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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20. 2024

Nice wasn’t so nice!

(2024-05-16 목) 서유럽 렌터카여행(38)

오늘은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로 간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말 미로 같은 도로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프랑스는 어떨지 궁금하다. 프랑스의 첫 숙박지는 휴양도시로 유명한 니스(Nice)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오전 8시 반에 일어나 급히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나왔다. 벌써 오전 10시다.


무엇보다 먼저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한다. 다행히 무인 주유소를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처음 보는 정산 기계라 혹시 실수할 것을 염두에 두어 기계 안에 20유로만 넣었다. 이 기계는 돈을 넣거나 카드를 긁은 후 자신이 넣고자 하는 주유기의 번호를 넣어야 한다. 그러면 그 주유기에서 넣은 돈만큼 연료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내가 기름을 넣을 주유기 번호를 넣었는데, 아뿔싸! 잘못 눌러 디젤유 주유기를 눌러버렸다. 다시 휘발유 주유기로 수정을 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해도 안된다. 캔슬 버튼이 없나 하고 이 단추 저 단추 다 눌러보았지만, 기계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화 기계를 사용하다가 실수를 하면 취소 보튼을 눌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유럽의 기계들은 이 취소 버튼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간에 실수를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막막할 때가 많다. 

니스 해변 풍경

주유기 앞에 있는 사무실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문은 잠겨있고 아무런 인기척도 없다. 이대로 20유로를 날리나 하고 생각하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알고 보니 이 무인주유소는 정비소 주인 가족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내 설명을 듣더니 주유기로 와서 기계를 조작하는데 뭔가 잘 안된다. 급기야는 안주인까지 불러 온 가족이 대책을 논의하더니, 기계 뚜껑을 열고 한참 동안 뭔가를 조작하고 난 후 겨우 취소가 된다. 이들이 없었으면 꼼짝없이 20유로를 날릴 뻔했다. 겨우 주유를 했다.  


오늘 첫 행선지는 이태리의 바라체(Varazze)이다. 아침부터 날이 잔뜩 흐리더니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진다. 바라체는 아름다운 해변도시로서,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고풍스런 시내도 볼거리라 한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도로는 상당히 구불구불하다. 바닷가에 도착했지만 날씨 때문인지 관광객은 거의 없다. 바다나 시가지의 경치를 즐기고 싶지만, 이 날씨에는 어렵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출발했다. 이탈리아의 미로 같은 인터체인지와 구글맵의 불분명한 길안내의 합작으로 그만 니스와 반대 방향인 제노바 쪽 고속도로를 타버렸다. 거의 10킬로 정도 달린 끝에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다시 재진입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제노바 쪽 도로를 타버렸다. 미치겠다! 결국 근 15킬로를 더 달려 제노바 시내로 들어갔다가 나와 재진입한 끝에 니스 방향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었다.


비가 점점 더 거세진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낮췄다. 고속도로를 두 번이나 잘못 타는 바람에 한 시간 이상 시간 손해를 봤다. 또 비 때문에 제대로 달릴 수도 없다. 결국 계획하였던 임페리아와 산레모를 들리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니스로 가기로 했다. 

니스 해변 풍경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매점에 가니 스마트폰 거치대를 팔고 있었다. 그런데 내 차에 제대로 장착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자 주인이 아주 조잡하게 생긴 거치대를 내놓더니 어디에도 다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차에 들고 가서 테스트를 해보니 튼튼하진 않지만 아쉬운 대로 쓸만하다. 값은 8유로. 우리나라라면 천 원 정도 할 물건이다. 어쨌든 이걸로 내비 거치대 문제는 해결했다.


프랑스에 들어섰다. 비가 그치고 따가운 햇빛이 내리쪼인다. 한참을 달려 고속도로에서 니스방향으로 빠져나갔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몇십 분 정도 달리니 바닷가 길로 들어서는데, 끝없이 푸른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고, 해변에는 갖은 색의 수많은 건물들이 보인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런데 길은 좁고 차들이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어, 차를 멈추고 경치를 감상할 여유는 없다.


니스는 해변에서 바로 높고 가파른 산으로 연결된다. 즉 경사가 급한 산 아래 니스 해변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니스 해변으로 가려면 높은 산을 통과하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끝도 없이 달려야 한다. 그런 길을 거의 40분 정도는 달렸다. 


해변이 가까워질 무렵 차의 연료표시등이 빨간색으로 변한다. 빨리 주유도 해야겠다. 오늘은 5시쯤 숙소에 도착해서 고기도 구워 먹고 할 예정이었는데 벌써 4시가 지났다. 니스에서 볼 명소를 몇 군데 찍어 두었는데, 막상 오고 보니 그럴 상황이 아니다. 명소 간 직선거리는 1킬로이지만 실제 도로상 거리는 10킬로미터 가까이 되기도 하며, 가파른 언덕길이 좁고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그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30분 이상 잡아야 한다.

도로에서 내려다 보는 니스 해변
니스 풍경

어차피 니스의 바닷가까지 왔으니 10분 정도 산책을 하였다. 해변 옆의 높은 산 중턱에도 많은 집들이 들어서있다. 산과 해변과 그곳에 있는 각양각색의 건물들이 푸른 바다와 어울려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낸다. 오늘 아침에 갔던 바라체와 같은 지중해인데, 이곳 니스의 바다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푸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숙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내비를 찍어보니 한 시간 이상이다. 직선거리는 15킬로 정도인데, 실제거리는 거의 50킬로나 되는 것이다. 늦기 전에 빨리 주유를 하고 숙소로 가야겠다. 


무인주유소를 하나 찾았다. 그런데 주유를 하려니 또 연료탱크 캡이 안 열린다. 캡에 키를 꽂고 돌려야 캡이 열리게 되어있는데, 이게 쉽지 않다.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당겨도 보고 밀어도 봤지만 안 열린다. 오늘 아침엔 운 좋게 한 번에 열리더니, 이번엔 근 5분 정도를 씨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다른 운전자라도 있으면 도움을 청할 텐데 공교롭게도 주유소에 있는 사람은 나 혼자이다. 주유를 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도대체 어떤 ㅅㄲ 가 무슨 생각으로 연료탱크 뚜껑 여는 것을 이따위로 어렵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연료탱크 캡을 못 열어 이 주유소는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아! 정말 힘들다. 

Nice wasn’t so nice!! ㅠㅠ

숙소와 숙소를 둘러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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