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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9. 2024

항구도시 제노바 관광

(2024-05-15 수) 서유럽 렌터카 여행(37)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하였는데, 제노바까지는 50킬로, 자동차로 1시간 10분이 걸린다. 검은 숲이 있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의 숙소를 예약할 때는 에어비앤비에서 독일이 아니라 프랑스의 숙소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탈리아 도로사정에 익숙지 않은 내가 운전을 하니 제노바까지 거의 한 시간 반이나 걸린다. 꼼꼼히 숙소의 지역을 확인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아침에 일어나니 무척 춥다. 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리는 데다가 이곳의 지대가 높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전기매트를 켜고 잤으니 침대 안은 따뜻하다. 잠은 깼지만 따뜻한 침대에서 나오기 싫다. 근처를 산책할까도 생각해 봤으나 비가 너무 심하다. 이 숙소에는 세탁기가 구비되어 있어 집사람은 밀린 빨래를 한다. 


11시가 넘으니 비가 개인다. 할 일 없이 방안에만 있느니 제노바(Genova) 관광을 가기로 했다. 제노바는 북이탈리아의 항구도시로서 중세시대에는 상업이 활성화된 도시였다. 한 때는 제노바 공화국으로서 독립국가를 이루기도 하였다고 한다. 역사가 오랜 도시이다 보니 많은 역사유적과 문화재가 있다고 한다.

제노바 항구 풍경

며칠 전부터 차의 핸드폰 거치대가 말썽을 부린다. 오기 전 다이소에서 5,000원을 주고 산 것인데 지난 보름동안 잘 사용하였으나, 며칠 전부터 접착이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집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구글맵을 보면서 방향을 알려주거나, 아니면 내가 왼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운전하는 형편이 되었다. 이곳 마트에서 거치대를 새로 하나 사려 하였으나 잘 보이지 않는다. 


어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조잡하게 생긴 거치대를 발견하였으나, 값이 무려 30유로나 한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내 차에 장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리저리 살폈지만 장착이 안될 것 같아 포기하였다. 하여튼 이 바람에 내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보통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는 거의 미로 수준이다. 


거의 한 시간 반을 운전하여 제노바에 도착하였다. 제노바는 "작은 부산"을 연상시킨다. 바다를 향한 산 위로 주택이 빽빽이 들어선 것은 부산 영도를 연상시킨다. 항구는 깊은 만인데, 크루즈선과 크고 작은 요트, 그리고 관광용 선박들로 가득 차있다. 도로와 시가지 역시 부산처럼 바다와 평행하여 일(一) 자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제노바 거리 풍경

제노바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이다. 도로는 가뜩이나 좁은데 얼기설키 엮겨있고, 곳곳에 주차장이 무질서하게 만들어져 있다. 거기다가 오토바이는 얼마나 많은지 이들의 난폭운전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몇 번이나 같은 길을 맴돈 끝에 무지무지하게 큰 주차빌딩을 발견하여 무사히 주차를 했다.


비가 그치고 가끔 개인 하늘이 보인다. 제노바의 역사적 관광명소는 한 곳에 몰려있다. 이 외에도 항구도시 답게 해양박물관과 대형수족관이 있으나, 이건 이미 많이 봤기 때문에 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일본 나고야의 수족관은 자칭 "태양계에서 제일 큰 수족관"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 수족관을 이미 봤으니 다른 수족관을 볼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태양계에서 제일 큰 수족관의 영예가 중국 상해 해양수족관으로 옮겨 간 것 같다.  


항구 쪽에서 도로를 건너 언덕을 오르면 먼저 성당처럼 생긴 건물이 나온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전면부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가운데 벽화는 말 탄 기사가 용을 죽이고 있는 그림이다. 산지오르지오 궁전(San Giorgio Palace)이라고 한다. 이 궁전은 13세기에 건축되었는데, 중세 시대 제노바 공화국의 중요한 정치적 중심지였다고 한다.

조금 더 올러가면 조그만 광장이 나오고 광장 위쪽에는 제노바 대성당이 서있다. 전면부는 역시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상당히 큰 성당이긴 하지만 이 며칠 동안 하도 크고 화려한 성당을 많이 봐온 터라 그저 그렇게 느껴진다. 성당은 언덕 경사면에 지어졌기 때문에 앞부분은 낮은 쪽에 있는 광장에 뒷부분은 높은 쪽에 있는 광장에 걸쳐있다. 


제노바 대성당 뒤쪽으로 가면 또 조그만 광장이 나오는데, 이 주위에는 박물관과 성당 등이 있다. 여기서 10시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큰 광장이 나오고 아름답고 큰 분수가 물을 뿜고 있다. 바로 제노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페라라 광장(Piazza de Ferrari)이다. 페라라 분수는 페라라 광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페라라 광장 옆에는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하나 보인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모티브로 하여 지은 건물 같은데, 어떤 건물인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제노바 중심지에 위치한 명소들을 거의 둘러보았다. 라면이 다 떨어져 근처 아시아슈퍼에 들리기로 하였다. 가는 도중 집사람은 이탈리아 올리브기름이 좋다면서 전문점에 들러 몇 병이나 산다. 아시아 식품점에서는 국산라면 5봉지와 일본라면 1봉지를 샀다. 식품점 안 분위기는 뭔가 좋지 않다.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누가 어깨를 친다. 돌아보니 직원인듯한 젊은이가 내 것이 아니냐며 핸드폰을 내밀고 있다. 바로 내가 셀카봉 카메라 용도로 가지고 다니던 이전의 핸드폰이었다. 재킷의 오른쪽 주머니에 다른 잡동사니와 함께 구겨 넣었는데, 아마 누가 빼가는 모습을 보고, 직원 젊은이가 도로 찾아 나에게 돌려준 것 같다. 물건 간수에 신경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구 옆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파스타와 피자를 먹었다. 맛없다. 피자의 본고장이라지만 내게는 우리나라 피자보다 훨씬 못하다. 집에 있으면 피자는 몇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정도이며, 그것도 내가 주문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벌써 5번도 넘게 먹었다.


시간을 보니 아직 5시도 되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면 6시가 조금 넘을 정도일 것 같다. 오늘은 여유 있게 숙소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복잡한 제노바 시내를 겨우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빠지는 길에 올랐다. 고속도로를 탈 땐 나는 늘 바쁘다. 우선 통행권을 뽑으려면 창문 유리를 내려야 하는데, 조작 보턴 위치가 내 차와 달라 급할 땐 얼른 찾지를 못한다. 게다가 매뉴얼 자동차이기 때문에 오른손은 기어에 가 있어야 한다. 왼손은 통행권을 뽑아야 한다. 그러면 내비를 잡을 손이 없다. 집사람에게 내비를 맡긴다. 이러다 보니 손이 너무 바쁘다. 


그런데 좀 전에도 말했지만 이탈리아 인터체인지는 미로 수준이다. 내비 그림만 보거나 음성만을 들어서는 길을 잘못 들기 일쑤다. 집사람은 내가 맡긴 내비를 보고 방향지시를 하는데, 틀렸다. 또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 내비가 지시하는 대로 고속고로를 빠져나가 다시 진입한다. 그때는 통행료가 0.4유로가 나온다. 그러다가 또 도로를 잘못 들었다. 그래서 또 고속도로를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정말 미치겠다. 이렇게 고속도로를 맴돌다 보니, 지금 돌아가는 길에 0.4유로를 최소한 7~8번은 지불했을 것 같다. 

제노바 거리 풍경

제노바 근처 고속도로에서 거의 1시간 이상을 뱅뱅 돈 것 같다. 고속도로를 타고 보니 기름이 쑥 내려갔다. 기름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숙소가 완전히 산속에 있기 때문에 그 근처에서는 주유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리 여유 있게 주유를 하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주유소를 찾았다. 숙소가 있는 쪽으로 달리다가 겨우 주유소를 하나 찾았다. 그런데 주유기가 또 처음 보는 가계이다. 계산하고 주유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이탈리아에는 무인 주유소가 많은데, 이 주유소도 그런 곳이다. 주위를 아무리 찾아보았지만 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기름을 넣지 못하였다. 기름이 떨어지는 일이야 없겠지만, 곧 연료탱크 표시에 붉은 등이 들어올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였다. 6시 조금 넘어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벌써 8시가 가까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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