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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26. 2021

충청도 여행: 단양팔경과 충주호

(2020-10-12 ) 도담삼봉, 사원암, 단양 구경전통시장, 충주호

그동안은 주로 바닷가를 중심으로 여행을 하였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산과 계곡으로 가보자는 생각으로 목적지를 단양팔경으로 정하였다. 당초 계획은 세종에서 바로 도담삼봉으로 갔다가 단양팔경을 돌아본 후 돌아오는 길에 충주호와 괴산, 청주의 주요 명승지를 거쳐 올 생각이었다. 단양팔경은 아이들이 어릴 때 한번 온 적이 있으니, 생각하니 거의 30년이 가까이 된 것 같다.


꾸물대다 보니 11시에 세종시 집을 출발하였다.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그리고 평택제천 고속도로를 갈아타면서 도담상봉에 도착하니 12반이 조금 넘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데다 월요일이라 관광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초가을 날씨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아래 강물 위로 도담삼봉이 조용히 떠 있다. 바람이 전혀 없어 물결이 일지 않아, 푸른 물 위에 도담삼봉은 마치 정물화 같은 고요한 모습을 하고 있다. 푸른 강물과 저 멀리 보이는 인공구조물인 다리와 자연의 창조물인 도담삼봉이 서로 어울려 걸작을 이루고 있다.  


도담삼봉 주차장에서 옆의 산을 올려다보면 저 위에 정자가 하나 보인다. 그 정자 뒤쪽에 단양팔경의 하나인 석문(石門)이 있다. 산길로 올라간다. 대부분 나무 덱으로 만들어진 계단이고, 경사가 매우 급한 아주 짧은 구간은 쇠 다리로 된 계단이다. 매우 가파르다. 쇠다리 구간은 경사도가 거의 50도 정도는 되어 보인다. 정자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가파른 길에 숨이 찬다. 정자에 올라가니 강물과 도담삼봉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담삼봉의 경치를 즐기기에는 여기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자 뒤쪽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가면 석문(石門)이 나온다. 석문은 넓은 바위틈 위에 다시 바위가 가로지르고 있는, 마치 바위로 만들어진 아치(arch)와 같았다. 석문의 공간 사이로 강물이 펼쳐 보인다.


다음은 하선암(下仙岩), 중선암(中仙岩), 상선암(上仙岩)이다. 이 세 곳은 월악산 자락의 계곡에 자리 잡은 명당이다. 하선암에 도착하였다. 넓은 계곡, 평평한 바위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이렇게 계곡에 가까이 와 보기도 오랜만이다. 물소리를 들으며 흐르는 계곡물을 내려 보자니 갑자기 발을 담그고 싶어 진다. 양말을 벗고 한참 동안 발을 담그고 있자니, 발에서 전해오는 찬 물 기운이 온몸을 시원하게 해 준다.


중선암으로 갔다. 중선암 입구는 카페와 식당, 펜션을 운영하는 업소가 자리 잡고 있다. 주차할 데도 여기밖에 없고, 또 이 업소를 통과해야 중선암으로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업소를 이용하는 사람들만 주차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마침 영업을 하지 않은 것 같아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이곳 계곡은 작은 돌과 바위가 많아 걷기가 힘들었다. 조금 아래 중선암이라 불리는 바위가 보였는데, 경치도 그저 그렇게 또 평범한 계곡이라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상선암은 중선암에서 1.5킬로 정도 위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는 주차비를 5,000원이나 받는다. 여기는 물놀이를 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다. 멀리서 상선암을 보고 그냥 지나기로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곳곳에는 무슨 8경이니, 9경이니 하는 곳이 많다. 단양팔경과 같이 예로부터 내려오는 곳도 있지만, 최근에 새로 만들어낸 곳도 많다. 그런데 가보면 대부분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야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어 있어 좋은 경치를 경험할 기회도 그리 많지 않아 조금 경치가 좋은 곳이면 감탄을 하곤 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웬만한 사람들은 우리나라 전국 곳곳을 다 돌아보고, 멀리 외국에까지 좋다는 곳은 다 찾아간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가지 않더라도 TV 등의 매체를 통해 간접경험이라도 하다 보니, 웬만한 경치에는 눈이 차지 않는다. 설악산 계곡이나 지리산 계곡을 한번 다녀온 사람이라면 웬만한 계곡은 눈에 차지 않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상선암에서 조금 더 가면 <방곡도예촌>이 나온다. 이천 등에 있는 몇 곳의 도예촌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들 도예촌은 대부분 도자기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방곡도예촌>은 전시관 및 판매소와 함께 가마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 가마에서 그릇을 구워 바로 그 자리에서 판매를 하는 것 같다. 7-8개 정도 되는 가마들이 안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주위는 그릇을 구울 때 사용할 장작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코로나 때문인지 아쉽게도 가마도 불이 꺼져 있고, 상점 및 전시관도 닫혀 있다.


다음은 사인암(舍人巖)이다. 사인암은 남조천 옆에 벽을 이루고 서 있는 바위를 말한다. 높이는 약 50미터 정도이며, 사인암 아래는 소(沼)를 이루고 있어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사인암 은 남조천 건너편에 있는데, 그 옆으로는 절처럼 보이는 곳도 있다. 남조천을 건너는 흔들 다리가 있어 건너가 보고 싶은데, 주차한 카페에서 자꾸 눈치를 준다. 좁은 도로를 따라 도로 옆으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도로 옆 주차장들은 모두 사유지라며 업소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차를 하지 말라는 표지판이 줄지어 붙어있다. 아쉽지만 남조천 건너에서 사인암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단양 전통시장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단양 전통시장은 단양호 호숫가에 위치해있다. 길옆에 있는 공공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어 주차할 수 있는 곳을 찾는데, 단양호 호수 변에 주차장이 있다는 안내판이 나온다. 호수 변으로 내려가니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바로 단양호 호수 옆 물가에 있는 주차장으로,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차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양시장의 정식 이름은 <단양 구경시장>이다. 이곳 단양의 특산품은 마늘이다. 특히 마늘을 가공한 흑마늘이 유명하여, 시장 곳곳에 마늘을 파는 가게와 흑마늘을 재료로 하는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시장 구경을 하는 것이 취미라 지방에 가면 전통시장을 돌아보곤 하는데, 이곳 구경시장은 상당히 특색이 있다. 보통 웬만한 시골 시장에 가면 그 업종들이 모두 수십 년 전부터 내려온 것들이라 손님들을 끄는데 한계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비해 우선 이 구경시장은 시장 분위기가 상당히 활기차며, 아주 젊다는 느낌이 든다. 업종이나 먹거리도 상당히 세련되어 보인다. 밥을 먹고 난 뒤, 좋은 마늘 한 접과 한과(韓菓), 더덕, 도라지 등을 샀다. 좌판에 채소 몇 가지를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가 보인다. 고추가 한 사발 삼천 원이라길래 사려고 하니, 그 할머니는 너무 매운 고추라며 웬만하면 사지 말라고 만류한다. 그렇게 매운 고추라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고추다. 두 사발 샀다.


다음 목적지는 <청풍문화재단지>이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호가 잘 내려다 보이는 경관 좋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충주호와 그 위에 걸쳐있는 다리가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데, 충주호 푸른 물 위에 걸려 있는 하얀 다리는 가을날의 정취를 더해준다. 아쉽게도 청풍문화재단지는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폐쇄한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 당초 계획으로는 몇 곳을 더 돌아볼 예정이었으나, 이제 어두워져 어렵다.

집으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아니다. 국도와 지방도로 월악산 자락을 지나, 수안보, 괴산, 증평, 청주로 거쳐오니 시간이 꽤 걸린다. 밤이라 조심해서 달리니 더욱 그렇다. 집에 돌아오니 9시가 훌쩍 넘었다. 앞으로는 좀 일찍 출발해서 여유 있게 여행을 즐기도록 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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