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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31. 2021

영화21:방랑의 결투(대취협:大醉俠)

무협영화의 고전, 새로운 장르의 영화 등장

1960년대 후반 한국 멜로 영화와 서양 영화가 주류를 이루던 우리나라 극장가에 새로운 장르의 영화가 등장하였다. 바로 중국 무협영화로서 홍콩의 란란쇼((Run Run Shaw, 邵逸夫, 샤오이푸) 가 경영하는 쇼브러더즈 사는 무협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하늘을 날고, 장풍을 날리고 막강한 내공으로 적을 물리치는 중국 무협소설에서나 등장하던 장면들이 처음으로 영화를 통해 새로이 등장한 것이다. 란란쇼와 쇼브러더즈는 10여년전 방영된 바 있는 <빛과 그림자>라는 우리나라 드라마에 등장한 바 있다.


홍콩 무협영화 가운데 가장 처음 만들어진 작품이 대취협(大醉俠: Come Drink With Me, Big Drunk Hero)으로서, 쇼브러더즈가 1965년에 제작하였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방랑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1966년인가 1967년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그때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정말 새로운 세상을 본 듯 하였다. 담을 훌쩍 뛰어 넘고, 주점의 격투 장면에서는 이쪽 저쪽 날아다니며 칼싸움을 하는 장면은 영화에서는 처음 보는 광경들이었다.

란란쇼와 <방랑의 결투> 포스터

당시 대구 동성로에 <키네마 극장>이라는 개봉관이 있었는데, 이 극장에서 <방랑의 결투>를 관람하였다. 이 극장은 나중에 <한일극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지금은 아마 없어진 것 같다. 며칠전 대구에 가서 옛 한일극장 앞을 지나다보니 다시 영화 <방랑의 결투>가 떠 올랐다. 생각난 김에 다시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아 감상하였는데, 지금 보니 결투 신이나 기타 여러 장면들의 구도가 일품이다. 1970년대까지의 중국 무협영화에서 이만한 영상미를 갖춘 영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방랑의 결투>를 볼 당시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이었던 필자는 그 영화를 관람하고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있는가 생각하였다. 하늘을 날고 칼싸움을 하는 장면만 생각날 뿐 전체 스토리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칼싸움 장면 장면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재미있었다. 영화 <방랑의 결투>를 처음 본 후, 40년이 지나 다시 한번 감상하였고, 또 얼마전에 IPTV를 통해 다시 감상하였다. 몇 번을 감상하였지만 스토리는 여전히 잘 기억나지 않고, 화려한 전투 신만이 머리에 남을 뿐이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다. 총독의 아들 장대인 일행은 죄수를 호송하던 도중 나타난 산적들에게 몰살당하고 장대인은 사로잡힌다. 총독의 딸인 금연자(金燕子)는 오빠를 구하러 길을 떠난다. 금연자는 주막에서 만난 술주정뱅이 거지 사내를 만나는데, 그는 바로 검술의 대가인 범대비였다. 금연자와 범대비는 힘을 합해 산적인 혹면호 일당에 맞서 치열한 결투를 벌여 장대인을 구출한다.  


이 영화는 스토리는 아무래도 좋다. 지금도 스토리에는 큰 관심도 없다. 이 영화의 볼만한 장면은 신인 여배우 첸페이페이(鄭佩佩)가 연기하는 주인공 금연자의 결투 신들이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이기 때문에 제작하기 전 주인공 여배우을 선발할 때 운동이나 무술에 뛰어난 여자들을 뽑으려고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여자 운동선수나 여류 무술가들은 검술의 동작이 딱딱하여 영화라는 영상 예술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 고민하던 중, 발레를 익혔던 첸페이페이를 선발하였다고 한다. 발레라는 무용으로 다져진 첸페이페이는 마치 춤을 추듯 부드러운 동작으로 칼싸움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되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첸페이페이의 팬이 되었다. 이후 첸페이페이가 출연하는 영화는 무조건 감상하였다. 이 영화에서 첸페이페이, 즉 금연자는 짧은 쌍검을 무기로 사용하는데, 한 쪽 칼은 바로 쥐고, 다른 한 쪽 칼은 꺾어 쥐는 모습으로 칼을 사용한다. 이 영화이후로 국내에서도 많은 홍콩 무협영화 아류작들이 제작되었는데, 여 주인공은 첸페이페이를 모방하여 짧은 쌍검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 되다시피 하였다.  


최근에 첸페이페이가 출연하는 영화를 다시 감상하였다. 그녀는 <와호장룡>(臥虎藏龍)에서 악당인 <푸른 여우>로 출연하였다. 옛날의 모습이 남아있긴 하였지만 역시 어떤 여배우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가 없나보다.    

첸페이페이의 모습 <방랑의 결투>, <심야의 결투>, <와호장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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