로 정신을 잃는다.

막시무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어느 상인에게 잡혀 북부 아프리카 지역의 어느 마을로 끌려가 노예시장에서 팔리는 몸이 되었다. 얼마디 이곳에서 조그만 검투사 집단을 운영하는 프로키시모라는 남자가 나타나 막시무스를 산다. 그는 막시무스에게 “스파냐드”(스페인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검투사단으로 팔려간 막시무스는 처음에는 검투사가 될 의욕조차 갖지 않았으나. 곧 전사로서의 피가 살아나 검투사가 된다.


한편 로마에서는 코모두스가 화려하게 개선하고 있다. 원로원의 노회한 정치가들과 귀족들은 경험이 없는 젊은 황제를 모욕하기도 하지만, 코모두스는 원래 공화정이었던 로마에서는 귀족보다는 민중의 힘이 강하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오락과 먹을 것을 민중들에게 아낌없이 뿌려 그들을 즐겁게 하고, 또 스스로도 백성을 사랑하는 황제라는 것을 보여주어 민중의 환심을 샀다. 그리고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원로원을 무시하고 전제적인 통치를 시작하였다.


로마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오락은 검투 대회였다. 지금까지는 콜로세움에서 검투대회를 여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코모두스는 민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콜로세움에서 대대적인 검투대회를 계획한다. 지방에 흩어져 있던 여러 검투사 집단을 로마로 불러 모은다. 프로키시모도 점차 실력을 더해가는 막시무스를 믿고 스스로 로마의 검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출발한다. 막시무스는 처음에는 검투대회에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검투사가 시합에서 승리하여 자유를 얻게 될 때는 황제를 알현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검투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프로키시모 그 자신도 이전에는 검투사였으나 아우렐리우스를 알현하고 그로부터 자유인으로서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프로키시모의 검투사 집단은 검투대회에 신청을 했는데, 아주 불리한 역을 맡게 되었다. 포에니 전쟁을 테마로 한 투기에서 그들이 “카르타고 군”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즉, 로마를 침략하였다고 로마군에게 패퇴당하는 악당 역을 맡은 것이었다. 그들은 로마군 역할을 맡는 검투사 집단과 싸우게 된다. 로마군 역할을 맡은 집단은 전차 등 중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시합이 시작되었다.


빈약한 무기로 싸우는 프로키시모의 검투사 집단은 중무기를 갖춘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당한다. 그러나 막시무스는 지휘관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진법으로 이에 대항한다. 결국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막시무스가 지휘하는 프로키시모 검투사 집단이 대승을 거둔다. 로마 시민들은 그러한 막시무스를 보고 환호하며, 순식간에 막시무스는 로마 최고의 인기 검투사가 되었다. 검투시합이 끝난 후 코모두스가 막시무스를 알아보고 그를 죽이려 했지만, 민중들의 환호로 그를 살려둘 수밖에 없었다. 코모두스가 막시무스를 죽이려고 그가 아주 불리한 싸움을 하도록 책략을 꾸미지만, 코모두스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승리하자 막시무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가고, 반대로 코모두스의 인기는 떨어진다.

원로원에서 코모두스를 제거하기 위한 쿠데타 계획이 진행된다. 이 모의에는 루실라 공주도 뜻을 함께 한다. 막시무스는 루실라 공주의 주선으로 그라크스 의원과 만나 거사를 결의한다. 막시무스는 옛날 자신이 지휘하던 부대로 돌아가 군사를 끌고 오겠다고 한다. 그라크스 의원은 쿠데타가 성공한 후 막시무스가 권력을 놓지 않으면 어떡하나 의심하지만, 막시무스는 로마를 공화제로 되돌리겠다는 선왕의 유지를 알려주자, 그라크스도 비로소 막시무스를 믿는다.


한편 궁전에서는 코모두스는 점점 더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막시무스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다. 측신이 기를 죽이라고 조언하지만, 그랬다가는 시민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다고 거절한다. 코모두스도 쿠데타의 움직임을 눈치채었다. 그는 자신의 반대파들과 막시무스가 쿠데타를 계획하는 것을 두고 보다가 결정적일 때 그들을 체포하여 죽일 계획을 꾸민다. 이 계획은 멋지게 성공한다. 옛날 자신의 군단으로 돌아가려 하던 막시무스는 떠나기 직전 체포된다.

코모두스는 민중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막시무스를 처형하기 위해 투기장에서 막시무스와 1:1의 검투 시합을 벌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는 코모두스는 부하들을 시켜 시합 전에 막시무스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다. 이로서 자신이 막시무스와의 검투시합에서 쉽게 승리하리가 생각한다.


시민들의 환호 속에 막시무스와 코모두스의 검투 시합은 시작되는데, 막시무스는 부상 때문에 제대로 싸울 수가 없다. 싸움은 점점 더 막시무스가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막시무스는 고전 속에서도 마지막 힘을 짜내 코모두스의 검을 쳐 날리지만, 의식은 점점 더 흐려져 간다. 코모두스는 퀸투스에게 새로운 검을 가져오라고 병사들에게 명령하지만, 퀸투스는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친위대 병사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지시한다.


맨손 싸움으로 변한 난전 속에서 막시무스가 코모두스의 목에 단도를 꽂아 넣는다. 마침내 코모두스는 서서히 넘어지더니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퀸투스 등 로마병사들에게 크라크스를 석방시키고, 로마의 정치를 올바르게 돌려놓으라는 말과 함께 막시무스오 쓰러진다.

콜로세움의 모래 위에는 막시무스와 코모두스 두 개의 주검이 놓여있다. 시민들은 검투장 안으로 뛰어들어 황제의 유해는 그대로 둔 채, 막시무스의 유해를 높이 들고 떠난다.


그러면 이와 관련한 실제의 역사로 돌아가보자.


■ 역사적 사실과 약간의 평


1. 이 영화에서는 코모두스가 아버지 아우렐리우스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사실은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아우렐리우스는 죽기 2년 전에 코모두스를 공동황제의 자리에 앉혔다. 즉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황제의 지위에 있는 것이다. 아우렐리우스가 죽을 때는 막시무스는 이미 황제의 신분이었다. 아버지를 죽일 이유가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에서 코모두스가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로 나오는  것은 코모두스로 봤을 때는 상당히 억울하다 할 것이다.


2. 아우렐리우스는 로마를 제정에서 공화정으로 되돌리겠다고 하였는데, 역사에서 실제 그런 일은 없었다. 현재의 민주주의적 시각에서는 제정보다는 공화정이 우수한 제도인 것은 틀림없으므로, 아우렐리우스는 현제이므로 아마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 하고 성현으로서의 아우렐리우스를 돋보이기 위해 이런 설정을 한 것 같으나, 사실과는 맞지 않다.

3. 루실라 공주는 이 영화에서는 물론 <로마제국의 멸망>에서도 비련의 공주로 등장한다. 그녀는 옛날 막시무스를 사랑했으나, 신분 차이로 인해 막시무스와 맺어지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한 후 과부가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막시무스를 잊지 못하고 있다. 코모두스는 누나인 루실라 공주를 사랑하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루실라는 포악한 코모두스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겁에 질려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는 루실라는 아주 악녀이다. 그녀는 권력욕이 무척 강하였고 욕심도 많았다. 그런 루실라를 코모두스가 별로 좋아했던 것 같지은 않다. 그녀의 첫 남편은 아우렐리우스의 동생이자 공동황제였던 루시우스 베루스였다. 즉, 삼촌과 결혼한 것이다. 남편이 죽은 후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장군과 결혼을 권하기도 하였으나, 정치적 권력이 없다는 이유에서 거절하기도 한다. 아버지 아우렐리우스가 사망한 후 코모두스가 단독 황제에 자리에 올라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녀는 코모두스를 독살하려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패로 끝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코모두스는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린다.


코모두스는 황태자일 때나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에도 상당히 밝은 성격에다 육체적으로도 건강하였다. 운동을 좋아하였으며, 특히 검투를 좋아하였다. 스스로 검투사로서 시합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원로들의 의견을 충분히 잘 들으며 정치도 잘했다고 한다. 그런데 독살 미수 사건 무렵부터 사람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한다. 독살사건으로 인한 충격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무렵부터 포악한 성격으로 변하고, 독단적으로 무자비한 통치를 시작하여 로마 최악의 폭군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게 되었다.


폭군 코모두스에 대한 조금의 변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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