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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16. 2023

영화: 첫 잔처럼

내성적 성격의 청년의 사회적응기

■ 개요


영화 <첫 잔처럼>의 감상을 시작하고는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절대미각을 가진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인가 생각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야기는 사랑이나 사람들과의 갈등, 범죄 등과 같은 특별한 사건이 없이 잔잔하게 진행되는데, 영화를 감상하면서도 어떤 갈등이 생길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보았지만 끝내 아무런 일도 없었다. 이 영화는 어릴 때부터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 사회인이 되면서 스스로 자신감과 적극성을 갖고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고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19년데 개봉되었다. 


■ 줄거리


꼬마 이호연은 절대 미각을 가졌다. 어떤 음식도 한 번만 먹어보면 정확히 그 맛을 기억하고, 또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게 조리를 할 수 있을지 그 비결을 한다. 어느 동네 골목길, 분식집과 떡볶이 집이 나란히 붙어있다. 떡볶이 집은 손님이 줄을 서서 먹고 있는데, 옆집의 분식집은 손님하나 없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 그 분식집에 호연이 들어와 널브러져 있는 주인 아줌마를 불러 깨운다. 그리고 라면 한 그릇을 주문한다. 


주인이 라면을 끓이려는 순간 호연이 라면을 끓이는 방법과 레시피에 대해 하나하나 주문을 한다. 불의 세기는 어떻게 하고, 계란은 어떻게 푸는 등 조그만 것 하나하나까지 자세하게 지시한다. 주인아줌마는 꼬마가 별 걸 다 간섭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호연이 하라는 데로 라면을 끓여 대령한다. 그때 조폭 두목인 듯한 남자가 여러 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분식집 안으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비싼 것을 시키려는 것 같더니, 호연이 라면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그 냄새를 맡으며, 저것과 꼭 같이 끊여달라고 주문한다. 주인아줌마가 라면을 끓여 대령하니, 그 남자들은 이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처음 먹어본다며 마치 환장한 듯이 라면 그릇을 비워버린다. 

이 분식집은 대박이 터졌다. 주인아줌마가 호연이 가르쳐준 레시피와 조리방법대로 라면을 끓였더니 손님이 미어터진다. 단박 분식집은 대박집이 되고, 얼마 가지 않아 대형 식당으로 신장개업하였다. 얼마뒤 호연이 이 집을 찾아갔지만, 주인아줌마는 호연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자신의 요리실력 때문에 이렇게 성공했다고 으스댄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호연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과 성과는 다른 사람이 차지해 버린다. 


호연도 사회인이 되어 제약회사에 취직하였다. 어른이 되었지만 호연의 성격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소심하고 소극적이며,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고, 자신을 내세우지도 못한다. 회사에서도 자신의 업적을 다른 사람이 가로채 가기 일쑤이다. 그렇지만 호연은 동료 직원들과 무난하게 지내며 그럭저럭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회사의 전 대표였던 신정희(신구 분)로부터 함께 저녁이나 하자고 전화가 온다. 신 대표는 호연을 이 회사에 채용시켜 준 인물로서, 지금은 은퇴하여 유유자작하며 지내고 있다. 호연에게 신어 신정희 대표는 아버지처럼 생각되는 인물로서, 그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신 대표도 호연을 무척 아낀다. 그날 저녁 신 대표는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자신이 매고 있던 넥타이를 선물로 주면서, 이 넥타이가 자신에게 회사생활에서 자신감을 갖도록 하였다고 말해준다. 

호연은 다음날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살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호연은 조금씩 회사에서 그리고 직장동료와의 관계에서 적극적이 되어간다. 어느 날 저녁 회사동료들과 술자리를 갖고 있는데, 갑자기 고향에 있는 삼촌으로부터 엄마가 위독하다는 전갈이 온가. 호연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고향인 서천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다.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호연은 거짓말을 한 삼촌을 탓하지 않고 오랜만에 내려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배도 타면서 좋은 하루를 보낸다. 


다시 서울에 돌아와 지내던 중 신 전대표가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급히 빈소로 달려간 호연은 자신에게 마치 아버지 같았던 신 전대표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리고 유족들에게 신 전대표로부터 받았던 넥타이를 돌려주며, 이 넥타이 덕분에 자신이 훨씬 더 세상을 적극적으로 살게 되었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호연의 삶의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일에 적극적이며 자신의 생각을 떳떳이 주장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솔직히 털어놓기도 한다. 어느 날 회사에서 국 교수를 만나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국 교수란 사람은 대형 대학병원의 의사인데, 워낙 사람이 괴팍스러워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는 제1호 기피대상 인물이다. 그렇지만 호연은 기꺼이 가겠다고 나서며, 주위 동료들은 그런 호연을 보고 놀란다. 그들이 모두 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찾아간 호연은 국 교수 면담신청을 하나 비서는 좀처럼 시간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호연은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기다려 마침내 국 교수를 만나 호연의 회사의 약을 이용하겠다는 아주 긍정적인 대답을 듣는다. 이런 큰 성과를 올린 호연에 대해 주위 동료들은 환호한다. 호연은 이제 사랑에 대해서도 적극적이 되었다. 좋아하는 김서연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서연도 그의 사랑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 약간의 감상


아무런 긴장도 그리고 갈등도 없이 조용히 물이 흐르는듯한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고향 서천에서 보내는 엄마와의 하루도 아주 좋다. 모자가 담담히, 그렇지만 서로 아끼면서 각자의 일을 해나가는 모습은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보는 모자관계의 도식을 깨는 듯하다. 푸근한 마음으로 한번 감상할만한 영화이다.   


주인공 호연은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이다. 마지막에는 그토록 만나기 힘든 대학병원의 의사 국 교수를 만나 긍정적은 대답을 들음으로써 회사가 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다. 호연은 국 교수를 만나기 위해 비서에게 몇 번이나 부탁을 하고 냉대를 받으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만나는 데 성공한다. 의사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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