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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6. 2024

지중해와 이탈리아 농촌 풍경을 감상하면서 피사로

(2024-05-13 윌) 서유럽 렌터카 여행(34)

오늘은 로마를 떠나 피사로 향한다. 로마에서 3박을 했지만 로마를 둘러본 시간은 이틀뿐이다. 이렇게 주마간산 격으로 로마를 스치듯 지나가게 되어 아쉽다. "로마 한 달 살기"라도 하며 느긋이 돌아다녀야 로마의 제모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다시 로마를 찾을 기회는 없을 것 같다. 


로마에서 피사로 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가운데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의 서부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다. 해안을 따라가는 도로는 고속도로와 일반도로가 섞여있어 시간은 좀 더 걸린다. 그렇지만 서부 해안 쪽 도로를 선택하였다. 대략 350킬로 정도 되지만 중간에 몇 군데 들리면 400킬로는 될 것 같다.


처음 들를 곳은 치비타베키아(Civitavecchia)라는 곳이다. 로마에서 10시  방향으로 약 90킬로 떨어져 있는 항구 도시로서 많은 역사유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트 기지와 크루즈 항구로 유명하다고 한다. 숙소를 출발해 한 시간 좀 지나 치바타베키아에 도착하였다. 바닷가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다. 치바타베키아는 인구 9,000명 남짓의 소도시인데, 도시 곳곳이 주차장이지만 빈차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산한 해변마을 정도로 생각했는데, 관광객으로 붐빈다. 이탈리아는 어디를 가더라도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큰 주차장을 찾았다. 주차 티켓 발권이 쉽지 않다. 마침 주차장을 관리하는 흑인 청년이 있어 도움을 부탁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이젠 다른 곳에 가더라도 혼자서 주차티켓을 발급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렵게 주차하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해변 산책을 즐기고 있다. 성미 급한 아가씨들 몇몇은 벌써 수영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아직 철이 일러 바닷가에는 사람이 그다지 없는 것 같다. 해변을 조금 걸으니 큰 남녀 키스 상이 나타난다. 미군 수병과 묘령의 아가씨가 격렬히 키스하는, 그 유명한 2차 세계대전 종전 사진을 입상으로 만든 것이다.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다. 승전국의 상징적 사진이 이렇게 큰 입상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좀 묘한 생각도 든다. 


조금 더 가면 작은 성이 나오는데, 포트 미켈란젤로, 즉 미켈란젤로 요새(Forte Michelangelo)라 부른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군사시설에도 예술가의 이름을 붙이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이 미켈란젤로 부부의 탄생지라 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미켈란젤로와 관련된 많은 유적이 있다고 한다. 이 요새를 건설할 때 미켈란젤로도 설계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포트 미켈란젤로는 그야말로 철옹성처럼 보인다. 아주 둔탁해 보이면서도 아름다운 곡선미를 느낄 수 있는 성채이다.


포트 미켈란젤로에서는 크루즈항이 바로 보인다. 큰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크루즈가 3척이나 정박해 있다. 나도 크루즈 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좀처럼 기회가 없다. 바닷가 항구도시에 왔으면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을 해야 제격인데 여기서는 그걸 기대할 수 없어 아쉽다. 그렇지만 조금 전에 스시집은 하나 발견했다.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다음 행선지는 치바타베키아에서 북쪽으로 100킬로 정도 떨어진 포르토 에르콜레(Porto Ercole)라는 곳이다. 역시 해변도시로서 옛 유적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구글맵은 보통 도시 이름을 검색하면 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곳을 목적지로 선정한다. 그래서 처음 가는 도시의 경우 어설프게 자신이 검색하여 명소를 찾는 것보다 그냥 도시 이름을 치고 구글맵에 맡기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번에도 '포르토 에르콜르'라고만 치고 갔다. 그러나 이번엔 대실패. 바닷가의 산으로만 올라가더니 결국 막다른 산길에서 목적지 도착이라 한다. 이곳은 건너뛰어야겠다.


그런데 포르토 에르콜레의 지형이 묘하게 생겼다. 짐작으로는 이곳은 원래 섬인데 남쪽과 북쪽에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지형이 형성된 것 같다. 인공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그 연결 지형의 폭이 너무 넓다. 이곳에는 많은 고급 저택들이 바다에 연해 들어서있다. 이들 집들이 아름다운 바다를 독차지하고 있다.

벌써 시간이 오후 4시에 가까워진다. 다른 곳에 들릴 경우 피사에 너무 늦게 도착한다. 피사로 직행하기로 하였다. 아주 달리기 좋은 도로이다. 시속 90킬로 내외의 속도로 달리며 느긋하게 주위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 이곳의 농촌은 거의가 올리브와 포도와 목초를 재배하는 것 같다. 곡식 재배는 어쩌다 가끔 보이는 정도이다.


유럽은 공기가 참 깨끗한 것 같다. 개인 날은 모든 날이 우리나라 가을날같이 맑고 깨끗하다. 그래서 풍경이 너무나 선명하다. 들판은 더 푸르고, 꽃들은 더 노란 것 같다. 그림 같은 풍경들이다. 집들도 농촌 풍경에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오후 6시쯤에 피사의 호텔에 도착했다. 피사 관광은 내일 해야겠다. 와이파이 무료라고 하는데, 방에 들어가니 와이파이가 잡히지도 않는다. 최소한 와이파이에 한해서는 이탈리아의 웬만한 호텔은 라오스의 홈스테이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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