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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09. 2021

영화24: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私は貝になりたい)

전범 재판(戰犯裁判)의 억울한 희생자 이야기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무조건 항복을 하자, 승전국인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은 수백만의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 전쟁에 책임이 있는 자를 전범(戰犯)으로 규정하고 전범 재판을 통해 이들을 처단하였다. 전범에는 A급, B급, C급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A급 전범>은 “평화에 대한 죄”를 저지른 자로, 이들은 침략전쟁의 계획, 개시, 실행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다. <B급 전범>은 포로를 학대한 자이며, <C급 전범>은 일반 주민을 살해하거나 학대한 행위를 한 자이다. A급 전범 재판은 동경에서 개최되었으며, B, C급 전범 재판은 일본 국내외 49개 장소에서 열렸다. 전범 재판을 통해 약 5,700명이 기소되어 900인이 넘는 전범들이 처형되었다.

전범재판

전범 재판에 대해 일본에서는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이들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잘못 알려지거나, 증거가 충분치 않는 상태에서 억울하게 처형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인하여 전쟁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조선, 중국, 동남아, 그리고 태평양의 여러 섬들에 살고 있는 수백만 명의 죄 없는 생명들이 억울하게 학살당하였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점령한 땅에서 저지른 수많은 만행은 여기서 아마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전범 재판에서 억울하게 처형된 소수의 사람이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그들의 억울함을 주장하기에 앞서 그들이 아시아, 태평양 각지에서 저질렀던 비인도적 만행을 스스로 찾아내어 사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는 전범 재판에서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아 억울하게 죽은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육군 중위 카토 테츠로(加藤哲太郎)는 전범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 <미친 전범 사형수>(狂える戦犯死刑囚)란 옥중 수기를 썼다. 이 수기의 유서 부분을 기초로 하여 <라디오 동경 텔레비>(현 TBS)가 1958년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방송하였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상관의 명령으로 포로를 총검으로 찔러 죽인 이발사가 전후 C급 전범으로서 체포되어 사형에 이르기까지를 그린 드라마이다. 이 영화는 1959년에 처음으로 영화화되었고, 1994년에는 다시 TV 드라마로서 리메이크되었다. 그리고 2008년에 다시 영화화되었다.

시미즈 토요마쯔(清水豊松)는 생활고에 지친 나머지 자살을 하러 시고쿠(四國)의 땅 끝 단애에까지 찾아온다. 그때 같은 생각으로 그곳을 찾아온 후사에(房江)를 만나, 둘은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하고, 결혼을 하여 함께 살게 된다. 부부와 아들 세 가족은 이발소를 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토요마쯔는 소집영장을 받게 된다. 본토 방위부대에 편성된 야노 중장(矢野中将)의 부대에 입대한 토요마쯔는 부대원들과 함께 추락한 미군 비행기의 조종사를 체포한다. 상관은 토요마쯔에게 총검으로 미군 조종사를 찔러 죽이라는 명령을 받지만, 차마 찌르지 못하고 있던 중, 다른 숙달된 동료가 그 미군 조종사를 찔러 죽인다.


전쟁 후 고향에 돌아와 평화롭게 사는 토요마쯔에게 미군 헌병이 들이닥쳐, 미국 조종사 학살 혐의로 체포한다. 토요마쯔는 전범 재판을 받고, 처 후사에는 남편의 석방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후시에와 주민들의 노력과 탄원에도 불구하고 결국 토요마쯔는 처형된다.


전범재판의 문제점을 부각시킨 영화로서, 이 영화는 일본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왔다. 그래서 같은 제목으로 두 번의 드라마, 두 번의 영화가 제작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토요마츠와 후시에의 억울한 사정에는 동정도 간다. 그렇지만 2차 대전이란 전쟁범죄를 보는 일본인들의 편향된 시각의 다른 한 면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깨끗지 않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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