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Jul 02. 2024

베네딕트보이에른 수도원

(2024-05-05 일) 서유럽 렌터카 여행(20)

오늘은 독일을 떠나는 날이다. 당초 독일에서 바로 이탈리아로 가려했으나, 그럴 경우 운전 부담이 너무 커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다. 인스브루크는 알프스산속에 자리 잡은 도시이다. 


식수가 작은 병 한 병밖에 남지 않았다. 출발하자마자 식수를 사러 마트에 갔으나, 일요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일요일 휴무라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15년 전쯤 우리나라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큰 문제로 등장했을 때 영세 유통업 보호를 위해 오후 7시 이후 영업금지, 일요일 휴무라는 독일식 유통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많았다. 결국 영업시간 규제는 않는 대신 격주 일요일 휴무라는 절충안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독일의 소매업체 일요일 휴무와 영업시간 규제는 원래 영세사업자 보호와 관련 없는 제도였다. 일요일 휴무는 종교적 이유 때문이었고, 영업시간 규제는 노동 보호 때문이었다. 나는 원래부터 이런 규제를 반대하여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적도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의 대형유통업 격주 휴업 제도가 영세 유통업의 어려움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베네틱트보이에른 수도원

오늘의 첫 행선지는 베네딕트보이에른(Benediktbeuern) 수도원이다. 호텔을 출발하여 10분쯤 지났을까? 고속도로 오르막 길을 올라가자 저 멀리 흰 눈을 이고 있는 산맥이 펼쳐져있다. 바로 알프스 산맥이다. 감동적이다. 공기가 깨끗하여 더 선명하게 보인다.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을 향하여 운전하는 기분은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하면 그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호텔에서 출발하여 약 40분 정도 달리니 베네딕트 수도원이 나타난다. 수도원이라길래 소박한 조그만 건물일 것이라 상상했는데 그게 아니다. 두 개의 첨탑을 가진 엄청난 크기의 성당 건물이다. 뮌헨의 대형 성당과 규모가 비슷하다. 지금은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건물의 대부분이 가림막으로 가리어져 있다. 이 수도원은 8세기에 처음 설립되어 9세기와 10세기에 확장이 된 오래된 건물인 만큼 지속적인 보수는 불가피할 것이다.

성자 상 앞에 돈을 넣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절이 연상된다. 
수도원 정원

전체적인 보수공사라 건물의 대부분에 가림막을 쳐놓고 철제 발판이 벽면 가득히 세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참배객들이 가능한 한 수도원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보수공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은 모두 오픈하여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폐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육중한 문을 밀어보면 대개는 큰 힘 들이지 않고 열린다. 독일의 성당의 문은 거의가 모두 육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언뜻 보면 모두 잠겨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밀어보면 쉽게 열린다. 


수도원은 "ㅁ"자 형태로 되어 있어 중앙은 꽤 넓은 빈 공간이다. 하늘을 찌를 듯 한 큰 키를 가진 두 그루의 활엽수가 서있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가면 큰 예배당이 있으며, 예배당의 벽과 회랑에는 조각상, 벽화 등이 장식되어 있다. 전시실에는 오래된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까막눈이라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관광객이나 참배객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히 수도원 안팎을 돌아볼 수 있었다. 


곁가지 이야기: 독일의 음식값과 문화재 관람료의 공통점


독일을 여행하면서 독일의 음식값과 문화재 관람료 사이에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독일의 슈퍼마켓에 갔더니 식료품 값이 엄청 쌌다. 거의 대부분의 식료품 가격이 우리의 절반 이하인 것처럼 느껴졌다. 만 원짜리 한 장이면 과일은 한 보따리이고, 우유나 과일주스 같은 건 1리터짜리 병을 7~8병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치즈 같은 건 1만 원이면 두부 한 모보 더 더 큰 걸 살 수 있을 것 같고, 빵은 파리 바케트 가격의 반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쇠고기 1킬로그램이라 해봤자 2~3만 원이면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식당엘 가니 음식값은 엄청 비싸다. 우리의 2배는 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이므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요리하는 수고를 않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사 먹을 수 있다. 돈이 없다고 해서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지는 않는다. 자신의 노력을 조금만 들이면 값싼 식자재로 얼마든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술집에 가면 술값이 비싸지만, 2~3천 원으로 집에서 와인 한 병을 마실 수도 있다. 즉 독일은 누구에게도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게 하진 않는다. 가난하다고 해서 음식에 접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 등의 관람료도 그렇다. 성이면 성, 역사유적이면 유적 대부분에 있어서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구나 무료로 성이나 궁전, 그 밖의 역사유적을 찾아와 관람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즉 문화재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은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곳에 있는 특별한 보물이나 볼거리를 보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하여야 한다. 대개 만오천 원 정도에서 많은 경우는 5만 원까지나 한다.


우리나라라면 예를 들면 돈(입장료)을 내면 불국사의 이곳저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지만, 돈을 내지 않으면 아예 불국사를 볼 수조차 없다. 아마 독일이라면 입장은 무료로 하되  다보탑이나 석가탑 등 특별히 더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관람하는 데에만 비싼 입장료를 매길 것 같다.


이렇게 문화재에 대해서 보편적 접근은 허용하되 특별한 수요에 대해서는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독일의 이 시스템은 식품가격 시스템과 흡사하다. 보편적 수요에는 엄청나게 썬 가격을, 특별한 고급수요에 대해서는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것이 독일의 일반적 시스템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님펜부르크 궁전과 영국 정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