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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03. 2024

신데렐라 성을 거쳐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2024-05-05 일ab) 서유럽 렌터카 여행(21)

다음은 노이슈반슈타인 성(Neuschwanstein Castle)이다. 이 성은 신데렐라 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성의 첨탑과 지붕, 그리고 성문은 신데렐라 성과 흡사하게 닮았다. 며칠 전에 갔던 호헨졸렌 성도 신데렐라 성과 닮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아마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호헨졸렌 성을 합쳐놓으면 완벽한 신데렐라 성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곳으로 차를 달리자, 알프스의 산록들이 한층 더 가까이 보인다. 저 멀리 눈 쌓인 알프스를 향해 달려가는 기분이다. 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리다 샛길로 빠진다. 목적지가 가까워오자 저 멀리 산 중턱에 백악의 성이 보이니, 바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다. 아주 작은 성인 것 같다. 멀리서 보는 노이슈반슈타인 성도 좋지만 가는 길이 환상적이다. 지금까지 독일에서는 거의 아우토반으로 달렸고, 간혹 지방도로로 가더라도 중간에 차를 세우고 주위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는 길은 다르다. 완전 시골도로이다. 여기도 물론 길가에 차를 세우고 주위 풍경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산길로 접어들면, 이 길은 오직 성으로 가는 차량들만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량이 많지 않아 중간중간에 차를 세울 수 있다. 그리고 가다 보면 잠시 차를 세우고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도로 옆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차에서 내리면 주위는 모두 넓은 초원이다. 그리고 저 아래 산 밑에는 마을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성 아래쪽에는 대형 주차장이 여러 개 있다. 워낙 유명한 성이고 보니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주차를 하고 성으로 가려고 하는데, 가는 방법을 모르겠다. 어떻게 가는지 안내판도 제대로 없다. 대개의 독일의 명소에 가면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판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결국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물어물어서 성으로 가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째, 걸어가는 방법, 둘째,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셋째, 마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버스 승강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묻고 또 물어가며 버스 승강장을 찾아갔다. 버스 승강장에서 거의 20-30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는 성을 향해 가파른 산 길로 올라간다. 셔틀버스는 2대가 다니는데, 이상하게도 두 대가 동시에 다닌다. 한 대씩 서로 시간을 조정해 다니면 관광객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좋겠건만 왜 이런가 생각했더니, 도로가 좁아 버스가 서로 교차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내리막길을 5분 정도 걸으면 성이 나온다.


성으로 가는 도보길에 들어서면 성 아래 풍경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다. 푸른 산록과 호수, 그리고 아름다운 마을과 푸르게 펼쳐진 벌판은 마치 판타지 세계를 보는 것 같다. 성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몰라도 이 경치만 하랴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작아 보였지만, 막상 가까이 와서 보니 상당히 큰 성이다. 성벽은 30미터도 넘을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성이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성 아래서는 성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성이 높기 때문에 성 바로 아래에서 쳐다보면 성벽만 보인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성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전체 관광객의 10%도 안 되는 것 같다. 나도 성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성 안으로 들어가 봐야 별 것 없다는 것을 이제 알기 때문이다. 


성 정문 쪽으로 가면 이 성은 진짜 신데렐라 성과 똑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월트 디즈니가 이 성을 모델로 신데렐라 성을 그렸기 때문이다. 성 정문 쪽까지 갔다가 돌아오려는데 아래 상점들이 있는 쪽에 전망대 같은 곳이 보였다. 그곳이라면 성 전체의 모습이 잘 보일 것 같았다. 그곳으로 내려갔다. 역시나! 성 전체의 모습이 아주 좋은 각도로 보였다. 진짜 입장료를 받아야 할 곳은 여기인 것 같다. 


이 성은 정말 신데렐라 성과 많이 닮았다. 월트 디즈니가 이 성을 소재로 신데렐라 성을 상상해 내었을 것이 틀림없다. 성 전체의 모습이며, 둥근 고깔을 씌운듯한 첨탑, 그리고 성문의 모습 등은 신데렐라 성을 현실로 가져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성은 19세기말에 지어졌으므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성 이름은 "백조의 돌"이라는 뜻이라 한다.

이 성은 바이에른 왕국의 왕이었던 루트비히 2세(Ludwig II)에 의해 건설되어 그의 개인 거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는 흔히 "동화 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아주 낭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예술가에 게 후원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여러 환상적인 성들을 건축하였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이라 한다. 그는 특히 바그너의 작품을 매우 좋아하여, 바그너의 오페라에 영감을 받아 성들을 설계하고 건축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루트비히 2세는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과 정신적인 불안정을 이유로 강제로 퇴위되었고 곧 사망하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성에 숨겨진 안타까운 이야기라 해야 할까? 


다음은 린더호프 궁전으로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40분 정도의 거리다. 실제로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지만 완전 시골길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노이슈번슈타인 성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데, 이곳은 관광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궁전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등산객들만 가끔 보일 뿐이다. 주차를 하고 궁전 앞으로 갔더니, 쇠로 만든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일요일이라 휴무인 것 같다. 문 안쪽으로 궁전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주차장이나 그 밖의 부대시설을 생각할 때 그다지 대단한 궁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젠 인스브루크의 숙소로 직행한다. 린더호프 성에서 출발하여 처음 얼마동안은 완전 시골길이다. 이젠 알프스 산맥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것 같다. 좋은 경치가 보이면 길가에 차를 세우고 풍경을 즐긴다. 그동안 꿈꾸어 왔던 자동차 여행이다. 이제 알프스 산맥 상당한 정도의 높이에 온 것 같다. 갑자기 아주 넓고 아름다운 호수가 나타난다. 차는 호숫가 도로를 달린다. 투명하도록 깨끗한 물이다. 꼬불꼬불한 호수 옆길을 거의 20분간 달렸다.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은 어떤 모습일까? 차는 알프스 속으로 훤히 뚫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도로 저 아래에는 산속 마을도 보인다. 영화나 그림 속에서 많이 보던 전형적인 알프스 산록의 사람 사는 풍경이다. 주위의 산들은 모두 눈을 이고 있다. 도로 저 앞쪽 먼 곳에는 산들이 첩첩으로 싸여있다. 정말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오는 풍경이다. 


그런데 차는 어느 사이엔가 오스트리아로 들어왔다. 국경이라는 어떤 표시도 보지 못하였다. 한 나라로 되어가는 EU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어느덧 인스브루크 시내로 들어왔다. 알프스 산맥 속의 분지에 자리 잡은 조용한 도시이다. 어쩐지 스키장 마을에 온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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