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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게임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최동원과 선동렬의 불꽃 튀는 대결

by 이재형

■ 개요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후 42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없는 명승부가 펼쳐졌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는 경기로는 롯데의 최동원과 해태의 선동열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인 시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두 투수는 연장까지 합해 15회를 완투하고도 2:2로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였다. 이 시합은 두고두고 명승부로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영화 <퍼펙트게임>은 그날의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을 소재로 한 실화에 바탕을 둔 야구영화로서 2011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해태의 퇴물 선수 박만수의 눈을 통해 최동원과 선동열의 불꽃 튀기는 대결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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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국제야구대회가 벌어지고 있다. 이제 마지막 승부가 남았다. 이 경기만 이기면 한국의 우승이 확정된다. 그런데 한국 대표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에이스인 투수 최동원(조승우 분)의 어깨 부상이 심각해진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혹사당한 최동원의 어깨는 이제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그렇지만 최동원을 제외하고는 안심하고 이 시합을 맡길 투수가 없다. 대표팀의 막내 선동열(양동건 분)이 고통으로 신음하는 선배 최동원을 보고는 자신이 대신 나서겠다고 하지만, 최동원은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면서 물리치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날 최동원은 고통을 참고 혼신의 힘으로 공을 던져 한국팀에게 우승을 선사한다.


최동원과 선동열 두 사람은 대학 졸업 후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최동원은 부산 롯데, 선동열은 광주 해태이다. 최동원은 이미 프로야구에서 신화적인 기록을 남겼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롯데와 삼성이 대결하게 되었다. 롯데는 사실 한국시리즈 진출이 어려운 형편이었으나, 삼성이 롯데를 가장 만만한 상대로 여겨, 마지막 몇게임에서 롯데에게 일부러 져주는 추태를 보인 끝에 롯데가 한국시리즈로 진출하게 된 것이었다.


사실 이 시합은 역대 프로야구 시합 중 가장 추악한 시합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삼성은 일부러 롯데에게 지기 위하여 2진급 선수들만을 내보냈고, 투수도 연습용 투수를 내세웠다. 그런데 시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삼성의 2진급 선수들은 때만 되면 적시 안타를 터트렸고, 롯데 선수들은 그런 삼성에게 맥을 쓰지 못하였다. 급기야는 정상적인 상태로는 도저히 시합을 질 수 없게 되자 삼성은 고의로 에러를 범하는 등 갖은 추태를 보인 끝에 겨우 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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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리즈에서 삼성과 롯데의 시합은 결국 4:3으로 롯데의 승리로 끝났는데, 최동원은 승리한 네 경기를 모두 완투하였다. 정말 최동원 혼자서 일구어 낸 승리라 할 것이다.


선동열도 그에 지지 않았다. 대학교 때부터 이미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동렬은 이후 방어율은 거의 0점대였다. 프로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선동열의 투구는 거의 완벽하였다. 당시 프로야구팀들은 선동열이 등판한다고 하면 아예 그 시합은 지는 것으로 포기했다고 한다.


이러한 불세출의 두 투수가 경쟁을 벌이자 야구팬들을 신이 났다. 자연히 팬들은 최동원과 선동열이 맞대결을 벌이면 누가 이길 것인가가 화제가 되었다. 이미 두 선수는 2번에 걸쳐 맞대결을 벌인 바 있다. 결과는 1:1 서로 승패를 한 번씩 주고받았다. 야구팬들은 연일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을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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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은 대통령 선거가 벌어지는 해였다.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신군부 세력은 직선으로 선출되는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대선 승리를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기로 하고, 이를 위해 부산 롯데의 최동원과 광주 해태의 선동열을 맞대결시키라고 압력을 넣는다. 이렇게 하여 1987년 5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마침내 최동원과 선동열의 세 번째 맞대결이 성사되었다. 영화를 떠나 이야기하자면 이 시기 최동원은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 이에 비해 선동열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사람들 눈에는 선동열이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였다.


시합 초반은 롯데의 우세로 시작되었다. 2회 말 해태가 연이은 안타로 2점을 먼저 뽑았다. 그러나 해태는 3회에 1점을 만회하였다. 해태의 패배가 눈앞에 다가온 9회 초 해내는 극적으로 1점을 뽑아 시합은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이 시합은 연장 15회까지 계속되었으나, 이후 양 팀은 한 점도 뽑지 못한 채 2:2 무승부로 끝났다.


이 시합에서 최동원과 선동열은 모두 15회를 완투한다. 지나친 혹사로 선수생활을 망치게 된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승부욕과 라이벌 의식에 불타는 두 사람은 속투를 고집한다. 차음에는 자신의 팀을 응원하던 관중들은 두 선수의 투혼을 보고 점점 감동한다. 마침내 무승부로 대승부가 끝나자 관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두 선수의 투혼에 감동과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신군부 세력은 이 시합을 이용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자 했으나, 관중들은 이 감동적인 시합을 보고 오히려 하나가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최동원과 선동열이지만, 이들 둘을 연결하는 메신저로서 스포츠 신문 여기자가 등장한다. 그녀는 최동원과 선동열 사이를 오가면서 두 사람의 투지를 불태운다.


이 영화에서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은 해태의 퇴물 포수 박만수(마동석 분)이다. 그는 나이 든 선수이긴 하지만 한 번도 시합에 출전해 본 적이 없다. 형편없는 그의 연봉으로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의 아내가 치킨집을 하여 겨우 먹고 살아간다. 생활에 지친 아내는 박만수에게 그만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함께 돈을 벌자고 하지만 박만수는 좋아하는 야구를 떠날 수 없다. 박만수의 아들은 학교에서 아빠가 프로야구 선수라고 자랑을 하지만, 오히려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혼자서 고생하는 아내를 본 박만수는 더 이상 아내를 고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만수는 이 시합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끝내려 한다. 그러나 이 중요한 시합에 한 번도 출전 경험이 없는 박만수에게 출전기회가 돌아올 수는 없다. 그런데 해태의 패색이 짙어진 9회 초 투아웃 상황에서 감독은 박만수에게 출전을 명한다. 타석에 나온 박만수는 혼신의 힘으로 배트를 휘둘러 최동원의 공을 받아져 홈런을 만든다. 이 홈런으로 시합은 동점이 되어 연장전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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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집에서 이 모습을 TV로 보던 아내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아들도 당당히 홈런을 친 아빠가 더없이 자랑스럽다.


이 영화를 보면 군데군데 억지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여기자의 활약과 박만수의 가족이야기가 적지 않은 양념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 약간의 감상


이 영화를 보니 젊은 시절의 옛 생각이 떠오른다.


최동원은 불세출의 스타였다. 그는 경남고 시절부터 특급 투수로서 이름을 날렸으며, 대학과 프로에서도 우리나라 최고 투수로서 평가받았다. 나는 대학시절 최동원의 시합을 많이 보았다. 그는 아마 나보다 3년 정도 아래였다고 생각되는데, 최동원을 보유한 연세대는 대학야구의 최강이었다. 최동원뿐만 아니었다. 지금은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1976년 무렵의 연세대는 그야말로 황금멤버였다. 당대 이름을 떨친 선수들이 즐비하였다. 아마 그 당시 연세대 팀과 나머지 선수들로 꾸려진 국가대표팀과 시합을 한다 해도 연세대 팀이 더 강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이다. 그런 연세대 팀을 만나 우리 학교는 이기는 날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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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업한 몇 년 후 우리 모교에는 선동열이 입학하였다. 한창 전성기를 지난 최동원에 비해 선동열은 더욱 강열하였다. 그 덕택에 모교는 상당기간 동안 대학야구의 최정상을 구가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니 옛 생각이 난다. 대학에 다닐 때는 야구경기를 보러 정말 동대문 구장에 많이 다녔다. 프로가 시작된 후에도 10여 년 이상 프로야구는 항상 나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선수와 시합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인 야구도 열심히 하였다. 직장 팀을 만들어 주말마다 야구시합을 갖곤 했었는데, 10년 정도를 그렇게 하던 중 우리 팀은 도저히 선수가 부족하여 팀을 꾸려나갈 수 없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사회생활을 한 이후를 돌이켜보면 직장야구에 빠졌던 그 시절이 가장 그립다.


지금은 야구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었다.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 아는 선수가 5명도 안된다.


이 시대를 보면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야구이다. 두 선수는 이 시합에서 거의 250개의 공을 던진다. 아마 미국 프로야구 전문가들이 이 시합을 봤다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구단을 향해 선수들을 망친다고 욕을 할 것이다. 프로 구단이라면 당연히 선수들을 보호하여 그들의 선수생명을 연장하도록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렇게 눈앞의 승리를 위해서 선수를 혹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마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결코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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