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Sep 29. 2024

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중국 청조(淸朝)의 마지막 황제 부의의 기구한 일생

■ 개요


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는 중국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부의(溥儀)의 기구한 일생을 그린 작품으로서 1987년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의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부의의 자서전인 “나의 반생”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서태후가 부의를 청조의 황제로 지명하고 죽는 1908년부터 시작하여 청조말의 황제, 중화민국 수립 후의 황제, 일본군의 지원에 의한 만주국 황제, 퇴위 후 소련 억류생활을 거친 후 문화 대혁명 속에서 한 시민으로서 죽어간 부의의 전생애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대부분 중국에서 촬영되었다. 중국 정부도 이 영화의 제작에 대단히 협조적이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 북경의 자금성 내에서 촬영되었다. 자금성에서의 최초의 영화촬영이라는 기록은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금성에는 매일 5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였다. 그런 자금성을 며칠간 통째로 빌려 촬영을 하였다고 하니 중국정부가 얼마나 이 영화제작에 협조적이었는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태화전에서의 황제 즉위식의 화려함과 장엄함은 영화 역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제60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제45회 골든글로브상 드라마부문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 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중국의 내전 종식으로 만주국이 붕괴된 1950년, 하얼빈 기차역에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 40대 정도의 한 사내가 기차에서 내렸다. 소련에서 5년간의 억류생활을 마치고 석방되어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추방된 “전범”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 사내는 대열에서 이탈하여 화장실에 가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그 남자는 쫓아온 경비병들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그는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옛 생각을 더듬는다. 그 사내는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이자 만주국의 황제, 그리고 몇천 년을 이어온 중국 왕조의 마지막 황제 부의(溥儀)였다. 


1908년 11월 청나라의 11대 황제인 광서제(光緒帝)가 사망하자 청나라 최고의 권력자인 서태후는 부의를 다음 황제로 지명한다. 겨우 젖먹이를 벗어난 부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황궁인 자금성으로 불려 와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철없는 부의는 자신의 대관식 자리에서도 뭐가 뭔지 모르고 삼궤구고두(三跪九叩頭)의 예를 올리는 신하들 사이를 귀뚜라미를 잡는다고 뛰어다닌다. 귀뚜라미를 잡은 부의는 그것을 조그만 상자에 넣는다. 


다시 1950년 목숨을 건진 부의는 중화민국의 전범으로서 무순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다. 수용소장은 얼마 전 부의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었다. 그곳에서 부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범”으로서의 자기비판 강요와 귀인으로서의 특권이 박탈된 생활습관이었다. 그곳에서 부의는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심문관과 마음씨 좋은 소장을 상대로 자신의 과거를 말해준다. 수용소에서 부의는 친동생인 부걸(溥傑)과 만난다. 

자금성을 나오지 못하고 환관들 등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부의로서는 부걸은 처음으로 만나는 또래의 아이였기에 매우 소중한 존재였다. 어느 날 부걸이 황제만 입을 수 있는 노란색 옷을 입으면서 형제간에 다툼이 일어난다. 부걸은 부의에게 “형은 이제 더 이상 황제가 아냐. 변발을 하지 않은 새로운 황제가 있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부이는 환관에게 먹물을 마시라고 명령하여 황제의 권력을 보여주지만, 부걸은 부의에게 새로운 황제인 원세개의 모습을 보여준다. 충격을 받은 부의는 주위의 환관 등에게 정말로 내가 황제가 아니냐고 묻지만 누구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스승인 진으로부터 자신은 자금성을 나서면 황제가 아니지만, 자금성 안에서는 황제라는 말을 듣는다. 


다시 1950년대로 돌아와, 수용소장은 부의의 과거를 알기 위해 부의의 가정교사였던 영국인 레지널드 존스턴이 쓴 “자금성의 황혼”이라는 책을 열어본다. 그에 따르면 10대 시절의 부의는 지적 호기심이 많았고 성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고 한다. 존스턴은 부의에게 공부뿐만 아니라 성 밖의 일에 대한 지식과 상식을 가르쳐주었다. 1921년 부의는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성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경비병들에게 막혀버린다. 이즈음 부의는 자신의 시력이 나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양 의사는 부의에게 안경을 쓰라고 권고한다. 

부의가 안경을 쓰고 가장 먼저 본 것은 황후 후보들의 사진이었다. 부의가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마음에 든다고 골랐지만, 부의의 선택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태비에 의해 17세의 완용(婉容)이 황후, 12세의 문수(文繡)가 제2 황후인 숙비로 선발되었다. 고풍스러운 결혼식이 행해지고 완용과 문수는 친한 사이가 된다. 부의는 완용을 고풍스러운 여자라고 생각하였지만, 실제로는 외국어를 할 수 있고 댄스도 즐기는 모던한 여성이었다. 그런 완용은 부의의 이상적인 여성상이었다. 부의는 완용과 함께 옥스퍼드에 유학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고, 완용도 그런 부의가 마음에 들어 좋아했다. 


다시 시간은 1950년대로 돌아온다. 부의는 심문관으로부터 어떠한 경위로 일본과 가까워지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성장한 부의는 더 이상 성밖으로 탈출하지 않고 성 안에서 개혁을 지향하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 시작은 변발을 자르는 것과 환관들의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자금성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밤 불안감을 느낀 완용은 스스로 부의의 침실로 찾아온다. 좀 있으니 문수도 나타나 셋이서 사이좋게 밤을 보내는데, 밖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부정을 저지른 일부 환관들이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보물창고에 불을 지른 것이었다. 부의는 격노하여 공화국 군의 지원을 받아 1000명 이상의 환관을 모두 추방한다. 

일본과 급속히 가까워진 계기는 1924년의 북경정변이었다. 이것은 부의를 향한 쿠데타로서, 부의 등 일족은 1시간 내에 자금성에서 퇴거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드디어 부의는 자금성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존스턴은 영국 대사관에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국제문제로 비화할 것을 두려워한 대사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부의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곳은 부의와 비슷한 나이의 천황이 있어 친근감을 느끼고 있던 일본이었다.  


일본의 비호 아래 부의는 천진에서 즐거운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부의와 완용은 “헨리와 엘리자베스”가 되어 사교계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문수는 자금성 밖에서는 사회적으로 아내로 인정받지 못해 외로움을 느끼게 되어 결국 부의에게 이혼해 달라고 부탁한다. 댄스파티 중 장개석이 상하이를 점령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서양인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그 사이 일본 외교관 아마카스 마스히코(甘粕正彦)는 부의와 완용을 공사관으로 초대한다. 이즈음 부의의 먼 친척뻘인 카와시마 요시코(川島芳子)가 부의에게 접근한다. 그녀는 정보에 아주 정통하다. 카와시마 요시코는 부의에게 국민당 병사들이 청나라 황릉을 도굴하였고, 서태후의 시신을 토막 내었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이 말을 들은 부의는 격노한다. 그리고 요시코는 문수가 떠나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완용에게 접근하여 친하게 되고, 그녀를 아편의 세계로 유인한다. 


다시 1950년대. 심문관은 부의에게 자발적으로 만주국의 황제가 되려 했는지 강도 높은 심문을 한다. 부의는 “일본에 의해 납치되었다.”라고 대답했지만, 존스턴의 “자금성의 황혼”에서는 부의가 납치당하고 싶어 했다고 쓰여져 있다. 

1934년, 부의는 마침내 만주국의 황제가 되었다. 즉위식 후 이루어진 축하 파티에서 완용은 눈물을 흘리며 난초 꽃을 먹는 이상 행동을 한다. 부의는 완용을 나무라지만, 그녀는 부의에게 당신은 일본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며 왜 나를 안아주지 않느냐면서 항의한다. 완용은 일본의 귀족의 딸로서 지금은 부걸의 아내인 사가 히로(嵯峨浩)가 임신하여 축하객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그녀와 같이 아이를 갖고 싶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부의는 완용이 아편 중독자이기 때문에 잠자리를 갖기 싫다고 하며, 다가올 일본 방문에도 데려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결국 완용은 요시코가 이끄는 대로 아편과 동성애에 빠진다. 


일본에서 대대적 환영을 받았던 부이가 귀국하자 만주의 상황이 이상하게 바뀌었다. 황제보좌역인 요시오카 야스나오(吉岡康直)의 명령으로 황제의 친위대인 금위대가 무장해제되었고, 국무총리대신 정효서는 아들의 암살을 계기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군부대신인 장경혜가 관동군의 추천을 받아 부의로부터 총리대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것을 승인해 달라고 주청해왔다. 어전회의에서 부의는 자신도 모르게 결정된 장경혜의 총리임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외교관계를 수립하여 만주국을 떳떳한 독립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그러자 일본의 꼭두각시가 된 대신들은 차례차례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참석자가 아무도 없는 만찬회 자리에서 완용은 부의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다. 상대는 만주인 남자로서, 자신의 임신은 부의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 아마카스와 요시오카가 나타나 장경혜의 총리 임명서에 서명을 하라고 압박한다. 부의는 황후의 회임을 알리고, 만주국의 후계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강하게 나가지만, 아마카스는 거꾸로 상대 남자의 이름을 부의에게 가르쳐준다. 부의는 승인 사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후에도 일본에게 유리한 내용의 칙령을 강요받아 완전히 일본의 꼭두각시가 된다. 얼마 후 완용은 아기를 낳지만, 태어난 아기는 바로 살해되고 완용은 요양을 위해 황궁을 떠난다. 부의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쫓아가지만, 부의의 눈앞에서 황궁의 문은 닫혀버린다. 그날밤 아기의 친부인 부의의 운전사는 누군가에 의해 암살된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전으로 만주국도 멸망하였다. 부의는 다시 다시 황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마카스는 권총으로 자살하고, 부의는 부걸의 권유로 일본에 망명하고자 한다. 떠나기 직전 부의는 황궁으로 돌아온 완용과 다시 만나지만, 완용은 아편 중독으로 완전히 변해버린 그녀는 부의와 얼굴을 마주하려 하지도 않았다. 망명길에 오른 부의는 침공해 온 소련군에게 체포되었다. 

부의는 공산당 정부가 준비한 모든 '자백서'에 서명했다. 그 가운데는 하얼빈에서의 생체 실험에 관한 것도 있었는데, 실제로 이것은 부의가 알지 못한 일이었다. 수용소장은 부의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라고 주의를 주면서 “이번엔 비굴한 짓을 할 건가?”라며 힐문하지만, 부의는 “자살하려는 나를 구해준 것은 당신도 날 이용하기 위해서이지 않느냐?”라며 반문한다. 수용소장은 더 이상 남에게 이용당하기 싫다는 부의의 심경변화를 눈치챈다. 1959년 사면령에 따라 부의는 수용소에서 석방되었다. 


문화 대혁명의 광풍이 몰아치던 1967년, 정원사로서 식물원에서 일하고 있던 부의는 홍위병의 시위 속에서 반동분자로서 끌려다니며 구경거리가 되고 있는 이전의 수용소장의 모습을 발견한다. 부의는 홍위병들에게 매달려 필사적으로 그를 구출해내려고 하지만, 홍위병들은 부의의 말을 듣지 않고 그를 끌고 가 버린다.  

부의는 그 길로 거리를 헤매다가 지금은 박물관으로 일반공개 되고 있는 자금성으로 발길을 옮겨, 옛날 자신의 자리였던 용상으로 간다. 그곳에는 자신의 얼굴도 알 리 없는 박물관 수위의 어린 아들만 혼자 있었다. 용상으로 들어가려는 아이에게 “이건 옛날 내 자리였어”라고 말한다. 아이는 눈의 동그레 져 정말이냐고 되묻고는 증거를 대라고 말한다. 그러자 부의는 용상 뒤에 있는 아무도 모르는 설합을 열고서는 그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낸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 속에서는 옛날 대관식 때 자신이 잡았던 귀뚜라미의 번데기가 들어있었다. 아이는 놀라서 다시 부의를 쳐다본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 약간의 감상


청조 마지막 황제인 부의의 기구한 일생을 보면서 그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가 그러한 기구한 삶을 살아오는 동산 중국 국민들이 겪었던 수난과 고통을 생각한다면 그의 삶에 무작정 연민을 느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 한 사람의 생활을 위하여 수천만, 수억의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고, 그의 권력욕으로 인해 중국이라는 국가 전체가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 부의라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 영화를 볼 것인가, 아니면 이 영화에서는 가리어져 있는 사회적 격변을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감상할 것인가의 차이라 할 것이다. 


이런 것을 제쳐둔다면, 한 사람의 일생을 담은 전기영화로서는 수준급의 작품이라 생각된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