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Nov 17. 2023

영화: 돈환의 모험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으로부터 스페인 왕비를 지키고 전쟁을 방지하는 돈환

■ 개요


서양 역사에서 여성 편력으로 이름난 플레이보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아마 스페인의 돈환(Don Juan)과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화국 출신의 카사노바(iacomo Casanova) 일 것이다. 돈환은 17세기, 카사노바는 18세기의 인물이다. 그런데 카사노바는 실존 인물인 반면, 돈환은 전설적인 인물로서 <세비야의 난봉꾼과 돌의 손님>이라는 희곡에 처음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이다. 이렇듯 돈환은 가공의 인물이지만, 그를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 소설, 희곡이 만들어져 그는 어느덧 전설의 난봉꾼이 되어버렸다. 영어에서는 돈환이라는 단어는 “playboy”의 동의어로 사용된다. 


원래 돈환의 전설은 간단하다. 귀족으로서 플레이보이인 돈환은 귀족인 돈 페르난도의 딸을 유혹하고 그녀의 아버지를 죽여버렸다. 나중에 돈환은 돈페르난도의 무덤의 석상을 발견하고는 장난 삼아 석상을 파티에 초대한다. 그러자 초대받는 석상은 유령으로 변해 파티장에 나타나 파치장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서 그를 지옥으로 끌고 가 버린다. 


영화 <돈환의 모험>(Adventures of Don Juan)은 1948년에 제작되었는데, 이상과 같은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다. 이 영화에서도 돈환은 난봉꾼임은 틀림없으나, 뛰어난 검객이자 조국에 충성하는 인물로서, 영국과 전쟁을 하려는 귀족의 쿠데타 음모를 분쇄하고 스페인의 왕과 왕실을 지킨다는 이야기이다. 돈환은 이렇게 활약을 하는 가운데 아름다운 스페인의 왕비를 사랑하게 되지만, 나라를 위해 표표히 떠나는 멋있는 남자로 등장한다. 


■ 줄거리


천하의 여성들로부터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남성들로부터는 무서운 적이라는 평판을 가진 돈환은 자신의 시종과 함께 천하를 주유하고 있었다. 영국에 들른 돈환은 그곳에서도 여러 여자들과 사랑에 빠져있었다. 이렇게 영국에서 처녀든 유부녀든 가릴 것 없이 유혹하던 돈환은 결국은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으로 갈 위기에 처한다. 그렇지만 영국에 스페인 대사로 와있는 폴란 백작이 돈환을 꺼내준다. 


폴란 백작은 아버지의 친구이다. 폴란 백작은 돈환을 불러 지금 스페인은 영국과 평화협상 중인데, 영국과의 전쟁을 원하는 스페인의 고관 로카가 이를 방해하려고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왕에게 보고하여 로카의 흉계를 저지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돈환에게 편지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돈환은 폴란 백작에 설득되어 그가 건넨 편지를 가지고 스페인으로 귀국한다. 


돈환의 여성 편력 소문은 이미 온 스페인에게 퍼져있다. 돈환은 왕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궁전으로 들어간다. 궁전에는 많은 여성들이 돈환을 보려고 모여들었다. 스페인의 왕인 필립 3세는 어리석은 인물로서 정사에는 관심이 없었고, 재상인 로카가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고 있었다. 로카는 전쟁준비와 함께 사복을 채우기 위해 백성들을 쥐어짜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횡포에 대해서도 왕은 전혀 모르고, 로카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무능한 왕에 비하여 마가렛 왕비는 아주 똑똑한 여자였다.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데다가 매우 현명하였다. 그녀는 왕에게 로카를 경계하고 스스로 정사를 돌보라고 조언하였지만, 왕은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로카는 자신의 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왕비를 경계하고는 언젠가는 제거할 속셈이다. 돈환은 편지를 왕에게 전달하려 하였으나 왕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돈환은 왕비가 아주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왕비에게 편지를 전한다. 왕비는 왕에게 로카의 음모를 알려주지만, 왕은 그런 왕비가 오히려 귀찮다. 


돈환은 궁전에서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검술 시범을 보인다. 그의 뛰어난 검술 솜씨를 본 왕은 그를 궁전의 검술 사범으로 초빙한다. 돈환은 검술 사범이 되어 많은 귀족 젊은이들에게 검술을 가르친다. 돈환의 뛰어난 검술 실력과 친절하게 자신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고 돈환의 제자들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따른다. 돈환은 왕비를 보고는 지금까지 어떤 여자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기품과 고고함을 발견하고는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로카는 돈환이 폴란 백작과 함께 자신의 전쟁 계획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그를 지하 감옥에 투옥시킨다. 그리고 귀국하는 폴란 백작을 중간에 납치하여 그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모진 고문을 한다. 그리고는 쿠데타를 일으켜 왕과 여왕을 내쫓고 자신이 왕이 되려고 한다. 

감옥에 갇힌 돈환은 시종인 레포렐로의 도움으로 탈출하며,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검술 제자들을 모은다. 그들은 지하 감옥으로 숨어 들어가 폴린 백작을 구출한다. 이어서 그는 동료들을 이끌고 궁전으로 달려가 로카의 쿠데타 음모를 저지하려 한다. 로카의 부하들을 차례차례 제거한 돈환은 마침내 로카와 일대일 대결을 벌인다. 로카도 아주 뛰어난 검객이다. 로카와 맞선 돈환은 계속해서 몰리면서도 마침내 로카를 쓰러트리는 데 성공한다. 이로서 로카의 쿠데타 계획은 좌절되고, 그동안 있었던 로카의 악행들은 만천하에 드러난다. 


돈환의 활약으로 스페인 왕실은 평화를 되찾았다. 마가렛 왕비는 감사의 표시로 돈환을 불렀다. 그 자리에서 돈환은 왕비에게 자신의 애틋한 사랑을 고백하며, 자신과 함께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왕비 역시 마음속으로는 돈환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왕실과 스페인을 위해 돈환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다. 


자신이 스페인에 머물다간 여왕과 왕실, 그리고 스페인에 걱정을 끼칠 뿐이라고 판단한 돈환은 다시 새로운 여성편력을 위해 시종 레포렐로와 함께 미련 없이 길을 떠난다. 


■ 약간의 평


이 영화는 거의 80년 전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지금 감상해도 재미있다. 그동안 난봉꾼으로만 여겨왔던 돈환이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평화와 백성과 나라를 사랑하는 의협심이 넘치는 인물로 등장한다. 에로틱한 장면은 거의 없으며, 돈환이 겪는 여러 모험들이 재미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첫 잔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