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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8. 2024

이탈리안 지중해와 카라라의 대리석 채석장

(2024-05-14 화a) 서유럽 렌터카 여행(36)

다음 행선지는 카라라(Carrara)로서 피사에서 10시 방향으로 90킬로 정도 떨어진 도시이다. 이곳은 대리석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곳에는 수많은 대리석 채석장이 있다고 한다. 카라라가 가까워지자 저 멀리 산속에 대리석 채석장이 보인다. 단순한 채석장이 아니라 북한산보다도 더 높아 보이는 산을 아예 잘라내고 있는 것 같다.


카라라 시내로 들어섰다. 시내 바깥 저 멀리 산들이 통째로 잘려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글을 읽으시는 사람들 중에 시멘트 공장에 가 본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잘 아시다시피 시멘트는 석회석을 주원료로 해서 만든다. 그래서 우리나라 태백산맥 쪽으로 가면 석회석 광산이 많다. 그런데 광산이라 해서 굴을 파서 석회석을 캐내는 것이 아니다. 산 전체가 석회석 덩어리이므로 산 꼭대기에서부터 산을 잘라서 석회석을 캐낸다. 이곳 대리석 광산도 마찬가지다. 산 전체가 대리석이다 보니 산을 잘라내어 대리석을 채취하고 있는 것이다.  


대리석 채석장이 있는 산 위를 향해 차를 달렸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 산길을 끝없이 올라간다. 간혹 대리석 석재를 싫은 큰 트럭도 만난다. 그런데 긴급상황이 발생했다. 언제부터인가 연료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직은 기름이 모두 빌 정도는 아니지만 처음 운전하는 차인지라 방심할 수 없다. 내 차라면 연료등에 붉은 표시등이 들어와도 앞으로 얼마나 운전 가능할지 짐작이 가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다.

저 멀리 보이는 카라라 대리석 채석장
키리리 대리석 채석장
포르토피노 해안풍경
포르토피노 해안풍경

채석장 구경을 포기하기로 하고 사진만 몇 장 찍었다. 채석장이 마치 과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을 깎아낸 자리는 과일 껍질같이 얇은 흙들이 덮여있다. 얇은 흙 표면 아래로 거대한 대리석으로 꽉 차있다. 이 정도 대리석이라면 피사의 사탑 정도는 몇 만개, 몇 십만 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카라라 시내로 내려와서 주유소를 찾아 겨우 기름을 넣었다. 또 연료통 캡을 연다고 한바탕 씨름을 하다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기름을 넣을 때마다 이러니 정말 미치겠다.  


다음 행선지는 포르토피노(Portofino)이다. 제노바와 가까운 해안지역에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인 포르토피노는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하다. 포르토피노 시내를 통과하여 꼬불꼬불한 좁은 해안선 도로를 끊임없이 달린다. 오르막이 계속되다가 또 내리막이 계속된다. 차 두 대가 겨우 교차할 수 있는 좁은 도로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요트를 비롯한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보인다.


차를 주차하고는 바닷가로 내려왔다. 바다는 깊은 만으로 되어있고, 주위의 산 위에는 아름다운 집들이 지어져 있다. 바다에는 많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이곳도 수많은 관광객으로 복잡하기 짝이 없다. 해안길을 따라 걸으며 바다 경치를 감상한다. 우리나라도 이 정도 아름다운 바다는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과 같이 깨끗이 정비된 환경, 그리고 바다 경치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곳은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포르토피노 근처에 있는 카모글리에도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오늘의 숙박지인 제노바로 가야겠다. 제노바는 포르토피노에서 30분 정도면 간다. 그런데 숙소를 구글맵에 찍으니 1시간 20분이 나온다. 뭔가 이상하다. 


제노바 부근의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산길로 접어든다. 내비에는 앞으로 숙소까지 30분이 남았다고 나오는데, 도로는 완전히 임도 같은 느낌이다.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꾸불꾸불한 좁은 경사진 도로를 계속 올라간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겨우 피할 수 있는 정도의 좁은 숲길이다. 다른 차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게 30분 정도 산속 오르막 도로를 달린 후 조그만 마을이 나타난다. 흡사 중세도시 같은 느낌이 나는 산골마을이다.


오늘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했는데, 제네바 시내에 있는 숙소라 생각하고 예약했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2박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이곳에서 제노바 시내까지는 한 시간 이상 걸린다. 그렇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것도 괜찮은 것 같다. 이탈리아의 시골생활을 맛보는 것도 재미라 생각하면 재미이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600미터가 넘는 고지대이다. 그래서인지 춥다. 

숙소 앞 풍경
숙소


곁가지 이야기: 이탈리아 대중교통에 대한 느낌


이탈리아에서 길을 다니다  보면 뭔가 익숙한 느낌을 갖는다. 운전하면서 조금 느린 속도로 달리면 영락없이 차가 뒤에 바짝 붙어 위협운전을 하며 클락션을 빵빵거리거나, 잠시 틈만 보이면 칼치기가 들어오는 것 등, 우리나라에서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늘상 한다.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켜면, 저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갑자기 스피드를 더 높여 차선변경을 못하게 방해하는 것도 똑같다. 


시내 곳곳에 차들을 대충 주차해 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이태리에서는 불법주차를 하고서도 단속이 되면 우기면 될 곳 같은 기분이 든다. 독일에서는 행여 교통법규를 위반할까 해서 항상 조마조마하게 운전했는데, 이태리에서는 적당히 법규를 어겨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점에서는 마음이 푸근하다. 집사람은 보행 중 무단횡단하는 것이 아예 버릇이 되어버렸다.


여기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티켓 발매기를 작동하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 또 한 번 성공했더라도 다음은 또 다른 종류의 기계이다. 게다가 버스정류장엔 티켓 발매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 와선 무임승차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적발되더라도 우기면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버스를 타면 내리는 곳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른다. 버스 안에는 스크린이 있기는 하지만 정차할 정거장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 음성 알림이 나오지만 시끄러워 들리지도 않는다. 버스 안에서 지나가는 버스정거장 이름을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보이는 정거장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내려야 할 정거장 이름은 알고 있지만, 지금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목적지 정거장에 도착했더라도, 버스에서 내려야만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태리에서는 버스 땜에 많이 고생했다. 그렇지만 무임승차를 많이 했으니 샘샘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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